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2 집필회몽 / Story
22-28 첫걸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일생의 "적"인 미켈레·바사리에게:
이 편지가 네 손에 들려 있다는 건, 난 세상에 없다는 것을 뜻하겠지.
내가 아는 너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편지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릴 거야. 물론 아직도 힘이 남아 있다면 말일세.
그래도 이 편지를 남기네. 글을 쓴 건 자네와 화해를 바란 게 아니야.
자네나 나나 곧 무덤에 들어갈 노인인데 옳고 그름이나 성패를 가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린 각자 다른 길을 선택했고, 그 길에서 우린 서로의 우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걸 얻었을 거라 믿네.
자넨 항상 날 "카라스코"라고 불렀고, "돈키호테"라고 자칭했지.
자넨 꿈을 향해 돌진하는 기사였고, 난 상식만 고집하는 고집불통이라고.
자네가 옳다는 건 나도 아네. 하지만 난 자네처럼 숭고하고 비현실적인 꿈이 없다네.
난 그저 예술 협회라는 곳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모든 예술가가 다 자네처럼 강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혼자 폭풍우를 거스를 수 없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네의 성공을 기대했을지도 몰라.
세상에 민감한 사람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우린 세계가 그림에서 묘사된 것처럼 순수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바꿀 힘이 없었네.
그래서 거인에게 도전하는 기사가 나타났을 때, 전 세계 시인들이 마음속으로 그 기사를 위해 시를 남겼을 걸세.
그 기사 자신도 결국엔 실패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말이야. "돈키호테"도 결국엔 현실에 패배했으니까.
자넨 자신을 12가지 과업을 이겨낸 헤라클레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비드, 아라쉬와 지크프리트로 비유하지 않았어.
자넨 자신을 너덜너덜한 갑옷과 말을 타고, 미친 듯이 세계를 여행하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인으로 비유했었지.
자넨 출발 전부터 자신의 결말을 예상했지만,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모든 걸 버리고 연기처럼 날아가 버릴 걸 쫓았네.
예전의 난 그런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어. 한 젊은 "기사"가 내 앞에 서기 전까지는 말일세.
젊은 "기사"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내가 온 힘을 다해 경영하던 곳을 "빼앗았네".
그래서 내가 화를 내며 그에게 의도를 물었지. 그리고 그는 어처구니없는 답을 내놓았네.
그 젊은이의 눈에는 자네와 같은 빛이 깃들어 있었어. 그래서 난 백월의 기사가 되어 새내기한테 져 버리고 말았네.
지금쯤 그는 자네 앞에 서서 이 편지를 전달하고 있을 걸세.
마지막으로 자네가 시간에서 벗어나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게. 난 내가 쓴 시에 끝맺음을 맺어야 하네.
기사는 그의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후회로 가득한 그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영광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알론소·키하노"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영원한 "돈키호테·데·라만차"였다.
자네의 "카라스코"가.
...
세르반테스 님. 뭘 보고 계시나요?
하늘에서 태양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을 때, 로봇 소녀는 풍차의 그늘에 서서 말 없는 그녀의 제작자한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결말을 썼을 뿐이에요.
세르반테스는 웃으며 누렇게 변한 편지를 잘게 찢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조각들이 산들바람을 타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는 걸 지켜봤다.
둘시네아, 도시 내의 로봇들은 어떻게 됐나요?
83%의 로봇들이 컨스텔레이션을 떠났고, 나머지 로봇들은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둘시네아는 이곳에 남을 건가요?
이 도시 로봇들의 관리를 보좌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남겠다고 그들 스스로 결정했다면, 저도 뭐라 할 생각은 없어요.
당신은요? 아무것도 안 할 건가요?
세르반테스는 어두운 골목 한쪽에 서서 조용히 일출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자를 향해 물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지켜봤어요.
이 추억이 힘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거예요.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 같은데요?
아이라는 제가 추구하는 "답"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답을 위해 노력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증명하려 했어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제가 뭘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에겐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이 문제를 생각해 봐도 되겠죠.
선생님께서는 기한을 정해주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래서 제멋대로 졸업 작품의 마감 시간을 영원으로 연장했어요.
그리고 그 이상한 놈들과 함께 보낸 날들이 그립기도 해요.
그래서 이곳에... 연구와는 상관없는 곳을 만든 건가요?
하... 아마도요.
