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야기의 마지막에 토끼는 어떻게 됐어?
토끼들은 달에 남게 됐어.
그럼, 달에 남겨진 그들은 뭘 했을까?
뭘 했냐고? 그야... 토끼들은 당근을 좋아하니까, 달에도 당근을 엄청 많이 심었을 거야.
응! 그다음에는?
그 후로 토끼들은 달에 당근을 심기 위해 땅을 팠어. 계속 파다 보니 갑자기 땅에서 당근 사신이 나타난 거야! 먹이가 된 당근들의 원한이 당근 사신을 만들어 낸 거지!
사신! 그다음에는? 그 토끼들은 어떻게 됐어? 당근 사신한테 잡혀먹었어?
그게... 그러니까, 아, 맞다! 그 토끼들은 당근 사신을 저항하기 위해, 협력해서 강철 토끼호라는 로봇을 만들어서 당근 사신을 반격할 준비를 했어.
토끼들 엄청 멋지네! 그다음에는?
어, 그게 말이지... 맞다! 루나야, 이제 잘 시간이야. 이야기는 내일 들려줄게.
언니, 내일도 이야기 들려줄 거지?
물론이지. 우리 루나 착하지? 어서 자.
응. 루나는 착하니까. 언니도 잘 자!
그래. 잘 자, 루나. 좋은 꿈 꾸고, 내일 봐.
광폭한 중력파는 작은 실험실을 계속해서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 빈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폭발의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이 계속 떨어지면서, 거대한 Ω 무기도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잔해 속에 매장됐다.
오랫동안 이곳에 갇혀있던 대행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부서진 영점 에너지 엔진은 중력파의 소용돌이 중심에서 눈부신 푸른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옆에는 중력파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아 보이는 백색 그림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영점 에너지 엔진의 근처에 붙어있던, 창백한 살덩어리는 순백색 소녀를 휘감고 싶다는 듯 꿈틀거렸다.
너도 만들어질 때부터, 뒤틀려 버린 가여운 창조물이구나.
루나는 그것이 자신을 휘감도록 내버려 뒀다. 하지만 루나와 접촉한 순간, 진홍색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영점 에너지 엔진의 푸른빛이 점점 순백에 가까워지면서, 중력파가 곧 폭발해, 지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가져온 순수한 파괴의 힘인 건가? 그럼, 내가 이 힘을 한 번 사용해 보지.
루나는 오른손을 들어, 달 표면 기지의 모든 퍼니싱을 자신에게 모았다.
농도 짙은 퍼니싱이 조금씩 단단한 구형의 껍질로 이중합되면서, 부서진 영점 에너지 엔진과 루나를 함께 감쌌다. 그리고 무질서하게 퍼지면서, 파괴하던 중력파가 조금씩 루나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래.
루나는 상처투성이가 된 오른손으로, 바보 개구리 장식을 살짝 쥐고 가슴의 가장 안전한 위치에 얹었다.
한곳으로 모인 중력파는 퍼니싱 구체를 서서히 떠오르게 하더니, 눈 부신 빛으로 변한 뒤 사라져 버렸다.
황야에서 외롭게 걷던 백발의 소녀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뒤, 조용히 그 자리에 섰다.
그녀는 무슨 소리라도 들은 듯, 고개를 들어, 새벽녘이 다가오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잠시 후, 하늘에 유성 하나가 갑작스레 나타났고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루나...
승격자 알파는 당황한 듯, 두어 걸음 걷더니, 해가 뜨는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