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오스의 창 시스템을 통해 도식화된 가상 공간 생성>>>완료
영상 재생합니다.
가브리엘이 팔로 공격해오자 또다시 사슬 칼날로 막아낸 롤랑은 살짝 당황하면서 입을 열었다.
잠깐만... 설마 진심으로 날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
...흠.
가브리엘이 전투태세에서 벗어나자 롤랑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후 몸에 묻은 먼지를 대충 털어냈다.
그렇게 융통성이 없으면 여자한테 인기 없을걸?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난 루나 아가씨를 말하는 건데?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말하는 법 좀 배우는 게 어때? 공중 정원의 녀석들도 나의 매력적인 화술에 빠져들잖아. 내 말을 항상 끝까지 들어준다고.
제대로 쓰면 말도 무기가 되는 거야
그건 무능한 자들의 핑계일 뿐이죠. 정말 겸손을 모르는 녀석이군요.
그렇게 칭찬하니 부끄럽네.
……
전부터 네가 신경질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할 줄은 몰랐어.
...승격 네트워크의 대행자가 잘못된 길을 선택하면 승격 네트워크의 일원인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을 의무가 있습니다.
정말 충신답네. 루나 아가씨도 네가 승격 네트워크에 그 정도 충심을 바친 것을 알면 분명 대견스러워 하실 거야.
하지만...루나 아가씨가 하는 일은 언제나 이유가 있었어. 의심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그러는 거야?
당신은 의심한 적 없습니까?
난 루나 아가씨의 힘을 믿어.
믿는 겁니까? 아니면 두려워하는 겁니까...
……
오셀럼, 그리고 영화의 샛별의 일이 끝난 후에는 대체 어딜 갔었죠?
당연히 평소처럼 새로운 "사냥감"을 찾으러 갔지.
그리고 겸사겸사 내 호기심을 채웠을 뿐이야.
그건 루나 아가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도 되는 것이었습니까?
...이런.
그쪽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롤랑.
...어쩔 수 없네.
롤랑이 외투의 주머니에서 한 오래된 저장 장치를 꺼내 가브리엘에게 던졌다. 그러자 저장 장치는 곡선을 그리며 가브리엘의 손으로 떨어졌다.
백업해두지 않았으니 힘을 잘 조절하도록 해!
이 안에는 뭐가 들어 있죠?
쇼메의 모든 연구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정보일 뿐이야.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루나 아가씨는 쇼메의 연구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았거든. 그래서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알고 싶었어.
그녀가 추구하는 것이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와 서로 충돌한다면...
롤랑이 말소리를 줄였다. 그 말을 들은 가브리엘은 다시 시선을 돌려 롤랑을 쳐다봤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잠시 후 롤랑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손에 넣은 코어는 어떻게 쓸 생각이야?
다 쓸 데가 있습니다.
...알고 싶다면 따라오십시오.
말을 마친 가브리엘은 뒤돌아 떠났다. 롤랑은 뒤에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거뒀다.
아무래도... 나도 진지해져야겠네.
이중합 코어를 둘러싼 빨간 늪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파동을 일으키며 증식했다. 뻗어 나온 부분이 가브리엘의 발에 살짝 닿았는데, 혼돈스러운데도 온순했다.
혼돈스러운 핏빛 늪지에 "무언가"가 계속 형태를 구축하면서 무너지고 다시 새로운 형태로 구축됐다.
……
나쁘지 않네. 꽤 활기찬 걸?
이게 네 그 애완동물들이랑 뭐가 다르다는 거야? 계속 재조립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물은 이중합 코어가 바로 저 안에 있습니다. "저것"은 궤도 이합체처럼 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현재 퍼니싱이 발전하고 변화한 생물 중에서도 최상위 존재로 진화한 것이죠.
재조립 중인 건 가장 적합하고 강한 형태를 취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원래 생물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더 강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법이니까요.
예를 들어... 루나 아가씨라던가.
