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뵙게 됐군요. 공중 정원의 지휘관님. 당신들의 무모한 행동 덕에 이 열차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적어도 이 더러운 침식체들이 귀족 차량에 뛰어드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공중 정원은 이런 입에 발린 말로만 유지하는 거였나? 구역질이 나는군.
흑흑흑... 엄마! 엄마! 흑흑...엄마, 어딨어...
저리 가! 그 더러운 손으로 내 옷을 잡지 마! 누구 아이야? 이 무례한 아이를 어서 끌고 가!
여보... 미안해요... 흑... 나 혼자 도망치다니.....
윽! 이 역겨운 천민들 때문에 두통이 날 지경이야. 왜 계속 앞으로 가지 않는 거지! 나는 더 이상 이 벌레들하고 같은 차량에 있기 싫단 말이다!
쯧쯧.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 게 얼마 만인지... 너무 붐비는군...
그래서 공중 정원으로 이주를 제안하는 겁니다.
제안이... 잠깐. 애스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
설마 애스턴, 너... 젠장! 우리 귀족파를 바보 취급하는 거냐!?
그런 게 아닙니다. 애스턴이 말했듯이, 당신들의 귀족 마인드는 공중 정원에 갔을 때 만족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공중 정원이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수용하는 것은... 이대로라면 거래는...
전원이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선택된 ‘사람’만 이주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 정도 공간은 있겠죠.
즉, 귀족만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오... 어린 계집도 세상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었군.
당신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어찌 되었든 결국 우리는 버려지는 건가... 젠장!
차량 통로 문 근처에 모여 있던 평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때,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오더니 누더기 차림의 여성이 일어섰다.
그녀는 미친 듯이 문을 향해 달려갔고, 그 누구도 미처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에 통로 문을 열어 뒤쪽 차량으로 달려갔다.
뒤쪽은 침식체로 가득하다고! 누가 저 사람 좀 데려와요...
미쳤어?! 빨, 빨리 문이나 닫아!!
여기로 도망쳐 오면서 남편과 떨어진 여자인 거 같은데...
사람들은 허둥지둥 통로 문을 다시 닫았다.
네, 네!
우리 열차의 일인데 너희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 어이없군, 문을 열고 싶다면 우리의 시체를 밟고 열어라!
하지만 저 사람은 아직 살아있어요...
시끄러워요! 결국, 당신들은 시늉만 할 뿐이지 실제로 도운 게 없어요! 대신 해결해 줄 게 아니라면 빨리 나가요!
여, 여러분 잠깐 진정하세요...
이 천민들이 머리에 문제라도 있는 거냐! 죽으려면 조용히 죽을 것이지!
리브는 귀족과 평민 사이를 가로막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계급 분쟁을 진정시키려 시도했다.
그때, 밖에서 여자가 공격당한 듯한 비명이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루시아와 리가 여기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돌발사태로 일촉즉발이었던 차량 내 분위기가 차츰 진정되어갔다.
여러분,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저는 그 누구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상대가 누가 됐든 상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귀족들이 떠나고 나면 이 열차에는 평민만 남게 됩니다. 이 의미를 아시겠나요?
네. 이 열차도, 귀족이 가지고 갈 수 없는 재산도 모두 평민의 것이 됩니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충분하겠지요.
네. 그러면 어느 쪽도 불만족스럽거나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게 되겠죠...
하지만 이는 모두 공중 정원이 거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거래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우린 당장 힘을 합쳐 저 끔찍한 것을 해결하고 우호적 동맹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열차도, 저 끔찍한 것도... 귀족파의 뜻대로 승격자에게 넘길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도박이었어요. 처음부터요.
보시다시피 귀족파는 아딜레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세력이거든요... 이런 마지막 순간에야 제 본심을 말할 수 있군요.
퍼니싱 폭발한 후에도 이 열차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해서 달려왔습니다. 수없이 많은 장소를 지났지만 모두 지나치는 역일 뿐이죠.
평민도, 귀족도, 모두가 마음속으로 갈망하고 있어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종착점을...
이 여정의 끝에서 평화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상하게 변해버렸죠. 오슬란도, 저도....
그렇다고 그런 위험한 물건으로 도박을...
아니.
아니야. 리더는 지금까지 모두의 행복을 위해 계속 참아왔어. 이상해진 게 아니야.
그건 네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일 거야.
자밀라...
어찌 됐든, 이 거래는 우리의 종착점을 결정하는 거래입니다. 반드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겁니다. 꼭!
……
지휘관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죠?
저 혼자서는 무리예요. 게다가 이 상황에서는 뭘 하려 해도 저지당할 거예요...
네. 그들은 꼭 돌아올 거예요. 그럼 무슨 방법이든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루시아, 리... 빨리 돌아와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