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40 더 아름다운 내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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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3 더 아름다운 내일

네티아가 승격자를 처치한 순간, 발밑에서 둔탁한 굉음이 울리더니 이내 연구소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황금 참나무가 무너지고 있어. 이 건물도 곧 무너질 거야, 당장 나가야 해!

대지가 요동치더니 굉음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입을 벌렸다. 곳곳의 파이프가 동시에 터져 나갔고, 수년간 고여 있던 폐수가 건물의 혈관을 터뜨리듯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안 돼. 마르가리타가...

정신을 차린 네티아가 뒤를 돌아 친구의 유해를 찾으려 했다.

땅이 꺼지고 산이 흔들리는 혼란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먼지구름을 뚫고 나와 마르가리타의 몸을 낚아챘다.

싹은 사라졌지만, 퍼니싱에 깊이 잠식된 이 껍데기는 여전히 값진 실험체지.

조금 전 지휘관이 파괴했던 침식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침식체는 존·도의 목소리로 웃으며, 점점 벌어지는 균열의 가장자리에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

침식체가 팔을 높이 치켜들자, 쇠사슬이 솟구쳐 나와 천장의 철근을 휘감았다.

너희는 이 짧고 비참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난... "그분"을 위한 미래의 입장권을 손에 넣었다!

무너져 내리는 굉음 속에서 승격자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롭고 광적으로 들렸다.

마르가리타를 내려놔!! 이 괴물아!!

*, 이 바퀴벌레 같은 놈!

발밑의 바닥이 계속해서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야킨카는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의 고철들이 솟구쳐 올라 꿈틀거리는 철벽을 만들었고, 탄환을 완벽히 막아냈다.

후후, "그녀"가 새로운 가지에서 눈을 뜨는 날엔...

균열 건너편의 땅이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추락하기 직전, 침식체는 쇠사슬을 힘껏 당겨 자신의 작은 몸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우린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거다, [player name]!

마르가리타!!

흉악한 목소리가 굉음 속에 메아리쳤다. 네티아는 발밑이 갈라지고 무너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기를 꽉 쥔 채 뛰쳐나갔다.

상처투성이의 인간이 따라붙어 네티아의 팔을 붙잡았다.

!

정신을 차린 네티아는 발밑의 균열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한 발만 더 내디뎠다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다.

[player name]...

한 번의 성공이 있었다면, 두 번째 성공도 있는 법이야.

야킨카는 손을 뻗어 지휘관의 손을 잡고, 함께 네티아를 균열 끝에서 끌어당겼다.

나중에 그 자식을 백 번이든 천 번이든 두들겨 패다 보면, 언젠간 그놈의 실체를 잡을 수 있겠지.

…응.

셋이 서로 부축하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계단을 오를 때, 머리 위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여기 있다!

여기다! 와서 거들어!

마지막 잔해가 굉음 속에 사라졌다. 그리고 네티아 일행은 카헤티 사람들의 도움으로 연구소가 무너지기 직전에 탈출에 성공했다.

황혼의 바람이 먼지와 그을린 열기를 머금은 채 얼굴을 후려쳤다. 사람들은 서로를 부축한 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귓가에는 아직도 지하가 무너져 내리던 둔탁한 굉음과, 북을 치듯 요동치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짧은 어지럼과 이명 속에서, 누군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낮게 중얼거렸다.

저기, 하늘 좀 봐요…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고요한 호수 위에 떨어진 돌처럼 파문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홀린 듯 그의 시선을 따라 하나둘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늘 끝에서 거목을 이루던 수많은 빛의 입자들이 솟아올라, 거꾸로 내리는 금빛 폭설처럼 핏빛 하늘을 향해 흩날렸다.

소리 없는 장대한 작별 인사처럼, 오랜 침묵 속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영혼이 마침내 해방되어 하늘로 돌아가는 듯이, 그들은 그렇게 노을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감측기... 퍼니싱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어 얼룩진 하늘을 숨죽여 바라보았다.

