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에서 "질서의 수호자"가 마침내 "질서의 법전"을 얻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는 "질서 역전 후"의 표현이 없었기 때문에, 에코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질서의 법전"을 읽은 후,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모습으로 옆에 있는 바위 위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참 섬세한 시뮬레이션이었네요.
하지만 결국 시뮬레이션에 불과하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데이터 샘플들을 리허설 로봇에 입력해서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결과"를 추론해 낼 수는 없어요.
그나저나... 왜 "결과"에 집착하는 거죠?
전 "에코"라는 존재가 현실 세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어떤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새로운 폭풍을 일으킬 수 있죠. 아무리 많은 샘플을 추가하고, 과정을 연산해 봐도 진정한 예언이 될 수는 없어요.
둘시네아는 스크린 속 "질서의 수호자"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스크린 속 "질서의 수호자"가 갑자기 바위에서 일어섰다.
이건... 이야기의 외전인가요?
전 새로운 명령을 입력하지 않았어요.
둘시네아가 리허설 로봇의 백 엔드를 열자,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이 그녀의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
백 엔드에 따르면, "질서의 수호자"의 코어 행동 데이터가 판단한 거예요. 그녀는 "질서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으니, "질서를 재구성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계속 나아가기로 했다고 해요. "질서의 수호자"는 그 방법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예요.
데이터 샘플 속에 스며든 집념이군요.
이런 집념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에코...
세르반테스가 고민에 잠긴 듯,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무언가를 감지한 것처럼, 황무지 속에서 자줏빛 머리의 구조체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도달할 수 없는 방향을 바라봤다.
▅▂▆▆▄▃▅▂▆▇...
아니요. 괜찮아요.
예전에 얻은 정보에 따르면, 그곳은 바로 앞에 있어야 해요.
▆▄▃▅▂▆▇...
네. 전 정말 괜찮아요.
출발하죠. 어떤 일이든 결말을 짓게 되어 있으니까요.
▇▆▆▄▃▅▂▆▇...
기묘한 무릎 갑옷이 에코의 곁에서 낮은 윙윙거림을 내며 그녀의 말에 응답하는 듯했다.
밤이 깊어지고, 자줏빛 머리의 소녀는 자신만의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