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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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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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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경로를 따라 나아간 네 사람은 무너진 폐허를 벗어나 높이가 다른 버려진 공장에 들어섰다.

대략적인 상황은 이미 파악했습니다. 혹시 뭔가 있다면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그것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근처에 지인이 있어서요. 형을 알고 있으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이 도움을 줄 겁니다.

지휘관님은 저희 형 옆에 잘 붙어 있으면 문제없을 거예요.

지인? 중도 재난 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 지인이 있다고?

이번에 부대를 따라 내려온 사람이 많으니 그 중에 지인이 있는 것쯤은 이상하지 않지.

………………

폐허에서 탐색하는 건 체력이 크게 소모돼. 방호복의 강화 부품과 보안 단말기가 모두 무겁잖아? 많은 지휘관이 중도 재난 지역 근처에서 오래 움직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형도 형의 지휘관에게 휴식을 제대로 취하라고 하는 게 좋을 거야. 아무래도 앞으로 많은 돌발 상황이 일어날 것 같으니 지휘관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야만 만반의 태세로 대비할 수 있어.

머레이는 거기까지 말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네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통신을 끊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싸웠으니 확실히 지휘관님도 쉴 때가 됐죠.

지휘관님...

리브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행은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오후의 햇볕이 네 사람의 등을 따뜻하게 감쌌지만, 적조가 남긴 것들이 둘러싸면서 전의 그 기묘한 시선이 여전히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근처에 무너지기 직전인 빌딩이 숲을 형성하고 있다. 높이가 다른 빌딩이 구름과 어우러지면서 탐색자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버려진 공장의 그림자 아래에는 크고 작은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대부분이 누군가가 열어본 상태였다.

상자에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요.

리브는 앞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길가에 쌓인 상자를 주워 살펴봤다.

이 구역은 청소부들이 이미 여러 번 뒤졌을 거야. 그러니 가치 있는 물건은 없을걸?

청소부는 보통 물자에 집착하니 단서는 그들이 지나친 곳에 있을지도 몰라.

어, 저건 뭘까요?

옆에 쌓여 있는 상자를 향해 달려간 리브는 어느 상자의 이중 칸에서 오래된 책을 한 권 찾아내 그것을 든 채 다시 달려 돌아왔다.

이 책은 보존하기 쉽도록 특수 가공되었지만, 기존의 주인은 그것을 보통 사람이 알아차리기 힘든 이중 칸에 숨겨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책도 결국은 너덜너덜해졌는데, 조금만 힘을 줘도 페이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책이군. 전자책의 원형이 바로 이거라고 하지. 황금시대의 사람은 옛날을 회고하거나 소장하기 위해 전자책을 실제 책으로 찍어 판매한다고 하던데, 이게 그 실제 책인가 봐.

책을 손에 넣은 네 사람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루시아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리브가 손에 든 책을 흘겨봤는데, 아무래도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책에는 뭐라고 쓰여있어? 단서라도 있어?

리브는 조심스럽게 퇴색된 표지를 펼쳤다. 그 사이에서 흰색 꽃잎이 그녀의 손 위로 떨어졌다.

이건...배꽃? 눌러서 평평하게 만든 상태여서 진짜 꽃인지 아니면 생체 공학 꽃인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꽃잎을 조심스럽게 돌려놓은 후 이 책의 제목을 읽어냈다.

<가면 라이더의 창조 전설>...?

리브는 빠르게 읽은 후 주변에 있는 세 사람에게 책 속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운명의 청년이 카드의 에너지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동료와 함께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한 내용을 생동감 넘치게 서술한 책이었다.

내용만 본다면 단서가 될 만한 건 없는 것 같네.

그래도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서로를 믿는 동료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싸우는 건 이야기든 현실이든 다 멋진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모두를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리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펼쳤다.

뒤표지에 끼워져 있는 종이에는 예쁜 글씨로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지구는 이미 수많은 재난을 겪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어떤 재난도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끝까지 버티며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 - 기증: 슈렉"

수많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어떤 재난도 가라앉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끝까지 버티며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

리브는 마치 구호 같은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손끝으로 끼어 있는 하얀 종이를 쓸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책을 눈앞으로 가져와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여기에 수정테이프가 붙어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책을 머리 위로 올리며 햇볕으로 끼어 있는 종이를 비추면서 수정테이프에 가려진 내용을 확인하고자 했다.

