Story Reader / 콜라보 / 거울 미로 속의 불꽃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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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장인의 공방.

장인의 뒤에 누군가의 허상이 나타났다.

뭐 하고 있어?

음... 별을 보고 있었어.

비유나 별다른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고, 진짜 별을 보고 있었을 뿐이야.

장인은 오래된 광학 망원경을 조정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주변 재료를 이용해 즉석에서 만든 것 같았다.

이렇게... 원시적인 도구로 본다고?

수많은 문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건 우주를 바라보는 첫 번째 눈이었지.

편협하고, 단순하지만... 정말 재미있어.

우주의 일부 윤곽만 보일걸.

하지만 그 윤곽으로도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거야.

우린 이미 "결승점"에 도착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우리 입장에서 "결승점"과 "출발점"은 그냥 밧줄 위에 있는 두 개의 매듭일 뿐이지.

이쪽에서 저쪽을 향해 가든,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든, 별반 다를 게 없잖아.

그럼, 어느 쪽이 "출발점"이고, 어느 쪽이 "결승점"인지,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할까?

상대적인 의미에서 보면, "별하늘"이라는 개념은 참 협의적이면서도 광의적인 개념이지?

별은 거울과도 같아, 그걸 바라보는 눈동자를 반사해 주지.

이 별, 저 별... 그리고 이 별, 너희들은 뭐라고 불러?

큰곰자리α, β 그리고 γ.

큰곰자리... 이어서 보면 곰처럼 생겨서 그런가?

맞아.

푸하... 하하하... 그래? 정말 재미있네.

이쪽에선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지만, 곧 이름이 붙여지겠지.

다른 "출발점"이 있더라도, 도착하는 "결승점"은 변하지 않아.

네 비유를 빌어서 말하자면, 그건 풀 수 없는 매듭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

넌 이 "행성"이 꽤 마음에 드나 봐.

아마도? 이곳의 기본 입자들을 보면, 구성 방식이 참 재미있어. 그리고 얽힘 현상이 쉽게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야.

보물 상자 같아.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면서도 다음에 나올 선물을 기대하게 되거든.

가끔은 작은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

그녀가 이렇게 먼 곳까지 "표류"한 것도 어쩌면 일종의 "기적"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러게, 덕분에 내 업무량이 더 늘어나긴 했지.

이 모든 건 "우리"에게 그냥 한순간의 일이잖아.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오직 "나"만을 대표하거든.

내가 도와줄까?

원래부터 남을 기꺼이 도와주는 편이었나?

네 말대로, 그냥 작은 "오류"를 수정하는 것뿐이잖아.

괜찮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했고, 남은 것들은... 그냥 놔둬도 상관없을 것 같아.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미지"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게 우리가 절박하게 바랐던 거잖아?

공중 정원

과학 이사회 1부

파란 머리의 구조체가 머리에서 연결기를 떼어낸 뒤, 체험 캡슐에서 일어났다.

어때, 라스티?

문제없는 거 같아요. 선배님.

외부에서 표시되는 파라미터도 이상 없고, 라스티 네가 제출한 자료로 판단해 보면 안전상의 위험은 무시해도 될 것 같군.

그렇다면 감사원의 작업도 거의 끝났네. 예전에 "햄릿"을 심사한 이력도 있으니, 이번 자료 심사는 빠를 거야.

레오니 씨,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스마엘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 있는 예술 협회의 기술자에게 물었다.

"레오니"라 불리는 소녀는 방금 전까지 연구실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다. 이스마엘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네. 죄송해요. 잠시 딴생각을 했네요.

그러니까 이 기계에 문제가 없다는 거죠? 후... 다행이네요. 이번에도 또 이상한 문제 때문에 실패할까 봐 걱정했거든요.

레오니, 이번 건 그렇다 하더라도 예전에 당신이 제출했던 기술 신청서엔 문제점을 제대로 표시해 두었잖아요.

예를 들자면, 지난번 "개인 조종석을 탑재한 우주 전투용 인간형 거대 병기" 같은 게 있었죠... 솔직히 그런 연구 목적을 수락하고 정비 부대의 지원을 승인해 줄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당신이 작성한 신청서가 매달 과학 이사회와 정비 부대의 메일함을 터뜨릴 정도예요. 감사원은 이미 여러 차례 그분들의 불만을 접수했다고요.

이번 심사와는 상관없지만, 다음부터 신청서를 작성할 땐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을 좀 더 고려해 보는 게 좋겠어요!

평소 쾌활한 성격의 라스티가 드물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보니, 레오니가 감사원에게 얼마나 큰 골칫거리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하... 당신도 이사회 측의 고지식한 사람들과 똑같은 말을 하네요. 맨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하죠. 재미있는 일에 알레르기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고, 고지식한 사람들이요? 전 그냥...

하하. 우리 수석 기술관한테서 들은 적이 있는데, 레오니는 과학 이사회 2부에 있을 때부터 독특했다고요.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긴 실험복을 입은 청년이 1부의 문을 열고 들어서보니, 이곳 소속이 아닌 자들이 실험실로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앗... 아시모프님이잖아요.

아시모프의 얼굴을 본 레오니는 귀신을 본 것처럼 갑자기 얼굴이 굳어졌다.

감사원 대원들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어? 이상하네요.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나요?

사소한 작업을 진행했고, 이제 거의 끝났어요.

레오니가 연극 로봇 "햄릿"의 후속 기종 검사 신청을 제출했거든요. 우린 그 기계가 기술적 및 안전상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러 온 거고요.