이번에 돌아가는 건 제가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당신과 그분... 당신들 간에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요?
...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나면" 절 만나러 온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직은 그녀한테도 저한테도 "끝" 낼 때가 아니에요.
전 아직 되찾지 못한 게 많아서 그 말속에 담긴 기대에 부응할 수 없어요.
이 세계에는 제 발견과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가 있어요.
그래서 전 아직 멈출 수 없어요.
하지만 그녀를 통해 줄곧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어요.
전... 세레나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일주일 후, 공중 정원.
최종 정례 검사는 끝났어요. 트로이 씨. 이젠 "퇴원"해도 돼요.
고마워요. 아합... 님?
복원 캡슐에서 몸을 일으킨 트로이가 눈앞에 있는 수척해 보이는 늙은 연구원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여기서 저한테 존댓말 쓰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아합이라고 불러주세요.
베살리우스 주임님이 기체의 예비 세트를 남겨두셨어요. 전 그저 주임님의 설명대로 손상된 부분을 교체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의식의 바다에 대해선... 예전부터 있던 문제라 내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거 같아요.
괜찮아요. 저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어요.
베살리우스 주임님은 왜 이곳에 안 계시나요?
주임님은 다른 일로 바쁘셔서... 마인드 표식과 관련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안녕, 트로이 여기 있나?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합이 누군지 신분을 확인하기도 전에 안전 잠금이 자동으로 풀렸다.
어라? 희한하네요.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노르만 도련님.
아하하, 몇 년이 지나도 트로이 넌 여전하네.
겉모습은 같지만, 속은 엉망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도련님도 그렇네요.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어린 남자아이가 지금과 같이 건방지고 무능한 모습으로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에이, 날 모욕하지 마. 난 지금의 내가 출세했다고 생각하거든.
두 분... 알고 지내던 사이인가요?
면역 시대가 끝날 때까지 노르만 광업 그룹에 파견돼서, 보안 대장을 맡았었어요.
그때 노르만 도련님은 코도 풀 줄 모르는 꼬맹이였고, 가장 좋아하는 일은 돌이 갓 지난 여동생을 괴롭히는 거였거든요.
그런... 옛날 일은 꺼낼 필요 없잖아.
아이고, 아합 연구원이잖아. 오랜만이야. 오랜만. 달 표면 기지에서 돌아온 후 여기서 잘 지내고 있었어?
노르만은 친한척하며 아합의 어깨를 두드린 뒤 그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잠깐 트로이랑 할 얘기가 있는데, 너도 알다시피 평소엔 보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그래서 이 기회에 대화 좀 나눠보려고.
알았어요. 알았어요. 자리 비켜 줄게요.
아합이 급하게 나간 실험실에는 노르만과 트로이 둘만 남았다.
...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절 "보호 관찰"이라는 명목 아래 이곳에 넣은 사람이 노르만 도련님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지.
같은 배를 탔으니, 편하게 말할 곳이 필요하지 않겠어?
그 실험체는 쿠로노나 의회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결국 헛수고한 거 아닌가요?
아니... 어떻게 보면 가장 좋은 결말이야.
난 그린스 님과 생각이 조금 달라. "에이스"는 바로 내는 게 아니라 끝까지 자기 손에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녀가 도망간 덕분에 우리한테 "에이스"를 직접 손에 쥘 기회가 생긴 거야.
직접이요? 설마 그 실험체를 직접 잡으러 가시게요?
음, 트로이는 어떻게 생각해?
얼굴의 미소를 거둔 노르만의 날카로운 눈빛은 트로이의 마음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우리를 한 번 도와줬잖아. 그린스 님은 네가 때를 잘 골랐다고 말하던데.
참모장님께 보낸 메일 말씀인가요? 타이머를 설정해서 전송한 것뿐이에요. 명색이 "트로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죠.
하지만 제가 당신 쪽을 선택한다면 "아이리스 월블러"에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녀들은 저와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 대원들이에요.
설마 그 소대에 감정이 생긴 거야?
제 말은 돈을 좀 더 주셔야 한다고요.
성과만 내준다면 알고 싶은 걸 알게 될 거다.
이건 그린스 님이 전해 달라는 말이야. 난 그 사람처럼 협박하는 거에 능숙하지 않거든.
