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과 로쿠하치는 힘을 합쳐 무거운 덮개를 치워버렸다. 위에 쌓인 먼지가 지하 공간을 향해 쏟아졌다.
먼지가 가라앉고 지하 조종실의 스크린이 은은한 녹색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거 쓸 수 있을까?
내, 생각엔, 가능할 것, 같아. 적어도, 시도는, 해보자.
마틴은 로쿠하치의 확답을 듣고 일어서서 나나미를 불렀다.
어떻게 됐어?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안테나"를 찾은 거야?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로쿠하치 말로는 쓸 수 있다고 하던데.
그래, 해보자.
로쿠하치는 먼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스크린 위의 먼지를 닦아냈다.
마틴, 도와줘.
마틴도 로쿠하치의 말을 듣고 먼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인터페이스 단자가 연결된 케이블이 치켜 올라왔다.
?
연결해.
테스트해야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있어.
나나미는 케이블을 자신의 뒷목과 연결하려고 했다.
...넌 무섭지도 않아?
너희들은 나나미의 친구잖아. 나나미가 왜 무서워해야 해?
그럼, 시작하자.
나나미는 그 순간 자신이 지면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려다보니 공중 정원의 "어느 한" 풍경이었다.
이건...
이곳은 초산 내부 연산 구조를 구체화하여 형성한 가상공간이에요.
음? 그...래. 겉모습이 또 바뀌었네...
「나」의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정보지...맞지? 넌 항상 그렇게 말했잖아.
겉모습이 어떻든 "나"는 당신과 똑같은 또 다른 의지를 나타냅니다.
응, 메시지 받았어. 그래서 나한테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나미라는 "개체"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입니다.
나나미라는 개체는 이미 단순히 인간, 로봇, 구조체, 또는 침식체 중 어떤 것으로도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나나미는 모든 것의 중간형 같은 존재입니다.
또다른 의지는 나나미라는 개체가 자신이 선택해야 할 발전 방향에 대해 알길 바랍니다.
…………
나나미라는 개체가 의문을 가지는 이유를 알길 바랐습니다.
가면 라이더라고 알아?
관련 정보는 이미 검색 완료했습니다. 가면 라이더는 황금시대에 책, 영상, 장난감을 매체로 유행되었던 예술 작품 모음입니다.
...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면 라이더는 바로...하! 헙! 사이야의 변신상태야. 슝슝! 바닥에 암기와 폭탄을 투척하고 마지막으로! 적을 섬멸한 뒤 뒤돌아서서——
가면 라이더! 절대 뒤돌아서 폭발을 보지 않지! 하아!
나나미는 흥분하여 눈 앞에 상자를 향해 역대 가면 라이더의 변신 자세와 필살기 액션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은 전부 인간들이 생각한 거야.
그들이 정말 "도태"되어야 할 존재일까?
인류 문명의 결말에 대한 연산은 화서도 진행했고, 또 다른 의지도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1%의 오차도 없습니다.
네가 착각한 거야. 연산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고. 너도 내 머리가 별로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잖아...
난 그저 인간들이 창조한 물건들이 정말 정말 좋은 거 뿐이야.
조지.D.토로 감독의 <해양의 몬스터>도 있어. 그 영화에는 산처럼 커다란 인간형 로봇이 나온다고.
가면 라이더 같은 예술 작품 중에는 다른 스타일로 된 것도 있어!
그치고 초음속 권법! 전신전력 GIGA 파산패왕탄!
설령 너희들이 말한 것처럼 "그들"이 소멸되어 마땅한 존재라고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자들이 창조한 물건들도 이렇게 버려지는 건 원치 않아.
이게 나나미라는 개체가 유일한 최적화 결과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이유입니까?
분단에서 전송되던 말이 잠깐 끊어졌다. 신호가 지연되었거나 상대방이 잠깐 망설이는 것처럼 말이다.
진화의 유일한 답은 이미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나나미라는 개체는 여전히 무의미한 것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됐어, 네가 말한 그 일, 나도 할게.
하지만 난 그래도 인간이 다시 슝슝! 파밧! 펑! 이런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그래서 그들에게 기회를 조금 주고 싶어——조금만 말이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들의 멸망 속도를 늦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네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나나미는 그렇게 할 거야.
나나미는 너, 화서 그리고 승격자 같은 무시무시한 자식들과는 다르니까.
나나미는 인간이 좋은 걸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