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루시아의 의식은 어둠 속에서 끝없는 낙하를 겪는 듯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 차갑고 텅 빈 곳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여긴... 캐슬 내부?)
지휘관님...
그 익숙한 모습은 지금 루시아의 곁에 없지만, 의식 연결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마인드 표식은 여전히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어 상대방이 일시적으로 위험하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본 루시아는 발밑의 흑백 타일 바닥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표식을 발견했다.
(이건... 체스 말?)
그것은 "나이트"를 상징하는 체스 기호였고, 검은 바탕은 이 체스 말이 흑팀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킹"이라고 자칭하던 소녀가 던진 체스 말 중에...)
그들은 각자 하나씩 체스 말을 배정받았고, 그때 루시아 앞에 놓인 것은 검은색 "나이트"였다.
(이게 "킹"이 언급했던 그 "게임"인가? 체스... 그러니까 이 캐슬이 체스판이라는 뜻인 건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든 거야?
검은 옷의 소녀가 갑자기 루시아의 옆에 나타났다.
BLACK... BLACK★ROCK SHOOTER?
보아하니 우린 동일 "출발점"으로 보내진 것 같네.
그녀의 발밑에도 체스 말의 표식이 있었고, 루시아의 "나이트"와는 달리 그녀는 흑색 진영의 "퀸"을 대표하고 있었다.
존칭은 필요 없어.
소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아처럼 주변을 지나치게 경계하지 않았다. 이런 기묘한 상황에 익숙한 듯했다.
방금 그건 무슨 말이죠?
방금 정문에서 보니, 너희들 모두 그 "킹"과 초면은 아니더군.
원래 아는 사이였어?
음... 뭐랄까요. 상황이 좀 복잡해요.
복잡해? 그럼, 묻지 않을게.
귀찮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 그런가요?
비슷하게 생겼지만, 제가 알고 있던 그 "킹"은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분명 관련이 있을 거예요. 저와 지휘관님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도 아마 그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BLACK★ROCK SHOOTER. 당신은 어떻게 이 "회랑"에 오게 된 건가요? 전에 물어볼 기회가 없었네요.
몰라.
내가 굳이 알아야 할 일도 아니고.
그것보다, 위를 봐.
음... 저건...
천장에 떠다니는 데이터 스트림으로 구성된 입체 영상이 매달려 있었으며, 그 외관은 캐슬과 거의 똑같았다.
또한 캐슬의 바닥 부분 근처에는 여러 개의 적색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위쪽의 불빛이... 우리 위치를 나타내는 건가요?
캐슬의 꼭대기로 이동하라는 것 같기는 한데...
BLACK★ROCK SHOOTER는 2층으로 연결된 계단 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몇 걸음도 가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차단막에 부딪히고 말았다.
검은 옷의 소녀는 칼을 휘둘러 차단막을 베려고 했지만, 칼날이 닿는 순간 튕겨 나가 버렸다.
마음대로 이동할 수는 없는 것 같아.
대신에...
검은 옷의 소녀와 루시아 앞에는 7개의 "주사위"가 떠 있었다.
주사위를 던져야 이동할 수 있는 건가요? 게다가 당신의 주사위와 제 주사위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수량은 같았지만, 루시아 앞에 있는 것은 전통적인 6면체 주사위였고, BLACK★ROCK SHOOTER가 가진 주사위는 더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는 12면체 주사위였다.
대표하는 체스 말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
체스 말과 주사위라니... 좀 의외네요. "게임"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 진정한 규칙인 것 같군요.
잠깐만요. 이건 설마...
오래된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그녀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생각나는 거라도 있어?
루나... 그녀가...
루시아는 상대방의 질문을 듣지 못한 것 같았고,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채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꿰뚫을 듯이 캐슬의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지휘관님...
……
왜 그래?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아, 아니에요. 장인님.
차가운 로비 안에서, 장인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카운터에 느긋하게 기대어 있었고, 프리다는 구석에서 약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들 발밑에도 검은 체스 말의 표식이 반짝이고 있었는데, 프리다는 "폰"을, 장인은 "비숍"을 대표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어 보이네요.
가능한 한 투쟁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거야?
이건 사념체들이 태어나면서 받게 된 사명이 아닌가?
장인은 흥미롭다는 듯 프리다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다른 사념체들처럼 투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회랑이 어떻게 되든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메라가는 회랑으로 돌아가는 건 단지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설령 이 세상에 새로운 "프리다"가 나타난다 해도, 그녀는 다른 사념체일 뿐, 제가 아니잖아요.
충돌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에서 매핑된 감정과 생각도 그에 따라 변하게 돼.
지성 생명체의 자율성이 정말 존재하는지는 검증해 볼 만한 문제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즉, 너는 "지금의 너"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거지?
……
제 생각이... 이상한가요? 장인님.
내가 정확한 답을 줄 수는 없어. 그건 네가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야.
게다가, 어떤 생각이 "이상한" 건지 나도 정확히 정의할 수 없어.