한때 하늘의 빛을 집어삼켰던 짙은 핏빛이 흩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씻겨 나간 멍 자국처럼, 맑은 바람 속으로 서서히 녹아들었다.

수십 년간 카헤티 상공을 떠돌던 악몽은, 이제 다 타버린 무수한 별들처럼 부서져 흩날리며 처연하고도 찬란한 눈꽃이 되어 하늘을 뒤덮었다.

0으로 떨어졌다. 붉은 안개가 완전히 사라졌어…

우리가... 해냈다...

오물과 피, 땀으로 얼룩진 얼굴 위로 희망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들 각자의 분투와 유랑, 끝없이 이어졌던 시간의 파편들이 마침내 이 순간에 닿았다. 모든 노력이 겹겹의 시공을 넘어 눈 부신 빛이 되어, 지금 이 자리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

눈송이 하나가 네티아의 손바닥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녀는 희미한 온기를 느끼며 천천히 손을 모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댔다.

마르가리타…

야킨카는 눈을 감고 팔을 벌려 하늘을 끌어안듯 폐허 위에 섰다. 그러고는 카헤티의 싱그러운 바람과 이 땅에 자라난 이름 모를 들풀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시간은 소리 없이 쌓여갔다. 함께 웃던 그 시절의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맑았으며, 황량한 흙 속에서도 조용히 새싹이 움트고 있었다.

긴 희생과 혹독한 겨울을 지나, 카헤티는 마침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태양과 함께 새로운 여명을 맞이했다.

네티아와 야킨카는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광활한 천지를 돌아다니며 시선이 닿는 곳곳을 살폈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뜨겁고 근심 없었던 어린 시절? 아니면 후련하게 털어내야 했을 이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눈앞의 땅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있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

네티아! 야킨카!

네티아와 야킨카는 동시에 멈칫하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곧 완전히 사라질 환영들의 맨 앞에 마르가리타가 서 있었다.

익숙한 교복 차림의 마르가리타는 지난 20년의 고난 따윈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기억 속 가장 따뜻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처음 만났던 날과 헤어지던 그때처럼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자, 마르가리타 뒤로 더 많은 익숙한 그림자들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레고리, 아리샤, 제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얼굴들과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혼들도 있었다. 그렇게 카헤티의 모든 죽은 자들이 저 멀리 서서 떠나는 이들을 미소로 배웅하고 있었다.

우리 약속했잖아.

뒤를 돌아보는 걸 잊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다들…

앞서가던 사람들도 하나둘 뒤를 돌아보며 가족, 동료, 은사들과 조용히 눈을 맞췄다.

카헤티의 미래는 뜨겁고 활기차겠지만, 그의 과거 또한 이곳에 영원히 머물며 젊음을 간직할 것이다.

모처럼 다시 만났는데, 표정이 다들 왜 그래?

이런 때는 다 같이 뭐라도 말해야 하지 않겠어?

……

사람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걸로… 하자.

자, 그럼 다 같이 하는 거야.

문득 뒤를 돌아본 사람들은, 선열들이 닦아놓은 긴 길 위에 이미 미래의 답이 새겨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이 어둡고 잔혹한 세계를 향해 선포했다.

더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더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우리의 찬란했던 역사와 미래를 위해.

다음 순간, 역사의 환영은 홀연히 흩어져 무수한 빛의 입자가 되었다. 그리고 반딧불이 떼처럼 사람들을 부드럽게 감싸더니, 가볍게 햇살 속으로 스며들어 조용히 하늘로 돌아갔다.

그들은 항상 곁에 있었어...

네티아는 금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슴 속의 뜨거운 고동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마르가리타와 야킨카를 처음 만났던 날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결핍된 영혼만이 구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나의 적은 타고난 고통이 아니라, 부서진 나 자신이었어.

금색 실이 바람에 흩날리며 네티아의 손가락 끝을 살며시 감싸며, 애틋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덕분에 더 평온한 길을 찾게 됐어.

부러진 뼈는 더 단단해지고, 찢어진 상처에는 새살이 돋아나... 이 길 위에서 겪은 모든 아픔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었어.

