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린을 돌려보내고 시간이 또 흘렀다.
마침 잘 왔어.
평소와 비슷한 표정이었지만 왠지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워낙 급한 상황이라 15초 안에 설명할게. 로린이라는 여자애 기억해?
다른 소대로 배치되고 업무 태도는 좋았지만 소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제대로 전투에 잘 적응하지도 못했어. 항상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것 같은 모습이었지.
몸에 난 상처는 쉬면 회복할 수 있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자연스레 회복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그래서 고위층 간부들은 그녀에게 그 기억이 그녀에게 남긴 트라우마가 너무 컸고 지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어.
아시모프가 직접 나서면 기억의 일부를 정확히 감출 수 있다고 하더라고.
…………
이야기는 순조로웠는데 말이야. 위로금에 대한 사항도 얘기가 끝났고 사인도 다 했었어.
그런데 시술을 받기 전 갑자기 결정을 번복하더니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어.
그녀는 투영 속 메일을 가리켰다. 방금 받은 메시지인 것 같았다.
전에 이미 데리고 온 전적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나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게 바로 로린의 좌표야. 보아하니 적조 근처에 있는 것 같네. 방호 장비는 이미 준비됐어. 서둘러야 할 거야.
로린의 위치를 따라 멤버들은 브리이타가 건넨 강화 방호복을 입고 적조를 향해 떠났다.
현재 목표는 적조 중간의 석판 위에 있습니다! 이미 고도로 침식된 상태입니다! 이제 곧 최고치를 돌파할 것 같습니다!
원거리 감시 안경의 도움을 받아 네 사람은 로린이 적조 사이에 튀어나온 석판 사이에 서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적색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위에는 적색 그림자가 둥둥 떠있었다.
속도를 더 높여야겠어요!
………………
네 사람은 가장 빠른 속도로 로린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적조의 허상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표정은 평소의 어두움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녀는 석판의 끝머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머나먼 바다를 넘어 들려오는 간절한 부름 소리를 들은 듯 로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
로린은 뭔가를 말했지만 그녀의 소리는 위로 튀어오르는 파도 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적색 바다를 사이에 두고 질주해 오는 요트를 향해 손을 흔들던 그녀는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래? 역시...
그 아이는 집행 부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내 부하였지. 뛰어난 인재는 아니었지만 성실한 애였고 실수도 없던 애였어.
너도 더 이상 슬퍼하지 마.
브리이타는 무거운 목소리로 날 위로했다. 그녀는 감시 안경에 녹화된 내용을 가리키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입모양을 봐봐.
로린은 너한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