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폭발로 인해 시멘트 파이프의 입구와 연결된 부분이 펼쳐지더니 납작하게 눌려져 버렸고 경사진 지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목표를 잃은 기습자는 옆으로 굴러 전속력으로 달리던 속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옆, 공기 속에서 비늘 모양의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인간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형체가 천천히 나타났다.
어떻게 하지? 아예 지하도 폭파시켜버릴까?
...그건 임무에 포함된 사항이 아니야. 지금은 일단 철수한다.
그래.
하지만 그자의 방문 기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어. 사령관님과 의장님이 요구한 ID 이외의 또 다른 검색 기록도 있었어.
난 하나만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야...듣고 싶어? V?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된다면 말이야.
쓸모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
배후가 뭔지에 따라 군사 법정으로 올라가거나 한밤중에 정화 부대의 손에 코어를 관통 당할 수도 있어.
어쨌든 이 모든 걸 깊게 파면 귀찮아질 거고, 파고들지 않으면 문제를 놓쳐버릴 거야.
그럼 말해.
쿠로노, 구조체 기술...두 거물급 인물의 디지털 사인.
너도 알잖아. 일반 집행 부대는 물론 특공대마저 쿠로노를 건드리지 않아.
의회 기밀을 불법 유출한 죄명이면 한밤중에 안대를 씌워 지하실로 데려가 처리되는 게 그나마 가장 자비로운 처리방식이야.
만약에 V가 그렇게 된다면 미안하지만 바로 너와 관계를 끊을 거야.
상관없어.
됐다. 네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변덕쟁이가 어떻게 죽든, 난 슬퍼하지 않을 거야.
그게 아니었다면 성갑충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야.
본론으로 돌아가지.
쫓을까, 말까?
쫓을 방법이 있긴 해?
...아니.
네 머리는 사령관님의 개로 일할 때만 제대로 돌아가지.
네가 있잖아.
...그거, 내가 믿음직하다고 칭찬하는 걸로 이해할게.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믿음직스러운 건 사실이야.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할 거야?
………………
?
...어차피 너랑 하루이틀 같이 일한 것도 아니고.
다른 길은 이미 찾았어. 게슈탈트가 방어하는 구역을 조금 지나야 하지만...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