새로운 단서라도 있어?

고개를 리브 쪽으로 기울인 루시아는 수정테이프 밑에 숨겨진 휘갈겨 쓴 글자를 보았다.

"귀신도 안 믿는 그딴 글을 내 책에 적지 마!! 이 세상에 아직 희망 따위가 있다는 걸 누가 믿겠어!?"

………………

아무래도 단서는 아닌 것 같아요. 죄송해요.

리브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꽃잎을 책 페이지에 꼈다.

괜찮아. 어차피 길을 재촉해서 가다가 도중에 발견한 것뿐이니까.

단서는 없지만, 이 책의 주인은 이걸 많이 아낀 것 같아요. 다시 제자리에 돌려놔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인 리브는 그것을 발견한 방향을 향해 뛰어나갔다...

다녀왔어요.

좋아. 그럼 출발하자. 이제부터는 도중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 눈여겨보는 게 좋겠어.

다음에는 승격자를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니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게요. 전에 승격자와 싸우면서 지휘관님이...

세 사람은 이쪽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생각하기도 싫은 "휴가"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런 말은 공중 정원으로 무사히 귀환한 후에 다시 얘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색한 침묵이 네 사람 사이에 맴돌았다.

그... 이게 단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리브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 전에 온 적이 있어요...

그래? 너도 이곳에 온 적이 있어?

리도요?

예전에 수색 임무로 여기에 온 게 기억나. 하지만 내가 아직 쿠로노에 있었을 때의 일이라서 이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어.

네... 전 이곳에서 꽤 오래 머물렀었어요...

네. 그건 제가 구조체가 되기 전의 일이었죠. 당시 막 의무병이 된 저는 명령을 받고 부상자를 구하러 여기에 왔었어요.

리브가 손가락을 뻗어 남동쪽을 가리켰다.

바로 저 쪽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버렸을 거예요.

당시 반격하는 군대가 조우하게 된 침식체의 수가 상상을 초월해서 대부대는 부상자를 버리고 철수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사상자가 더 늘어날 뿐이어서.. 전 그곳에 남아 부상자를 치료하며 구조체 병사가 오기를 기다렸죠...

하지만 전...

그래?

하지만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 일로 구조체가 된 후로 지금처럼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됐으니까요...

모두를 도왔기 때문에 이렇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들어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리도 이곳에 임무를 수행하러 왔을 줄은 몰랐네요...루시아는요? 이곳에 온 적이 있나요?

루시아도 이곳에 왔다면 우리는 정말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거네요.

그런데 그 질문에 루시아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익숙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기억이 안 나..

설마 기체를 바꾸면서 이곳에 관한 기억을 잃은 건가?

그때...?

그럴 리가요. 전에 검사한 걸 봤지만 루시아의 의식의 바다는 손상을 입지 않았어요. 기억 데이터도 안정된 상태였다고요.

루시아의 기억 데이터는 아우 기체로 교체하면서 잃지 않았어요.

단순히 데자뷰일 수도 있어.

데자뷰라니?

이곳과 비슷한 곳에 간 적이 있어 익숙한 느낌이 든 게 아닌가 싶군.

하지만 그에 관한 기억이 없어.

아우 기체로 교환하기 전에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요?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루시아가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 확실히 기억이 좀 흐릿한 부분도 있어. 지금 생각해보니 정상은 아닌 것 같아.

그건 너희들이 합류하기 전 그레이 레이븐 때의 일이야.

가볍게 한숨을 내뱉은 그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하산 의장님과 아시모프가 떠나기 전에 알려준 이야기를 루시아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전에 기억을 일부분 숨겼다는 말인가요?

루시아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고민했다.

전 지휘관님의 결정을 믿어요.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일단 임무를 최우선으로 하죠.

게다가... 확인해야 하는 일도 좀 있고요.

괜찮아요. 루시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지휘관님과 만나기 전에 이곳에서 모두와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든 없든...

앞으로 우리 네 사람은 어떤 임무든 언제나 함께할 테니까요.

응. 고마워. 내가 걱정한 건 그게 아니지만... 네 말이 맞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레이 레이븐은 영원히 함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