그보다, 당장 눈앞의 게임에 집중하는 게 어때? 투쟁을 싫어한다면서 왜 이 대결에 참여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네?
저는... 그저...
프리다는 눈빛을 피하며, 장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럼, 장인님은요? 항상 중립을 지키셨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거죠?
헤헤... 그냥 순간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믿을 거야?
……
대놓고 못 믿겠다는 표정을 하네.
아, 아니에요. 그런 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일단 양쪽 "킹"이 어떻게 움직일지 좀 보자고?
방 안은 창백한 빛으로 환했으며, 몸은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듯, 일어나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오직 눈앞의 체스판에만 집중하게 되어 있었다.
왜? 아직 결정 못 했어? 시간제한이 있는 건 알고 있지?
조롱 섞인 목소리가 가는 바늘처럼 귀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짙은 적색의 눈동자는 마치 빛을 삼키는 블랙홀처럼 거대한 압박감을 주었다. 그 압박감에 지휘관의 의식은 조금씩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상대에게 규칙부터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냐?
붉고 하얀 플라스마가 심장을 관통한 듯, 멍했던 머리가 강렬한 자극으로 갑자기 맑아졌다.
붉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그림자가 지휘관의 곁에 섰다. 그녀의 무시할 수 없는 기세가 "킹"의 위압감과 맞서기 시작했다.
아니면, 초보자만 괴롭히는 겁쟁이인가?
하하. 내가 그렇게 속이 좁지는 않아.
그냥 반응이 궁금해서 그래. 대행자와 의식 연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특별한지 알고 싶었을 뿐이야.
좋아. 여기는 문명의 영지니까, 주인으로서의 예의를 다해줄게.
기본 규칙은 간단해. 이 캐슬을 체스판으로 삼고, 결승점을 목표로 정해서 주사위를 굴려 앞으로 나가면 돼.
"킹"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 데이터 모형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위에는 여러 개의 불빛이 있었는데, 그것이 양쪽의 "체스 말"이었다.
체스 말은 양쪽 진영의 사람들이 맡게 되고, 초기 위치는 랜덤으로 결정돼. 시작하자마자 체스 말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지. 이해하기 쉽지?
"킹"이 손을 휘두르자 새로운 데이터가 지휘관 앞에 투영되었다. 그곳에는 양쪽 체스 말의 상태와 남은 주사위 수가 각각 표시되어 있었다.
주사위를 굴려 체스 말을 이동시키는 것이 핵심인 체스판 게임은 사실 흔한 편이었다. 마침 지휘관도 예술 협회에서 비슷한 보드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면 너무 지루하지 않겠어? 극한의 제로섬 게임은 계산 능력만 시험할 뿐, 재미는 없으니까.
그런 살벌한 형태보다는 좀 더 평화로운 방식으로 놀아보는 게 어때?
세부 규칙이 좀 더 있긴 해. 하지만 내가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너희들 중 이 게임에 꽤 익숙한 이가 있을 텐데.
……
이 게임은... 예전에 나와 루나가 함께 생각해 낸 거야.
물론, 모든 규칙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알파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킹"을 쳐다보았다.
넌 루나가 아니야, 루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알파의 태도를 보니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 눈앞의 체스판을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눈앞의 상황을 봤을 때, 아무래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네 "여동생"을 많이 신경 쓰는구나. 괜찮아, 이런 정보는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그 대행자의 일부 조각이 선별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여기까지 흘러왔고, 존재해서는 안 될 이상한 존재가 되어버렸지.
회랑은 감정의 형태를 비추고, 나는 그 감정을 받아들여 나타난 거야.
대행자는 필연적으로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를 실현해야 해. 나는 단지 그녀의 책임을 대신하는 것뿐이야.
그 말은, 너를 쓰러뜨려야 루나를 구할 수 있다는 거네.
눈꺼풀을 살짝 내린 알파는 더 이상 "킹"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player name]. 네가 뭘 해야 할지 알겠지?
머릿속에 붉은빛이 스쳐 지나가자, 강제 연결로 인해 의식이 익숙한 고통을 또 겪게 됐다.
이 채널을 아직도 남겨뒀을 줄은 몰랐네.
어차피 너에게도 "패배"라는 선택지는 없잖아.
알파의 말이 맞았다. 어떤 식으로든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면 "킹"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알파의 발밑에는 "룩"의 표시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원래는 체스판의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투영된 "스코어보드"에서는 양쪽 룩이 처음부터 어둡게 되어 있었다.
아, 저건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우리 쪽 룩을 담당하는 자가 그녀에게 패배했기 때문이야.
대체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어서, 공정성을 위해 양쪽의 "룩"을 처음부터 제외하기로 했어.
쳇, 공정성이라니.
이런 편법을 쓴다는 건 네가 승리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잖아.
그래?
"킹"은 미소를 지으며, 알파의 도발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럼, 이견이 없다면 내가 시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첫수를 둘 게.
"킹"은 가상의 체스판에서 백색 진영의 "퀸"을 터치하고 첫 번째 수를 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