그 외에도 두 배 월급, 유급 휴가 그리고 매주 애프터눈 티와 고정 주 2일 휴식도 들어주세요.
이건... 하하. 이런 게 너에게 아직도 의미가 있어?
기왕 도둑 굴에 들어갔으면, 물질적인 것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죠.
제가 말했잖아요.
겉모습은 같지만, 안에는 엉망이라고요.
이러면... 마지막 임무 보고도 완성했어요.
전자 파일이 지휘 센터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 걸 확인한 시카는 단말기 가상 스크린을 껐다.
수고했어. 시카.
아이라가 더 고생했죠. 예술 협회에도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을 텐데, 이렇게 시간 내서 절 도와주시잖아요.
난 대장이니까, 내 일이기도 하지.
하지만 오늘부터 이 소대는...
결과만 놓고 보면, 아이리스 월블러의 첫 번째 임무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아이리스 월블러는 컨스텔레이션의 조사 임무를 마쳤고, 이 도시를 회수했다. 이건 인간의 지상 재건 계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대원 중에서 레나는 행방불명이고, 트로이도 "보호 관찰"이라는 이유로 소대에서 전출됐다.
오랜 세월 잠복해 있던 세력들이 이번 임무로 컨스텔레이션에 모였다. 공중 정원의 각 세력은 각자의 입장에서 싸우기 시작했고, 사건의 중심인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는 자연스럽게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결국 더 큰 소동이 일어나기 전, 아이리스 월블러는 "무기한 활동 정지"라는 처분을 받게 됐다. 소대의 편성은 앨런의 노력으로 보류됐지만, 당분간 그 어떤 지상 임무 리스트에도 아이리스 월블러 이름은 올라가지 못하게 됐다.
사실 해체나 다름없어요. 아이라. 전 날 때부터 소대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체질이었던 걸까요?
시카는 이 소식을 들은 후 가장 낙심했던 사람으로, 쓴웃음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웃었다.
괜찮아. 난 명줄이 길어서 쉽게 영향받지 않아.
그리고 소대 명의로 움직일 수 없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아이라는 요즘 컨스텔레이션 일로 바쁘죠? 예술 협회가 도시의 재설계와 재건 지도 작업을 맡는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약속했던 거니까.
세르반테스가 컨스텔레이션을 남긴 건, 지금의 우리가 미켈레 선생님을 초월하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고 싶어서였어.
그러니 당연히 도전을 받아들여야겠지!
로봇은 떠나기 전, 소녀를 불러 세웠다.
공중 정원이 이 도시를 정식으로 접수하기 전에 제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을까요?
정말로 컨스텔레이션을 우리에게 맡기려고?
당신들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남기로 결정한 로봇들에게 맡기는 겁니다.
전 예술 협회에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건 하카마와 스프너가 바라는 것이기도 해요.
물론이지! 로봇이든 인간이든 예술에 대한 열정만 가지고 있다면 모두가 예술 협회의 동료거든!
나랑 앨런 회장이 끝까지 책임지고, 그들을 잘 보살필게.
이 도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생각하셨던 방향으로도 완성되지 않겠죠.
황금시대는 지나갔고, 컨스텔레이션의 미래는 알 수 없어요.
그리고 "그"의 의지를 이어받은 예술 협회가 컨스텔레이션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갈지 저도 궁금하네요.
예술 협회뿐만 아니라 세르반테스도 이 도시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잖아.
그 말은...
당신이 만든 예술관 말이야. 당신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것들이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해.
당신은 자신의 사고, 질문 그리고 곤혹을 그곳에 숨겼어. 그래서 전시관에 들어간 사람마다 창작에 빠진 당신과 다른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
컨스텔레이션에는 세르반테스의 일부도 포함돼 있어. 이건 분명 미켈레 선생님께서 보고 싶으셨던 거였을 거야!
그런가요...
그럼,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을 계속하는 걸로 하시죠.
전 이미 제 답을 제출했어요.
당신들이 "컨스텔레이션"이라는 문제에 어떤 답안지를 제출하는지 보고 싶어요.
에헤헤... 다 완성될 때까지는 나도 잘 몰라.
우리도 미켈레 선생님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어.
그럼에도 결국 "다음 시대"로 나아갈 거야.
컨스텔레이션에 주어진 모든 기대를 실현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어.
컨스텔레이션의 건설이 끝났을 때, 인간과 로봇이 이 도시를 본다면...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결국 세르반테스는 레나의 일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라면서, 끝까지 레나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어.
