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먼 길을 걸어 끝에 도달했다.
그 순간, 어느새 적조가 바다를 가득 채워버렸다. 지휘관은 의식으로만 나나미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이곳에 서서 적조에 뒤덮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어라...
회색 머리의 소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단말기의 좌표를 수정했다.
여긴 "미래"의 어느 시점이야. 좌표가 올바르지 않았나 봐.
맞아.
나나미가 너무 늦게 왔어.
이 세계에서는 적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나나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어.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큰 수역이야. 지구 표면적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지...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어. 바다에 잠긴 인간도 있고, 공기 중의 퍼니싱 농도가 높아져 침식돼서 사망한 인간도 있어.
그리고 그 다음엔...
적색 바다가 지구 전체를 집어삼켰고, 참전했던 이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지상에는 발 디딜 곳이 사라져, 나나미는 결국 태양계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이건 연산으로 만들어진 세계일 뿐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지휘관!
나나미가 단말기의 좌표를 조정한 후, 지휘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음 모험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