우리의 계획은 멈춘 지 너무 오래됐습니다.
그쪽이 한 말 중에 하나는 맞더군요. 확실히 루나 아가씨는 요즘 좀 이상합니다.
현재에 만족하기 시작했죠. 이건 대행자로서 옳지 않습니다.
승격자에게 있어서 그건 역행하는 것이자 멸망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자신의 사명을 다시 깨달을 수 있도록 말이죠.
이걸로?
전 지금까지 순수한 힘만을 쫓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 그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나아가면 머지않아 제가 쫓는 답을 얻을 수 있을겁니다. 그때가 되면...
거기까지 말한 가브리엘은 입을 다물고 눈앞에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재조립되는 "생물"을 주시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데, 알파는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그녀는 눈앞의 것만 보고 있습니다. 승격 네트워크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루나 아가씨도 그것을 바로잡지 않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언니를 되찾았으니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겠지. 평범한 가족처럼 지내기만을 바랄 거야. 루나 아가씨다운 생각이잖아?
하지만 그런 무의미한 감정 때문에 대행자로서의 의지가 흔들리게 된다면, 그것을 "바로잡아"야합니다.
승격 네트워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전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습니다.
……
신기하네. 네가 그렇게 초조해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아.
모든 것은 승격 네트워크를 위해서입니다.
알았어. 알파는 내가 처리할 테니 그 다음은 네 방법대로 해봐.
계획이... 순조롭기를 빌게.
이제 확신할 수 있겠습니다. 역시 "적조"는 승격자와 관련이 있는 거였군요. 설마 이중합 코어로 그런 짓을 할 줄은...
전투 중에 얻은 적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이합 생물은 모두 뚜렷한 생물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외형, 습성을 포함해... 초기 지구 생물의 진화 과정을 모방하고 있어요.
"적조"가 지구 최초의 바다에 가깝다고 하면, 이합 생물은 바로 그 바닷속에서 진화하는 생물이에요.
아직 "적조"와 이합 생물이 형성된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이중합 코어가 추락한 후에 시작된 건 분명해.
이런 진화 속도라니...창조자가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이합 생물 자체의 의지라면 침식체보다 더 성가신 적이 될 거야.
...언젠가 저것들도 사람처럼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될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합 생물의 진화 정도를 보면... 잠깐.
지하에 들어서기 전에 감지된 그 대형 이합 생물의 반응은 설마...
리브는 고개를 저었다.
지하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감지됐고, 지금은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아요.
이게 그 "미완성된 비장의 카드"인가... 아무래도 승격자가 비밀을 숨겨둔 곳을 찾은 것 같네.
영상에서 가브리엘이 키운 "생물"은 아마 밑의 대형 이합 생물과 깊은 관계가 있겠지. 너무 순조롭다 보니 오히려 뭔가 이상한 것 같군...
함정이라도 상관없어. 적조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거기에 그런 대형 이합 생물까지 더해지면...
네. 지금은 망설일 때가 아니죠.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게 있어요... 가브리엘과 롤랑이 루나 몰래 무언가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해가 되지 않아요. 가브리엘과 롤랑의 목적은 대체 뭐죠?
지금 파악한 자료로는 판단할 수 없어.
하지만...롤랑과 가브리엘이 루나에게 의심을 품게 된 건 확실해.
그들이 루나를 배신할지는 모르지만...
……
루시아?
배신인가...
의식의 바다에 무언가가 솟아오르려는 것 같았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끊임없이 들끓어 오르는 무시할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은 대체 뭘까?
마치 전에 누군가가 자신이 바친 신뢰와 의지를 망설임 없이 깨부순 것처럼...
모두...
네... 알겠어요. 감사해요. 지휘관님.
루시아는 고개를 숙여 칼을 쥘 때 쓰는 오른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무언가 붙잡으려는 것처럼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주는 동료와 자신을 무조건 믿어주는 지휘관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한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루시아가 존재하는 거였다.
하지만 루나는 그때부터... 줄곧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