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6 영야태동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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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4 소리 없는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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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인간형 생물체가 풀리아 삼림 공원 전장을 떠난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통신에 언급된 대형 수송기는 결국 이중합 모체 샘플을 회수한 각 소대 앞에 잔해의 형태로 불시착했다.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조종사를 겨우 구해내고 도보로 지상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걸어도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여과탑은 무너졌고 시험 밭은 불타버렸다. 공기 중에는 인간이 백린탄에 맞아 살이 타는 듯한 악취가 진동했다.

퍼니싱이 일으킨 재앙은 지상 각지에 나타났다. 지상에서 철수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방어선과 보육 구역을 포기하고 전선을 전선에서 계속 후퇴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재건한 집을, 무기 장비를, 모은 응급 물자를 포기했다. 어렵게 일궈낸 모든 것을 생존을 위해 포기했다. 철수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생존자들을 수색했다.

……

리브는 중상을 입은 생존자를 부축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투에서 이미 온몸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 리브는 계속 전진했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기체에 손상을 주고 있다. 발바닥이 아프면서도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몇 번째지……

리브는 [player name]와 다른 멤버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다시 구조의 최전선으로 돌아왔다.

흐릿해진 의식 때문에 리브는 응급 구조나 부상자 이송을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중상 생존자

저…… 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생존자는 나약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말투로 마지막 부탁을 했다. 리브는 서둘러 그를 폐허 속에 얼마 남지 않은 급수소로 데려갔다.

그러나 이들 앞에 나타난 급수소의 물은 이미 탁해졌고, 어깨 위의 생존자는 고향의 샘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한 순간에 삶과 죽음으로 나뉘었다.

순식간에 리브의 곁에서 한 생명이 조용히 사라졌다.

리프는 상대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응급 처치를 했지만 저승사자의 날카로운 낫에서 그를 구해내지 못했다.

음……

의무병이 된 뒤부터 리브는 죽음과 이별과 늘 함께 해온 리브는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이미 익숙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도 그녀는 전사자 명단에 오른 이름 하나하나와 생명을 잃은 절망을 기억하고 있었다. 리브는 무자비하게 목숨을 빼앗아 가는 저승사자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기다리고 있다. 리브는 마음을 가다듬고 기계처럼 폐허 속을 다시 수색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다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계속……앞으로 나아가야만 해……

리브는 퍼니싱이 여전히 지상에서 기승을 부리는 한 그 누구도 슬픔과 고통 때문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영원히 고독해지는 죽음만이 이 절망적인 현실을 치유하는 유일한 약일까?

날카로운 기계 부품에 의해 리브의 인공 피부가 도려지고 피부 아래 기계 골격이 드러났다. 장시간 부상자를 운반하는 바람에 리브의 양손에서는 불꽃이 튀고 있다.

리브는 잔해 밑에 묻혀 있던 부상자의 얼굴에서 먼지를 털어냈다. 아직 어린 구조체다. 그녀의 눈처럼 새하얀 단발은 불에 타 검게 변했고 끈적끈적한 순환액과 피가 묻어 더러워졌다.

집…… 집에 가고 싶어요……

응, 괜찮아…… 언니가 집에 데려다줄게.

눈앞의 소녀를 보고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 속에서 리브는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앞에 있는 소녀를 위로했지만, 홀로 남아 도시를 파괴하는 대형 침식체를 마주해야 했다.

소리 내면 안 돼. 언니가 셋을 세면 언덕 쪽으로 달려가, 알았지?

소녀는 리브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오래전에 군대가 지금처럼 계속 패하면서 지키던 많은 곳을 포기해야만 했다.

군대 갈 나이 또래의 자신과 비슷한 백발의 머리를 가진 어린 소녀를 철수 도중에 구해냈다.

구조체로 개조돼 절망의 전장에 발을 들여놓은 이 소녀를 보며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리브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내가 정말 그녀를 구한 걸까……

지난번에 만났을 때 이 어린 소녀는 자신의 두려움과 공표를 솔직하게 표현했던 살아있는 생명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이미 자신처럼 차가운 구조체가 돼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고 있다.

절망적인 전장에서 그녀를 구해냈지만, 지금 그녀는 끝없는 싸움에서 상처를 입고 죽음에 직면해 있다.

죽음을 앞두고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때처럼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일까?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었다면, 중간에 받는 고통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을 텐데.

정말 내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나의 행동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일까?

저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바다, 이것은 과연 구원이었을까?

그녀뿐만이 아니야……

한스 총 지휘관님…… 시몬 지휘관님…… 루시아…… 리…… 그리고 [player name] 지휘관님도……

모든 사람들이 군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것을 잃었다.

전쟁터에 바람이 불며 발 소녀의 품에서 수국꽃 씨앗 한 봉지가 리브 앞으로 떨어졌다.

이 씨앗을 심으면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를 맺을까?

답은 아무도 모른다. 씨를 뿌릴 사람도, 씨를 뿌릴 수 있는 땅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봉지는 불에 타서 심하게 훼손됐고 그 속의 씨앗은 피와 기름때로 물들었다.

리브는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를 보았다.

그녀는 이런 광경이 이 전쟁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통신에 의하면, 함락된 도시들은 방어선 안과 마친가지로 참혹했다.

지금 이 순간 지상의 모든 인류는 이와 같았다. 아딜레, 망각자, 항로 연합 그리고 수많은 청소부들, 인간들은 다시 뭉쳤지만 유대의 연결고리는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퍼니싱이 주는 깊은 절망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정말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산을 넘어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높은 산.

전쟁이 끝난 뒤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전쟁.

퍼니싱이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한 인류의 처지는 영원히 개선되지 않는다.

시지프스의 비극은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잠깐의 평화는 절망에 의해 쉽게 무너졌다.

인류는 어떻게 하면 이 절망의 윤회를 멈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