어쨌든 세르반테스는 자칭 "악역"이니까요.
아이리스 월블러의 활동이 정지당한 지금 우리의 힘만으로 레나를 찾는 건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레나뿐만 아니라 트로이도요.
그리고 아이라가 찾고 있는 그 친구도요. 이번엔 놓쳤지만, 우리에겐 다음이 있잖아요.
그녀는 떠나는 걸 선택했어. 그렇다는 건, 그녀에겐 떠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걸 의미하지.
하지만 난 그녀의 신호를 찾는 걸 멈추지 않을 거야. 그녀도 자신이 봤던 풍경을 내가 봐주길 바랄 거야.
네.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서 방관자였던 그녀가 우리 앞에 선 걸 거예요.
아이라. 우리 함께 힘내요.
시카가 웃으며 손을 내밀자, 아이라도 하이파이브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러 가야겠어.
잘 가. 아이리스 월블러 지휘관.
구조체와 그녀의 지휘관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꿈처럼 짧았던 만남은 끝났고,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만남으로 그녀들의 인생 궤적엔 작은 변화가 생겼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아졌다.
하지만 이 또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막 시작됐다는 걸 의미했다.
장편 만화가 일단락되면, 캐릭터들은 각자의 길을 가다가 새로운 챕터에서 다시 집결하게 된다.
지금 그녀들은 각자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리고 언젠간 이곳에 모두 돌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녀들은 지금보다 발전된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앨런, 현재까지의 결과로 본다면, 이건 나쁜 수 같은데요.
당신은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를 지상 재건 계획의 계기로 삼았지만, 맞닥뜨릴 장애물을 과소평가했어요.
가장 큰 공공의 적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위협 때문에 모인 동맹은 곧 분열될 수밖에 없어요.
"전후의 새로운 세계". 이건 200년 전 세계 대전 이후,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거대한 케이크일지도 모르죠.
전쟁 중에 침묵을 지키던 진영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 예술 협회 세력은 너무나도 약해요.
바람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우린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어요.
아이리스 월블러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였어요. 설령 소대의 편성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당신이 예상했던 것과 같은 그런 작용을 발휘하기 힘들 거예요.
월리스 참모장님, 당신의 말이 맞아요.
지금의 인간에게 아이리스 월블러의 출현은 너무 일렀어요.
의회가 할 수 있는 지원은 한정돼 있어요. 지상 재건 계획은 분명 대규모의 제로섬게임이 될 거예요.
뛰어난 바둑 기사만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고,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상"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월리스, 당신은 이런 규칙을 좋아하나요?
참모부의 역할은 인간이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상세하게 계획을 짜는 거예요.
굳이 말하자면, 전 계획을 방해하는 그 어떤 요소도 싫어해요.
저도 그래요. 다만 이런 치밀한 꼼수 싸움에 서투를 뿐이에요. 그냥 순수하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아이리스 월블러를 설립한 것도 그중 하나였고요.
당신이 이렇게 순수한 이상주의자인 줄은 몰랐네요.
하하, 예술 협회 본부장이잖아요. 여전히 인간은 선량하다고 믿고 싶거든요.
전 아이리스 월블러의 성공을 바란 게 아니에요. 아이리스 월블러가 하나의 신호, 먼 미래에 묻을 씨앗이 되길 바랄 뿐이에요.
언젠가 아이리스 월블러는 동일한 소망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으로 싹을 틔울 거예요.
당신의 생각은 너무 단순한 것 같아요.
입구에서 한참 기다리던 젊은 지휘관이 앨런의 말을 듣고 말했다.
어서 들어오게.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그럼, 전 먼저 일어설까요?
아니요. 이건 예술 협회와도 관계가 있으니 있으셔도 돼요.
지휘관의 보고서를 받은 월리스는 습관적으로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의 진급 명령을 거절한 게 이번이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군. 자네 업적이라면 사령부에서 중요한 직무를 맡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로 현재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자기 영향력을 더 잘 활용해야 하네.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한정적이다.
하하, 역시 아이라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다르군.
그레이 레이븐 소대... 어떤 의미에선 너희들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게 시작되지 않았겠지.
자네들의 앞으로가 기대되는군.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Video: 3주년 S아이라 버전_스토리 애니메이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