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의 개인 일기장을 제외하고 사무실에서는 의미있는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건물에서 나와 다시 실외로 나갔다.
먼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동쪽에 걸려있던 먹구름이 바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빗방울은 쏟아지지 않았지만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도시 전체를 뒤덮고 파도 소리도 점점 더 거세게 울려 퍼졌다.
도시는 어느새 상당히 많이 잠긴 상태였다.
메인 도시의 도로에 서서 외각을 바라보았다. 비행장은 어느새 그 모습을 감추었고 위성 도시의 건물의 끝이수면 위로 보일 뿐이었다.
도시는 여전히 침몰되고 있어. 워낙 시간이 많이 흘러서 잠행 기능 장치가 아직 작동될지 모르겠어. 이대로 계속 가라앉는다면 수압에 모든 게 파괴될 거야.
지금 우리한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도시의 침몰을 멈추는 방법을 찾는 것과 다른 하나는 바로 원자로로 이동하는 거야. 도시가 침몰되기 전에 코어 자료를 찾아내는 거지.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들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그리고 우리에겐 이 도시를 하나하나 뒤질 여유가 없고.
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의 침식체는 분명히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았다.
침식체들 중 일부는 기지에서 일하는 청소 로봇이야. 위에 새겨진 표식이 아주 선명해.
또 다른 타입은…… 어디서 왔는지 잘 모르겠어.
이 침식체들은 최근에서야 이 근처까지 밀려들었을 거야. 저 로봇들이 퍼니싱을 이곳에 퍼트린 거지.
베라가 바닥에 흐트러진 침식체 잔해를 훑어보았다.
기지 내부의 로봇들은 침식 정도가 아주 낮아. 바닷물에 의한 부식도도 별로 높지 않고.
침식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야. 인간에 대한 공격도도 높지 않고.
하, 세상과 단절된 유토피아라 이건가? 아쉽지만 여기도 이제 곧 사라지겠어. 오랫동안 퍼니싱 오염에서 단절되어 있긴 했지만 결국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거겠지.
내가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여?
오해하지 마. 난 이곳에 그 어떤 감정도 없으니까. 여기가 파괴되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이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영점 원자로의 위치야. 방 하나하나 전부 뒤질 수는 없잖아?
젠장. 인간들은 전부 사라졌는데 왜 전자 차단막은 계속 작동하고 있는 건데.
베라가 바닥에 쓰러진 청소 로봇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 고철 덩어리들한테 물어보라고?
내부에 남은 로직 회로로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설명해.
얼마 후.
이딴 사소한 것에 능숙하다니. 같은 소대에 있던 리한테서 잔소리 좀 들은 모양인데?
어때? 파오스 수석님께서 고철 덩어리들과의 대화에서 뭐 좀 건졌어?
기지 내부의 모든 청소 로봇은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 데이터에 따라 로봇들의 순찰 노선을 계산해냈다.
데이터를 확인한 베라가 바로 눈빛을 반짝였다.
순찰 노선은 입체적인 "둥지" 모양으로 돼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새둥지를 만들 듯 복도와 파이프가 둥지의 "나뭇가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군…… 둥지 중앙에는 뭐가 있는 거지? 왜 하급 로봇들은 저곳을 피하는 걸까? 애초에 청소 로봇에는 센터의 평면도를 입력해 두지도 않았어.
보조기 로봇들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등급이겠지.
영점 원자로.
좋아. 그럼 이제 위로 가야 할까, 아래로 가야 할까?
전혀 놀랍지 않은 사실이네.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건…… 전자 차단막을 파괴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