한때 뜨겁게 타올랐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해. 나의 부서지고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고, 오늘날까지 걸어올 수 있게 지탱해 줘서, 그리고 이 땅의 진실한 과거를 밝힐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홀가분한 눈물이 미소 띤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 조용히 대지 위로 떨어졌다.

모든 상념과 기억은 점점 별빛이 되어 미래로 향하는 길을 밝혔다.

안녕…

이제 가볼게.

흐음... 그러니까 "황금 참나무"가 사라지면서 카헤티 연구소가 무너졌고, 그 혼란을 틈타 승격자 존·도가 도망쳤다는 거군요. 당신들은 그제야 외부와 연락이 닿았던 거고요.

젊은 감찰관은 서류를 책상 위에 가볍게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아 입가에 댄 채, 눈앞의 인간을 똑바로 응시하며 침묵했다. 방금 들은 긴 이야기를 곱씹는 중인듯했다.

카헤티 연구소의 원본 자료를 회수하셨는데, 거기엔 "황금 참나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어요. 대체 왜 "황금 참나무"가 4호 원자로 바로 위에 나타난 거죠?

방금 물어봤어요. 바로 문밖에 계세요.

라스티는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문 쪽으로 눈짓했다.

일상적인 임무였는데, 공교롭게도 면역 시대 아딜레 대폭발 현장의 모든 목격자와 엮이게 됐다라… 두 분 답변이 거의 동일하네요.

덕분에 지금 전 세계가 카헤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어요. 이 일로 행정원도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고요...

똑똑 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레이븐, 군부 회의 5분 전이야.

잠깐만요, 금방 끝나요.

선배는 왜 항상 이런 복잡한 일만 나한테 맡기시는지...

크흠, 조금 전 그 "우연" 얘기로 돌아가면, 특히 더 신경 쓰이는 몇 가지가 있어요.

라스티가 갑자기 정색하며 물었다.

승격자 존·도의 목표는 뭐였나요?

대체 무슨 동기로 당신들을 카헤티 방사능 구역으로 유인한 건가요?

그리고 당신들이 언급한 "구조체 마르가리타"는 어떻게 고농도 퍼니싱 환경에서 장기간 생존이 가능했던 거죠?

하...

인간의 대답은 예상 범위 안이었다. 라스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player name] 님,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모든 발언이 인류와 공중 정원의 최고 이익을 위한 것임을 세계 정부 감찰원에 보증할 수 있나요?

레이븐, 차 왔어.

어때, 감사원이 괴롭히지는 않았어?

이사회에 계신 천재분들 덕분에 나도 평소에 이스마엘과 자주 부딪치는데, 매일같이 새 소환장이 책상 위에 올라왔었지.

네티아가 조용히 웃었다.

이제 심문도 끝났고, 너에게 어떻게 "보답" 할지도 벌써 생각해 뒀어.

지휘관은 엘리베이터 구석을 둘러보았다.

여기 회선은 전부 이사회의 협조로 설치된 거야. 안심해. 아주 공교롭게도 잠시 "눈을 감도록" 손을 써뒀으니까.

간단해. 난 세계 연합 정부를 믿지 않거든.

전에 있었던 추락 사고 이후, 의회가 갑자기 카헤티 사고 재조사 신청을 승인했어. 그전까지는 스무 해가 넘도록 계속 거절해 왔으면서.

동시에 과학 제1 개발부에서 중단됐던 의식의 바다 관련 프로젝트 16개도 상업 이사회의 긴급 자금 수혈을 받고 재개됐어.

뻔하지. 급해진 늙은이들에게 필요한 건 진실이 아니야. 사람들의 입을 막고, 사기를 북돋아 줄 소식이 필요한 거지.

중병에 걸린 사람이 지금 무언가를 갈구한다는 건, 과거에 그게 얼마나 부족했고 두려웠는지를 보여주는 거니까.

그리고 공중 정원이 두려워하는 건, 바로 면역 시대에 강제로 중단된 의식의 바다 기술이야. 인간의 의식의 바다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수십 년 전의 겉핥기 수준에 머물러 있어.

