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9 여명의 경계 / Story
카레니나가 동력 실험실에 돌아오자, 뒤쫓아 온 정비 부대의 멤버와 부상당하지 않은 쿠로노의 연구원이 모두 모여 있었다.
부상자를 돌보고 있던 아합은 카레니나가 돌아오자, 매우 기뻐했다.
카레니나 님? 이쪽 부상자들에게는 이미 응급처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침식체들은...
아합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카레니나가 아합의 소매를 강제로 잡아서, 끌고 갔다.
마침 잘 됐다. 이리 와봐! 정말 급한 일이 생겼어.
아합을 끌고 가던 카레니나는 바로 콘솔로 향했다. 그리고 콘솔 앞에 도착했을 때, 어떤 사람이 제어 패널에서 빠르게 데이터를 검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야, 카레니나,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영점 에너지 엔진이 제어 불가 상태가 됐을 거야. 그건 알고 있는데, 혹시 원격으로 정지시킬 방법이 없어?
테디베어는 고개를 저으며, 콘솔의 상황을 투영했다.
엔진에 연결된 중계기가 콘솔의 요청을 거부했어. 퍼니싱에 침식된 것 같아. 그러면 원자로의 에너지 공급을 프로그램으로 차단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너도 할 수 없다고?
그래. 나도 할 수 없어. 화가 나긴 하지만,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못하는 건 인정하는 수밖에...
테디베어는 한숨을 내쉬며,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냥, 우리가 수동으로 꺼보는 건 어때?
이미 시도해 봤어. 주변 구역에 강한 중력파가 있어서, 끄기는커녕, 접근하기도 힘들어.
너도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내가 널 밖으로 던지는 건 할 수 있으니까, 네가 잿더미가 되기 전에, 손으로 끄는 거야. 어때?
카레니나 님, 당신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요약해 보면, 영점 에너지 원자로의 제어 중추는 퍼니싱에 침식당했고 제어 불가 상태가 됐어. 그래서 영점 에너지가 끊임없이 주입되는 상황에서 엔진이 폭주했고 그래서 중력파가 어느 순간에 이 달 표면 기지를 전부 뒤집어엎을 수 있게 된 거야.
아합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가 봐도 이대로 가다간 어떤 최후가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아합, 중계기를 우회해서, 영점 에너지 엔진을 바로 정지시키는 방법을 알아?
불가능합니다. 영점 에너지 원자로에는 최고 레벨의 보호 장치가 설정돼 있어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할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테디베어, 중력파가 여기까지 퍼지는 데 얼마나 걸려?
중력파는 확산하지 않고, 오히려 수축하고 있어.
테디베어의 대답을 들은 카레니나는 잠시나마, 위기를 넘긴 것 같아 기뻐했다. 하지만 테디베어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더 심각해 보이기까지 했다.
좋아하긴 너무 일러. 중력파의 수축은 밀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발생한 거고, 영점 에너지 원자로로 향하는 에너지 공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쉽게 말하면, 효율이 상승한 원자로는 더 많은 퍼니싱을 생산시키게 돼. 그러면, 더 많은 제어 중추를 침식시킬 거고, 침식 때문에 제어 불가 상태가 되는 원자로 어레이가 더 늘어나게 되면, 결국 모든 원자로 어레이가 과부하 상태의 효율로 작동하게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엔진이 더 심각하게 폭주하겠지.
계산에 따르면, 이 엔진이 일으킨 중력파 진동은 달 일부를 충분히 붕괴시키고도 남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 거대한 질량의 붕해물이 움직이는 궤적을 계산해 보면,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에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카레니나는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파괴의 비를 맞게 된다면, 얼마나 절망적으로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 우리는요?
참나, 뭘 더 물어?
아합은 침을 삼켰다. 조금만 상상해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제일 먼저 우주 쓰레기가 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영점 에너지 엔진이 폭발하기 전, 중력파가 끊임없이 수축하는 중에, 우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원자로에 접근할 수 있어.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원자로를 파괴해 버린다면, 자연스럽게 중력파는 멈추게 될 거야.
이미 축적된 중력파를 모두 상쇄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할 수 있는 최선이야.
그렇다는 건, 영점 에너지 엔진을 파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카레니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이곳 사람들을 비롯한, 지상의 무고한 인간을 위해서라도 이것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때, 인간의 우주 항행을 상징했던 희망이며, 황금시대의 인간이 가진 최고의 기술로 이룬 결정의 열매를, 자신이 정말 파괴할 자격이 있을까?
아합 아저씨, 이곳에서 공중 정원에 통신 연결할 수 있어?
제가 드린 ID 카드를 사용하면, 공중 정원에 연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방금 제가 시도해 봤는데, 교란이 심했습니다.
퍼니싱이 송신기까지 침식시켜서, 신호 교란이 크게 발생하는 거 같아.
단방향으로 메시지를 전송한다면, 괜찮을 거야. 테디베어도 현재 발생한 상황을 보고서로 정리하도록 해.
난 진작에 정리해 뒀지. 통신 신호가 곧 차단될 것 같으니까 서둘러.
결심한 카레니나는 아합과 테디베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중 정원과 통신을 연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