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망가진 자신의 몸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무력화되었다.
루시아! 우리쪽 적색 "리더"를 무력화시켰어!
우리 쪽의 청색 "리더"도 무력화시켰어!
루시아의 말을 증명해 주듯 커다란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양측 리더 개체의 신호가 앞뒤로 사라졌습니다.
*()——+&다음 전쟁 윤회의 결과는: 없음입니다.
사피엔 학파가 제정한 규칙 중 두 번째인 Naraka-Bastille 협의에 따라 제거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제거 프로그램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인류와 로봇은 제거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전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호모 사피엔스에 영원한 영광 있으라(All glory to homo sapiens), 다음 "전쟁"에서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길.
지하에서 규칙적인 진동이 느껴져.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각 지역의 구조가 변형되고 있어... 아니! 변형이 아니야. 지하공간 자체가... 거대한 로봇이었어!
알겠습...?
공중 정원과 원격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요. 지하라 신호가 끊어진 것 같아요.
네. 밖에서부터 안쪽으로 구조가 변형되고 있어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30분 전부터 계속 단말기를 보고 있던데, 뭘 찾은 건가?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산은 세리카의 단말기 앞으로 다가갔다. 세리카의 단말기 스크린에 10여 개의 자료들이 펼쳐져 있었다.
황금시대의 기사 스크랩부터 망각자들이 공유한 지상 정보까지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그것들의 공통점은 모두 동일한 표식——학파의 원형 표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뭐야?
비록 세계 정부는 학파 사람들을 체포하지 못했지만, 세계 각 지역에서 학파의 명의로 지어진 숨겨진 시설들을 찾아냈어요.
라게르만 황실 군수 공장... 바이안 항만 창고...
자질구레하게 흩어져 있지만, 이런 규모라니... 깔보면 안되겠군.
하지만 부대가 시설에 진입했을 때 시설 내부는 이미 텅 빈 뒤였습니다. 원자재도, 완성품도 없었죠.
비록 지금 발견한 물류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서 유통한 원자재로 소규모 군대에 제공할 수 있는 중경량 장비는 충분히 제작할 수 있었네요.
하지만 그 원자재를 이용해 도대체 뭘 만들어냈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학파와 함께 사라졌거든요.
이 정도 규모의 원자재와 로봇이라... 도대체 뭘 만든 거지?
영원히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역시 가끔은 의문이 든단 말이지...
아무 의미 없는 호기심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