비록 황금시대의 의식의 바다 연구 자료를 회수하긴 했지만, 연구소 붕괴로 4호 원자로가 매몰되면서, 아딜레 대폭발의 진짜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어.

의식의 바다로 구동되던 4호 원자로가 왜 카헤티 퍼니싱 사태의 발원지가 된 건지, 아딜레 화산 분화는 또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건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 앞으로 갈 길은 멀고, 우린 시간이 필요해. 숨겨진 진실을 하나씩 뿌리째 끌어올릴 시간 말이야.

싹의 출처도 알 수 없어. 어쩌면 아딜레 대폭발의 진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게 퍼니싱에 대항할 새로운 무기라는 거야. 구조와 기능 모두 "세피라"와 비슷하거든.

네티아는 거리낌없이 지휘관에게 "생명의 나무 계획"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던졌다.

적은 여전히 어둠 속에 숨어 있어.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지킬 기술만큼은 반드시 우리 손으로 통제해야 해. 이건 나와 수석 기술관이 내린 공동 판단이야.

어쩌면 미래에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이게 중요한 히든카드가 될지도 몰라. 난 그때를 노려서 인간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줄 거야.

그러니까 레이븐, 너도 준비해 둬.

이 방을 나가면, 우리는 함께 진실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는 거니까.

믿어줘서 고마워, 레이븐.

네티아는 그 의미를 이해했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래서 "보상" 말인데... "안전 총감의 무조건적인 신뢰와 도움"으로 정했어. 언제 어디서든 다 괜찮아.

어때? 꽤 매력적인 보상이지, 레이븐?

기타 추가 조건은... 네가 직접 와서 말해주길 기다릴게?

네티아는 고개를 내밀고 지휘관의 귓가에 속삭였다.

띵,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둘은 군사 경비 구역의 접견 로비에 도착했다.

젠장, 네티아! 와서 좀 도와줘!

당장 멈추고 검문에 협조하세요!

쳇, 이 사람들이 계속 쫓아오잖아. 외교관은 면제라며!

음... 얘기하자면 길어. 아무튼 야킨카는 지금 카헤티 시민의 대표야. 아딜레 대폭발 재조사 협조 때문에 당분간 공중 정원에 머물기로 했어.

몇 번의 공식 교섭 끝에, 오아시스와 공중 정원은 레인저가 정부군과 부분적으로 협력하여 승격자 존·도를 추적하기로 잠정 합의했어.

이번 일만 정리되면, 함께 존·도를 쫓아서 마르가리타를 되찾을 거야.

지상에서 방사능 구역 뒤처리를 조율하느라 다크서클이 더 짙어졌어.

저번 일 끝나고 세계 정부에서 표창식을 열어주려고 했는데 거절했대.

야킨카의 말로는 고향집을 뒤져서 나온 낡은 차 몇 대를 예술 협회에 판매해, 위성 도시 학교 수리비로 기부했다더라.

지금 이 장관에겐, 그 어떠한 화려한 훈장보다 발밑의 진흙탕 땅이 더 무게감 있나 봐.

그때, 지휘관 뒤로 걸어오는 익숙한 그림자 셋을 발견한 네티아가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목례했다.

우리 모두… 각자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었네.

응, 나중에 봐. 레이븐.

둘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않고, 마치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player name]...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네티아는 말없이 웃으며 손을 뻗어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지휘관과 네티아가 함께 목격하고 함께 묻어둔 "비밀"이, 바로 그곳에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은 뒤 다시 몸을 돌렸다. 앞날에 숱한 고난과 위험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발걸음은 여전히 단호했다. 그렇게 그들은 진실의 무게를 짊어지는 길을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

네티아는 첫걸음을 내디디며 , "싹"이 자신의 가슴을 꿰뚫던 그때를 다시 떠올렸다.

그 당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익숙하면서도 아득히 먼 핏빛 하늘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한때 잃어버렸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었다.

카야... 이 아이가 너와 그 남자의 아이인가?

