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상 공간을 떠났지만, 아이라만 그 공간에 남았다.
…………
새하얀 하늘을 올려다보던 아이라가 갑자기 말했다.
넌 단순한 내레이션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 듣고 있어.
우리가 나아갈수록 너의 말투는 점점 더 인간다워졌지. 심지어 우리를 대할 때 너무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자신을 통제하기 시작했어.
리브가 <지옥의 악마들>의 배경이 전에 살던 집과 비슷하다고 했을 때 뭔가 말하려고 했지 않았어?
... 그 여자아이의 삶도 한때의 나처럼 힘들었던 거 같았어.
확실히 너의 어린 시절은 리브와 비슷한 점이 있어. 그래서 집에서 도망쳐 당시 연합국 예술 기금회라 불리던 예술 협회 보조금으로 감독이 됐겠지.
넌 내레이션이 아니라 조지·D·토로지?
조지·D·토로는 <궁극의 탈출2>를 찍던 중에 병으로 운명을 달리 했는데, 내가 조지·D·토로일 리가 없잖아?
그때 과학 이사회의 의식 칩 기술이 임상 시험 단계에 "막" 들어섰었으니까.
히든 구역에는 판독 기록이 없었어. 하지만 지옥 캠프가 실패로 끝났는데도 알 수 없는 서명이 달린 입력 기록이 있었지.
그때 너 자신의 의식을 이 저장 장치에 옮긴 거지?
훌륭한 추측이지만, 내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지옥 캠프가 실패로 끝난 게 분했겠지.
넌 모든 시련을 통과한 사람을 직접 보고 싶었겠지. 너의 사업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을 보고 싶었을 테니까.
... 하지만 지금의 난 너희에게 물려줄 사업이 없는걸.
너희들이 그 저장 장치를 발견해 본체에 연결한 순간, 너희들의 네트워크와 연결됐어.
그 후에 일어난 일을 알게 됐지.
황금시대는 끝나고 인간들은 구석에 숨어 간신히 살아가고 있지. "찬란한 인간 사회"는 더 이상 없지? 혼란스러운 세상에 배우는 필요 없을 테니까. 영화도 마찬가지고.
난 그런 것들을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사람이야.
정신적인 지주가 없는 인간 사회는 그 어떤 가치도 없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이 저장 장치에 가둬두면서까지 네가 만든 함정과 위장을 꿰뚫어 보는 사람을 보려고 할 이유가 없잖아?
예술가는 언제나 만족할 줄을 모르지. 원하는 것은 영원히 끝이 없으니까.
너 같은 것들을 남겨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나의 임무야.
마음대로 해. 어차피 넌 이겼고 난 단지 의식일 뿐이니까. 안 그래?
난 이미 너희 같은 후계자에게 바통을 넘겼어.
헛소리 마!
아이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 감독이 만든 시련에 자신의 영화는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감독의 영화만 내놓다니. 네 작품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걸?
그 괴상한 과학 이사회의 인간들이 널 저장 장치에서 꺼내면, 공중 정원의 최신 의식 기술을 직접 체험하게 해줄게.
다시 카메라를 든 후에도 "후계자에게 바통을 넘겼어"라는 김빠진 말을 할 수 있을지 봐야겠네.
그 말을 마친 아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로그아웃했다.
... 기대하고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