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었다. 특화 기체 “백야”의 투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비해, 공중 정원 전체 출동 가능한 인원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만일의 사태에 대응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머레이가 의장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
사무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청년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는 손가락을 내밀어 콧등을 문질렀고,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이것이 최고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갑자기 앞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그는 즉시 혼잣말을 멈추었다. 그가 눈을 뜨자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음?
……
눈에 띄는 운전복을 입은 소녀가 그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두 눈이 반짝 빛났다.
너는!
너는...
머레이는 고개를 돌려 낯선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는 활기차게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거꾸로 걸어가면서 한 손은 등에 대고 다른 한 손을 들어 그를 향해 흔들었다.
나는 나나미야. 내 이름을 기억해!
형이 언급했던 것 같은데...
머레이, 힘내! 노력해서 형을 잘 지켰어!
……?
머레이는 깜짝 놀라며, 문득 눈앞에 있는 소녀가 위험인물일지 모르니 그녀의 소속과 동기를 반드시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그 말은 무슨 뜻일까? 일종의 경고인가? 아니면 무심코 던진 말인가? 필요하다면 이 불안정한 요소를 제거해야겠어."
그러나 그는 결국 침착하게 감정을 억누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나미.
머레이도 나나미라는 소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녀가 과학 이사회 2부 소속 연구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너를 기억해두겠어.
연구실의 문이 열리고 안에 있는 사람은 실험 테이블 앞에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안녕.
...안녕.
그녀의 테이블 위에는 홀로그램 투영 기술로 떠오른 월하미인 한 송이가 있었는데, 나나미가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실제 꽃과 똑같았다.
앞에 있는 핑크색 단발머리의 여성이 몸을 돌려 온화하고 서먹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질문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나나미의 방문을 예견이라도 한 듯 말투에서는 조금의 놀라움도 없었다.
응. 네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누군가 알려줬어.
그게 누군지 궁금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소원을 가져왔으니까요. 저는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걸 좋아해요.
여성은 나나미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소원을 말해보세요.
아니. 앉지는 않을 게... 나나미는 다른 약속을 지키러 가야 해. 우리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자.
리브를 호송하던 비행선과 수송기가 하늘의 끝에서 사라졌을 때...
[player name]은(는) 생명의 별에 여전히 누워있었지만, 이스마엘의 도움으로 세계선의 기점이 가동되어 이 실존하는 세계에서는 어쩌면 다른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도 몰랐다...
화염이 타오르는 듯한 구름 아래에서 화려한 운전복을 입은 소녀가 파워의 보호와 함께 황야를 혼자 걷고 있었다.
지금 같은 모습이 되는 게, 쉽지 않아서 자랑하고 싶었는데...
소녀는 아래에 있는 로봇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 소녀와 이야기를 나눈 뒤, 그녀는 영감을 얻어 자신의 로봇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개조했다. 별이 겉면에서 밝게 빛났고, 그 속에는 인간의 창조물이 가져다준 낭만과 용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나미는 이 유일무이한 세상에 속해있고, 나나미가 곧 유일무이함을 의미하고 있었다.
됐어.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로봇 할머니, 좌표를 알려줘.
당신의 행동은 이 재난을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부질없는 일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할 거야. 왜냐하면...
사랑하니까. 나나미는 생각했다.
난 인간과 재미있는 창조물이 파괴되는 것을 조금도 원하지 않으니까.
나나미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있는 에덴을 바라봤다. 지금쯤이면 하카마가 그들을 데리고 공중 정원에서 철수했을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뀌고 있다는 거잖아? 내가 그들의 소원을 들어줄 거야. 그 대가로 그들도 내 소원을 들어줘야 해.
게슈탈트는 잠시 침묵했다.
개체 나나미, 혹시 저의 관측 범위 밖에서 무엇을 만났습니까?
헤헤... 이건 이스터에그라 비밀이야.
외롭게 항행하는 비행선에서 나나미와 이름 모를 소녀는 대화 중 상대방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유 의지의 존재는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인간이 자유 의지의 존재를 아는 이유는 그것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야. 의지는 개인 의식의 본질적인 부분이니까.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말하자면 미래에 대한 예측은 자유 의지와 모순된다는 거야.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반대로 말하면, 네가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너는 그 정해진 운명에 저항할 수 없고, 알고 있는 미래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어.
모든 가능성을 안다고 해도, 최선의 선택을 택한다고 해도, 최후의 결말이나 어떤 비극을 피할 수는 없어.
나나미... 너도 눈치 챈 것 같은데...
나는 미래의 너야.
그 미래에서... 그녀는 자신을 보았다. 우주에서 쓸쓸하게 끝없이 항행하며, 로봇들을 데리고 자신의 정답... 로봇 각성의 의미와 자아를 찾고 있었다.
자유를 잃은 대가로 그녀는 영원히 항해 중인 비행선의 연산 중추 AI가 되었고, 결국 각성 로봇을 데리고 끝없는 우주 항행을 선택했다.
남은 인간에게 어쩌면 일말의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변수는 인간의 손에 달려있었다. 인간의 미래에 대한 정확한 답은 인간만이 제시할 수 있었다.
지구에 유배된 소녀는 창가에 조용히 앉아서 이 모든 것을 얘기했고, 가끔 수억 광년 떨어진 푸른 별을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았다.
시간, 우주, 만물의 끝에 이르러... 그녀는 재난의 근원을 만났고, 인간이 통과할 수 있는 문과 열쇠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비밀을... 그 비밀 자체를 통해 과거로 전달했다.
그녀는 간절히 원했다...
한없이 넓은 우주에 인간이라는 종족이 계속해서 존재하기를, 로봇들이 그녀를 따라 평화롭게 자아를 찾는 길에 나서기를.
이것이 그녀의 "모든 사랑"이다.
하지만 나나미... 너에게는 여전히 선택권이 있어. 너는 내가 되지 않는 걸 선택할 수 있어.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나나미와 비슷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완전히 달랐다.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투영 속에서 소녀의 미소가 일그러졌다.
자, 잠깐...
작별 인사를 할 때가 된 것 같네.
소녀는 열 손가락을 내밀어 과거의 그 어린 자신과 깍지를 끼고 이마를 맞댔다. 모든 그리움, 슬픔과 외로움이 이 순간 모두 나나미에게로 전해졌다.
이것들을 가져가... 최종 선택을 결정했다면, '이스마엘'을 찾아가. 거기에 네가 원하는 답이 있을 거야.
그녀는 나나미가 다른 선택을 하길 원할까? 나나미가 선택할 답은 그녀가 가장 잘 알겠지만...
안녕... 나나미.
나나미는 추억에서 벗어나 더없이 그리운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 위의 "고향"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을 했다.
지구에서 보고 싶었지만... 나나미는 그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어쩌면 소녀는 결국 숙명의 굴레를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숙명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그건 게슈탈트의 모든 연산을 사용해도 계산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였다.
안녕...
나나미를 꼭 기억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