참호에 앉아 얼굴의 핏자국을 닦아내던 장교는 눈앞의 옛 친구를 보더니, 이내 그녀 옆에 서 있던 보라색 머리의 여자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름은 마르가리타야.

군의관한테 다 들었어. 선천성 심장 기형, 실어증, 파브리병... 파편은 꺼냈지만, 이 아이의 체질로는 몸이든 머리든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거야.

알고 있어.

……

카야, 넌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건강한 아이를 낳아야 했어. 그리고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편안하게 늙어가며, 아이가 가업을 잇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걸 지켜봤어야 했어.

지금처럼 혼자서 사방을 떠돌며… 이 짐덩이에 청춘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아니라…

엄마…

여자아이는 주눅이 든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카야, 넌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종군 기자야.

분명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특별한 인생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건가?

마르가리타가 고개를 들었다.

예전에도 누군가 필름을 낭비하지 말고 내일 죽을 부상병들 대신 파란만장한 승리의 순간을 찍으라고 그러더라.

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떡하고? 한때 진실하게 살아 숨 쉬던 그 생명들은… 그렇게 낭비돼도 괜찮다는 뜻인가?

마르가리타는 특별하지 않아. 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품고 꿋꿋하게 이 세계에 태어났어.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여자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씩씩하게 자라서 세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 그 자체로도 아주 위대하지 않을까?

그래서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이름 없는 평범한 남자를 택한 거야?

그럴지도. 셔터는 앞만 보잖아. 난 뒤쪽 풍경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

남자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어, 굉음과 포격으로 찢겨나간 산 아래 전장을 바라보았다.

세 번이야. 호루라기가 세 번 울리면 우리는 산 아래 침식체들을 향해 마지막 돌격을 감행할 거야. 민간인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엄호해야 해.

전차는 이미 다 박살 났고, 저 괴물들을 막지 못할 수도 있어. 아마...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거야.

...알고 있어. 너희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해, 파블로프.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른 해... 시간이 얼마 없어.

……

잠시 침묵하던 어머니는 딸 앞에 천천히 쭈그리고 앉았다. 온화하게 웃는 카야의 눈동자에는 자랑스러움과 기대감이 반짝이고 있었다.

카야는 딸의 손을 잡았다. 마르가리타의 작고 하얀 손바닥 위에 보라색 게임기가 꽉 쥐어져 있었다.

요 며칠 엄마와 함께했던 게임, 아직 기억하니? 거기에 나오는 여신 언니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나요... 네티아(ν{206|173}κυια)예요.

어둠이 쫓아올 때, 네티아는 뭐라고 했어?

앞... 앞만...

마르가리타는 손을 꽉 움켜쥐며, 그 중요한 말을 떠올리려 애썼다.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

엄마 따라서 다시 한번 말해봐.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호루라기가 세 번 울리자, 산과 들판에 목숨을 건 인간들의 마지막 함성이 울려 퍼졌다.

마르가리타는 카야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앞을 향해 달렸다.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언덕을 넘고.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들판을 지나.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머리 위에서 터지고, 발밑의 땅이 갈라지고 무너지며, 살아 숨 쉬던 생명들이 하나둘 그녀 뒤로 쓰러져갔다.

마르가리타는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달리다 수없이 쓰러졌다. 두 발은 피투성이에 엉망이 됐지만, 그녀는 여전히 포성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어머니의 마지막 당부를 끊임없이 되뇌었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폐가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몸이 무너지기 직전, 지평선 너머로 작은 그림자들이 보였다.

수많은 선량하고 용감한 구조자들이 홀로 남은 여자아이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너, 혼자야?

?

마르가리타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급히 몸을 돌렸다.

황량하고 아득한 들판에는 찬 바람만 윙윙거릴 뿐, 아무도 없었다.

마르가리타는 무엇을 잊어버린 걸까?

……

아마 그날부터 네티아는 많은 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처음부터 이미 그녀의 생명에 스며들어 있었다. 단지 그녀가 몰랐을 뿐.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네티아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네.

어느새 이렇게 멀리까지 달려왔구나.

