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앞에서 걸음을 멈춘 지휘관이 뒤돌아 밤비나타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때, 뒤에서 뭔가와 부딪친 게 느껴졌다.
지휘관이 뒤를 돌아보니, 걸음을 멈추지 못한 밤비나타가 그대로 자신과 부딪친 것이었다.
멈춰야 했던 건가요?
흑... 밤비나타가 또 뭔가를 잘못한 거겠죠?
음...
지휘관님은 화를 내지 않으시네요.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머뭇거리며 돌아서서 지휘관을 보았고, 그가 정말 화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천천히 긴장을 풀었다.
지휘관님의 명령이라면 밤비나타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하지만, 미로에서 나와 지휘관님을 만났을 때는...
밤비나타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밤비나타는 이런 느낌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밤비나타는 즐거웠어요.
밤비나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휘관 쪽으로 조금 다가갔다.
지휘관님, 새로운 명령이 더 있으실까요?
밤비나타요...?
무대 위에 서 있는 소녀는 태엽에 문제가 생긴 인형처럼 잠시 멍하니 침묵을 지켰다.
춤이요...?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전에, 밤비나타는 발끝을 세우고, 우아하게 춤의 시작 자세를 취했다.
어떤 것들은 기억이 사라져도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누군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