"햄릿"... 예술 협회 측에서 수리 작업을 인수하려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이 일이었구먼.

"햄릿"의 원형 기술은 황금시대의 유산이고, 과학 이사회가 점검을 맡았지만, 기술 복원까지 할 여력은 없었어. 본질적으로 여전히 "블랙박스"란 말이지.

예술 협회가 맡아준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겠지.

구조체의 원격 연결 기술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예술 협회가 분석을 마치면, 기술 보고서를 1부로 제출해 줘.

잠깐만요! 제가 왜 당신들을 위해 공짜로 일해야 하는 건데요!?

성과 공유는 공중 정원 내 모든 기술 연구 부서의 기본 규칙이야.

하지만 과학 이사회는 그런 적 없잖아요!

성과 공유는 과학 이사회를 제외한 공중 정원의 모든 기술 연구 부서가 지켜야 하는 기본 규칙이야.

……

별다른 볼일 없으면, 난 먼저 가볼게. 감사원들도 다른 과학 연구원들 일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해.

아시모프는 타인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래서 제가 돌아오는 걸 거부하는 거라고요...

본론으로 돌아가죠.

예술 협회는 이번에 "햄릿"을 상업화하려는 건가요?

네. 프로토타입은 아이라가 계속 사용하고 있었고, 저는 기술 사양을 좀 줄여서 민간용으로 생산하기 쉽게 만들었어요.

앗, 그러고 보니 구체적인 사용 후기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깜빡했네요. 아이라도 이용자 피드백을 중요시하라고 했거든요.

전체적으로 매우 좋았어요. 제가 프로토타입을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다른 가상 현실 기능을 가진 기계보다 몰입감이 훨씬 뛰어났어요.

좀 신기한 건, 그 안에 있을 때 제가 "기계" 안에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그 느낌은 마치, 마치...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느낌?

네, 맞아요. 사람들이 꿈꿀 때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잖아요?

이걸 어떻게 구현한 거죠? 어떤 감각 신호를 차단한 건가요?

그건 말이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코드들이 우연히 모여서 비슷한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것일 수도 있어요.

과학자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요!?

하지만 적어도 사용자에게 나쁜 후유증을 일으키진 않았네요. 참고로 구체적인 기술 구현 방법은 감사원의 심사 범위가 아닙니다.

그나저나 원래 그 "햄릿"에는 신기한 기능이 몇 가지 있지 않았나요?

상관없어요. 제 기준은 감광성 뇌전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이건 착각일 수도 있는데... 제가 그 안에서 사람의 그림자를 본 것 같아요.

사람이요? 외모나 특징 같은 걸 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여자였던 것 같고, 검은 머리 트윈테일에... 푸른 불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순간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더 자세한 건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리고 다른 것과 착각했을 수도 있고요.

검은 머리 트윈테일, 불꽃이 보이는 소녀라고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멋있어 보이네요!

누가 만든 아바타인가요?

아니요. 이건 테스트용 기기라서 몇 개의 기본 장면만 미리 로딩해 뒀고, 캐릭터는 아직 디자인하지 않았어요.

셰이더 버퍼로 인한 버그일 수도 있을까요? 테스트할 이를 더 찾아봐야겠어요.

아, 맞네요. [player name] 님...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을 초대해서 체험하게 해보면 어때요?

지휘관님이라면 이런 일에 꽤 익숙할 것 같아요.

라스티는 웃으며 모두가 잘 아는 그 이름을 언급했다.

이 구역의 상황 파악은 모두 끝났습니다, 지휘관님.

예상대로라면 10분 후 리브, 리와 합류할 수 있을 거예요.

앞서 걷던 루시아가 몸을 돌려 임무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지휘관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몸이 불편하세요?

그냥 평범한 순찰 임무였다. 정화 구역 가장자리에 퍼니싱 농도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면 되는 일이었다.

순찰 경로는 수십 번도 더 다녀봤기 때문에 지도를 보지 않아도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어쩌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확실히 "평범한" 하루였다.

유일하게 평범하지 않았던 건, 폐허가 된 건물 하나를 통과하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눈 부신 햇살에 살짝 어지러웠다는 것이었다.

유리창에 반사된 빛이 너무 눈부셔서 눈을 뜨기 힘들었을 때, 어두운 푸른 불꽃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그 이질감은 순간적으로만 존재했고, 그 이후에는 다시 평범한 상태로 돌아갔다.

아... 지휘관님도 그런 느낌을 받으셨나요?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았고, 리브와 헤어진 지도 몇십 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방금 한 순간의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어요.

다시 고개를 들어봤지만, 보이는 건 폐허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뿐이었다.

수상한 사건들을 너무 많이 겪다 보니,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 그러고 보니, 저도 오랫동안 기체 점검을 못했네요.

그런데 지휘관님. 올해 무료 건강검진 한도를 다 쓰신 거 아니세요?

어? 언제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별일이 없었네요.

지휘관님. 리브도 말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최근 정화 구역이 아주 안정적이에요. 이렇게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가시죠. 리브와 리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

폐허 위.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역광을 받으며 철제 구조물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멀리서 루시아와 지휘관의 그림자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

어디에 있든, 상대가 누구든, "투쟁"은 계속될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퍼져 나갔다. 마치 누군가의 응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

그리고...

너희들과의 전투도...

정말 재미있었어.

소녀가 뛰어내리자, 옷자락이 바람에 따라 펄럭였다.

마치 한 마리 새가 날갯짓하는 것 같았고...

그녀는 그렇게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