과거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댈 때마다, 나한테 계속 앞을 향해 달리라고 말한 사람이 엄마였어...

...고마워요, 엄마.

나도 엄마처럼 용감하고 착하게 내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꼭 지켜봐 줘.

난 수많은 평범하고도 위대한 생명들을 만났어.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받고 상처를 꿰매며 온전한 답을 맞춰나갔어.

이제 나도 엄마처럼 그리고 그들처럼, 내가 사랑하는 행복을 조금 떼어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어.

옳은 일을 위해서, 더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서.

그럼, 이제 다시 출발할게.

언젠가 네티아의 기억은 "싹"에게 잠식당해, 과거의 모든 것을 다시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티아는 잊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미래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다.

불멸의 전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이유는, 영웅이 태어날 때부터 위대해서도 아니고, 고난이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생생해서도 아니다.

이야기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이, 뒤돌아볼 수 있었음에도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신념과 인생을 지키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 또한 그러한 전설이다. 밀물과 썰물이 오가고 세상이 변하듯, 모든 빛은 언젠가 희미해지고 모든 생명은 끝내 스러진다.

그러나 놀랍게도,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어떤 대재앙에도 멸망하지 않았고, 어떤 어둠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우리의 용기, 신념, 생명이 언제나 영원히 후세를 일으켜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낡은 밤은 반드시 지나간다.

태양이 떠오르면,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올 것이다.

감사원

공중 정원

공중 정원 감사원

어두운 심문실 안에서, 불규칙한 모양의 큐브가 천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모든 단서가 끊겼어. 네 쪽에서라도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군.

음... 엄청 나쁜 소식과 좀 덜 나쁜 소식 중에 뭐부터 들으실래요?

좋은 소식부터 말해봐.

이스마엘이 없어요.

헛소리 말고.

그럼, 진지하게 말씀드리죠.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과학 이사회의 네티아가 협력해서 카헤티 연구소 데이터를 회수했어요.

아마 몇 달 안에 과학 이사회가 도미니카 시대의 의식의 바다 연구 수준을 따라잡을 것 같네요.

카헤티에 있던, 그 "세피라"에 가까운 창조물은 어디로 갔지?

교차 심문에서 [player name]와(과) 네티아 둘 다 그런 건 본 적도 없다고 하던데요.

네 판단은?

거짓말이겠죠.

라스티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더 나쁜 소식도 있나?

아니, 선배, 이제 슬슬 "세피라"가 뭔지 알려줄 때도 됐잖아요. 저희 같은 팀 아니에요? 이틀만 더 지나면 과학 이사회가 저보다 더 많은 걸 알게 생겼다고요.

혹시 알아요? 제가 기분이 좀 풀리면, 진짜 "좋은 소식"을 말해 줄지?

………

도미니카의 추론에 따르면, 모든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는 모체에 가까운 데이터 조석에서 기원해. 도미니카는 그걸 "생명의 나무"라고 불렀지.

오~ 첫마디부터 정보량이 엄청난데요? 설마 그게 전설로만 내려오던 집단 무의식 뭐 그런 건가요?

개체의 의식의 바다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해. 퍼니싱 같은 무질서한 정보 침입에 맞설 경우, 구조체는 자아 붕괴와 와해에 빠지기 쉬워.

하지만 특정 기체는 특정 매개체를 통해 의식의 바다를 "생명의 나무"와 연결함으로써 외부 정보에 대항할 힘을 얻을 수 있지.

그 매개체가, 네가 파괴해야 할 "세피라"다.

호오~

그래서 좋은 소식은?

집행 부대 정보원에 따르면, 위성이 코드네임 "아이슬링" 대행자를 포착했고, 에제트 구역에서 발견했다고 해요.

이동 요새 에제트?

네~ 차징 팔콘 소대의 카무이가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들었어요.

대행자도 도미니카의 유산을 눈치챘다는 건데... 그게 좋은 소식인 건가?

라스티는 선글라스를 흔들며 천천히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바람이 거셀수록 파도는 더 높아지는 법이죠. 판이 크게 흔들려야 우리한테도 나설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