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6 꿈의 귀로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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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만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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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망토를 입은 소녀가 구룡성에서 멀지 않은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

이합 생물들이 그녀의 발치에서 순순히 엎드려 있었고, 소녀는 구룡성에서 타오르는 불길과 포화를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화서는 복구되었고, 황제는 강제로 화서의 권한을 빼앗으려 했다가 구룡의 주인의 검날에 패배했다.

문명이란... 이런 거지.

전쟁과 희망으로 가득하고, 쇠퇴하고, 흥성하고, 다시 쇠퇴로 향해게 돼.

똑같은 대본인데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연출되다니, 정말 재미있네.

패배의 기미가 보이자 공중 정원의 지원 부대가 개량된 여과탑 코어를 가져왔고, 아시모프, 네빌, 비리야의 도움으로 여과탑 코어가 신속하게 임시 가동되었다.

비록 진짜 여과탑과 비교할 수 없는 출력이지만, 구룡성의 적조와 이합 생물를 몰아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내가 왜 그때 황제의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콜레도르는 고개를 숙이고 발치의 이합 생물 머리를 쓰다듬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이합 생물은 두려워하며 움츠러들었다.

이합 생물

삐...

콜레도르는 구룡의 깊은 문명과 만세명에 있는 정보를 갈망했다. 그 정보들은 마치 에덴의 금단의 열매처럼 그녀를 유혹했다.

하지만 전략을 모르는 이조차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적조가 아직 충분히 강해지지 않았고, 중도 재난 지역의 지류만으로는 이합 생물이 인간과 정면으로 맞설 수 없었다.

그런데 슐츠가 협력을 제안한 후, 콜레도르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협력의 양상에 양측 모두 묘한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 황제의 코드가 적조에 침입했던 걸까?

콜레도르의 손이 멈추자, 이합 생물이 통제를 벗어나 낮은 신음을 냈다.

이합 생물

삐...!

...

풉...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

그 낮은 울음소리에 정신이 든 콜레도르는 피식 웃으며, 다시 발치에서 극도로 움츠러든 이합 생물을 달래듯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이 비현실적인 추측을 지워버렸다.

그들은 동일한 근원의 문명에 속하지 않았기에, 슐츠는 단순한 "데이터"로 화서를 통제하듯 콜레도르를 통제할 수 없었다.

콜레도르는 다시 고개를 들어 철과 피로 물든 구룡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더 먼 곳으로 향했고, 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

더 큰 세계의 시나리오일까?

작가가 시나리오에서 콜레도르를 만들었지만, 이 묘사가 다른 시나리오의 한 줄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콜레도르는 여전히 자신의 탄생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소설 한 권이었고, 작가가 수년간 고집스럽게 써온 이야기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 "파도 소리"라는 재난, 잃어버린 고대의 지혜, 심연을 향한 여정...

지루한 횡설수설과 고리타분한 표현은 모두 작가의 오래된 습관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 작가 자신 외에는 아무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콜레도르는 그 작품에서 탄생했다.

적조가 그녀의 형체를 재구성했고, 파도 소리가 그녀의 의지를 응결시켰다.

콜레도르, 그녀는 적조에서 태어난 생명체다.

콜레도르는 적조를 인도하며 이 세계를 거닐었고, 그녀의 사명은 적조의 문명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이 세계가 정말 이미 정해진 이야기라면...

그 속에서 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걸까?

잠시 생각에 잠기다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녹색 망토의 소녀는 옷자락부터 녹아내려 적조가 되어 산림으로 흘러들어갔다.

콜레도르는 그 부조화의 근원을 밝혀내고 싶었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의 이름을 쓴 시나리오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산림 사이로 흐르는 적조가 점점 더 거세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펜촉이 대지 위에 쓰는 먹자국 같았다.

이 이야기가... 충분히 재미있을까?

단말기

구룡성 주민 여러분, 주목해 주세요.

전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며, 이합 생물들이 점차 물러나고 있었다.

순환 도시 외곽에서 전투를 벌이던 공중 정원 지원 부대는 만세명 지표면 붕괴 직후 즉시 구조에 들어갔으며, 구룡파 역시 쉴 틈 없이 도시 내 생존자 수색을 시작했다.

단말기

재난 구호 물자는 구룡파 본부 좌측에서 수령하실 수 있으며, 임시 구조대에 지원하고자 하는 주민께서는 구룡파 본부 우측으로 가셔서 직무 등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구룡파의 지휘 아래 구조 작업이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 아래, 지휘관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공장 한 구석에 앉아 단말기를 열고 이번 임무에 대한 보고서를 기록하고 있었다.

11월 10일, 구룡.

"황제"라 자처한 전자 유령이 살해된 후, 구룡의 이합 생물들도 점차 물러났다.

기록: 과학 이사회에 보고 필요. 로봇(코드)이 이합 생물를 통제할 가능성 고려.

해당 로봇와 다른 승격자들의 공모 가능성 배제하지 않음.

공중 정원 과학 이사회 멤버들이 이미 도착했으며, 곧 구룡의 방어용 빛의 벽을 업그레이드하고

구룡의 다른 빛의 벽이 닿지 않는 범위에 신형 여과탑을 건설할 예정.

메모: 구룡 부희 연구소, 화서.

그리고...

새 페이지를 열고 잠시 펜을 멈췄다. 한동안 그 빈 공간을 응시하다가, 겨우 자신을 위한 키워드를 적었다.

초대장.

익숙한 "기시감"이 기억의 조각들로 이어져 뇌리 깊숙이 솟구쳤다.

곡이 자신에게 건넨 작은 저장 카드가 조용히 손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가 너에게 전하라고 한 물건이야.

내가 만세명의 연산 세계에서 만난 이야.

"그"는 화서 연산에 나타나선 안 됐지만, 화서와 게슈탈트 사이의 수많은 연결 덕분에 소녀의 형태로 나타난 것 같아.

도미니카.

이건 "초대장"이야.

폐허에 앉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지만, "초대장" 뒤에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기시감"은 더욱 모호해졌고, 단편적인 말에서 지금의 희미한 장면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아마도... 모든 것이 결국 가장 좋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침 햇살 아래, 처참히 무너진 구룡성의 폐허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