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콜라보 / 거울 미로 속의 불꽃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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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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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동안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체스 말의 위치를 주시하던 프리다는 아직 이동할 차례가 오지 않자, 같은 처지에 있는 장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결정할 수 없는 건가요?

"체스 말"을 조종하는 이는 "체스 플레이어". 즉 우리의 "킹"이야.

체스판에 있는 우리는 체스 말을 조종하는 체스 플레이어와 소통할 수 없어. 판단은 오로지 체스 플레이어의 몫이니까.

이런 디자인이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체스 플레이어"에게 체스판의 흐름을 좌우할 권리를 줬으면서도 결국 자유 의지로 행동할 권리는 "체스 말"에게 주었잖아.

만약 승리를 위해 "체스 플레이어"가 "체스 말"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 말씀은 우리더러 "죽음"을 택하라는 건가요?

"체스 말"이 "체스 플레이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때만, 이 게임은 "체스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어.

희, 희생이라니...?

당연한 거잖아. 모든 체스 말이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예를 들어서...

무언가를 예견하는 듯, 장인은 자신의 옆에 떠 있는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주사위가 빛을 발하며 "6"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장인이 이동해야 할 칸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다. 주사위는 장인이 나아갈 길을 지시하지 않고 바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원래는 수많은 무의미한 숫자들로 가득했던 입체 지도에 지금은 6칸에 해당하는 "이벤트"가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받은 "비숍"은 규칙상 결승점에 가도록 설계된 체스 말이 아니야.

전략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 편의 모든 체스 말을 결승점에 도달하게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모든 체스 말을 제거하는 것이 더 확실하게 승리를 보장할 수 있지.

장인님... 이 게임에 대해 굉장히 잘 아시는 것 같아요.

하하. 그런가?

나도 잘 몰라. 그냥 대충 분석해 본 것뿐이야.

그리고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킹"이 체스를 두는 데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

장인님은 자신이 희생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중간에 탈락한 체스 말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도 모르잖아요.

하하,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할게.

넌 왜 지금까지 그 "킹"에게 도전해서 성공한 사념체가 없는지 생각해 본 적 있니? 그들이 충분히 강하지 않아서일까?

그건...

간단해. "투쟁"을 근본적인 원칙으로 하는 사념체들은 자신 이외의 것을 위해 양보하지 않아. 그런데 이 게임은 그런 이념을 부정하라고 요구해.

"희생"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타인이 자신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허용하는 거야.

아무리 체스 플레이어가 충분한 지혜를 가지고 있어도, 사념체로서의 체스 말은 다른 사념체의 의지에 따라 "소모"되기를 원치 않을 거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

……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너는 이 게임에 참여하기에 적합해.

다른 사념체들과는 다르게, 너는 투쟁을 굉장히 싫어하고 타협하거나 아예 회피하는 쪽을 택했잖아.

저는...

하지만 네가 도망치는 방향이 결국 네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결말로 이어진다면, 넌 어떤 선택을 할까?

모든 걸 포기할 거야? 아니면 끝까지 발버둥 칠 거야?

장인... 님...

프리다는 가면을 쓴 그 인물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절대 들여다보지 말아야 할 존재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아... 미안. 내 말투가 좀 너무 진지했나?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잡담이라고 생각해.

어,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죠?

으...

프리다는 다시 그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녀의 위치는 모든 체스 말 중 가장 뒤쪽에 있었다.

"킹"이 말한 대로, 그녀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조무래기"였고, 그녀가 받은 체스 말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폰"이었다.

프리다의 존재는 이 게임의 승패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투쟁이든 희생이든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늘 그렇듯이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 때,

그녀의 주사위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프리다의 "킹"은 그녀를 제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 게임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

주사위의 숫자가 프리다에게 빨리 전진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프리다는 한숨을 내쉬며 살짝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주사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