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3 고명유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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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3-17 작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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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어두운 공간, 연기와 전쟁의 불길, 우리 도시는 전쟁의 불길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데이터베이스 시뮬레이션에서 이 도시가 피를 흘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폭격으로 폐허 속에 쓰러져 있는 희생자, 그리고 생존자들의 깃발이 그들의 손에서 떨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영혼들과 죽어가는 사람들... 삶과 삶.

이건 감정 모듈일까 아니면 시스템 버그일까.....?

안녕… 음,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여기서 뭐해?

그저 밤을 지새울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리고, 나의 이름? HBG3처럼 HNB1이라고 부르면 돼.

그건 이름이 아니고 그냥 코드일 뿐이잖아. 평소에는 서로의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

B1 혹은 G3을 얘기하는 거야? 타이아들의 고유한 호칭이야. 인간 상사는 가끔 기억하기 쉬운 호칭으로 타이아를 구분해 부르긴 해. 하지만 '그 자식'은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을 뿐이야.

둘이 친구야?

음, 모르겠어. 친구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린 파트너야. 로봇이 이런 말을 하는게 이상하지만,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우린 명령에 복종할 뿐이니까.

하지만 난 걔가 너한테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래? 걔가 너한테 여기까지 오라고 시킨거야? 걔의 전자 두뇌에는 디지털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그리고 너 왜 갑자기 나의 인생 멘토가 됐어? 너 여덟 아홉 살밖에 안 된 것 같은데?

난 어린애가 아니라고! 난 그냥, 그냥 걱정이 되어서——

HNB1는 빠르게 자신의 탑재된 시스템 프로그램과 감정 모듈을 스캔했다. 현재 등재된 인격은 53호. 빅데이터 분석으로 구룡성 백성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인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게 괜찮았다.

내가 이상해?

뭔가 이상해서... 낮과는 다른 느낌이야.

왜?

왜?

인간의 안전을 보호하는 건 타이아의 최우선 임무다.

그는 인간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스크린 속 인간을 흉내내든지, 과장되고 웃기는 언행을 하든지….

그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고, 또 이렇게만 하면 자신에게 집중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하지만 그는 이런 행동이 왜 인류에게 즐거움을 주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인간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두려워?

기계는 두려워하지 않아.

이런 감정은... 혹시... 두려움...?

자신의 동료는 살상을 자행하는 괴물이 되었고,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인간들이 하는 일들을 목격하고.... 그는 매우 두려웠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두려웠다.

그는 이것이 프로그램 명령인지, 아니면 단지 어떠한 오류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한 손이 그의 엄지 손가락을 잡았다. 인간의 따뜻한 손이었다. HNB1는 그 손을 따라 여자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기, 아파?

여자아이는 그의 팔목을 잡았다. 그곳에는 여자아이를 지키기 위해 받았던 공격 때문에 오목하게 패이고 도색이 벗겨졌다.

...이런, 아퍼!

감각 시뮬레이션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아픈 표정을 지으며 과장된 말투로 아프다고 얘기했다.

웃을 줄 알았는데, 여자아이는 진지하게 머리끈을 풀더니 도색이 벗겨진 곳을 감싸주었다.

난 다치지 않아.

페인트 칠을 최근에 했다고 강조했었잖아... 그리고 나를 보호해줬기도 했고.

여자아이는 조심스레 묶고 호하고 바람을 불어주었다.

... 고마워.

넌? 어때, 괜찮아?

난....아직 괜찮아.

너는 무섭지 않아?

무서워! 근데...난... 무서운거에 익숙해졌어.

아빠를 다시 못볼까봐 무서워. 버려질까봐 무서워... 배에 오르면 다시는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못 볼까 봐 무서워.

애니메이션 팬에게 정말 무서운 얘기네.

너는? 무서워?

난...

난 밖에 있는 것들이 무섭다.

내가 그들처럼 변해 주변의 모든 것들을 학살할까 두렵다.

내가 한 얘기 잊었어? 기계는 무서워하지 않아.

——참 좋네.

나도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아빠는 항상 나한테 용감해져야 한다고 얘기했거든. 수영을 할 줄 알면 나한테 인형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거의 다 배웠어!

이것도 네 아빠가 사 준거니?

응! 귀엽지?

귀엽네.

무슨 얘기 중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들어가자. 넌 쉬어야 해.

응!

방을 간단히 정리했으니까 문을 잠그고 들어가, 우리가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까.

만약 우리가... 뭔가 잘못됐다 싶으면... 그냥 너 혼자 도망쳐.

네 아빠가 너한테 얘기해준 것처럼, 기계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게 멀리 도망쳐.

... 알겠어.

아, 맞다!

왜?

만약 우리가 안전하게 도착한다면 서로의 이름을 알려주는거 어때?

...그래.

약속했어!

그래.

응! 잘자!

잘자.

갔네.

저 아이가 휴식하는 동안 우리는 부근에서 내일 여정에 필요한 물자를 수집해야 돼.

그리고 HNB1,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