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내려다보니 주위의 모래사장과 바다 그리고 방금 통과한 미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루나는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 계단 위에 서 있었다.
미로가 이렇게 장식된 이유가 그거였구나.
어차피 가상 공간일 뿐이잖아.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강철로 된 뼈대일 뿐이라고.
그래도 싫다는 건 아니야.
루나가 계속 곁눈질로 해변 쪽을 보는 걸 눈치챈 지휘관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네가 한 제안이니, 가봐도 좋을 것 같아.
가상의 모래사장에는 바람도 파도도 없이 평온했다. 지휘관과 루나는 함께 말없이 모래사장을 걸었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루나는 가상의 바다를 넘어, 먼 곳을 바라봤다.
이 바다는 꽤 마음에 들어.
시끄러운 바람이나 파도도 없는 게, 예전에 달에서 봤던 풍경처럼 고요해.
난 이 세상과 너희 인간들이 현재의 평화에 만족한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너는 그들과 달라.
같은 인간이라 해도, 너는 남들과 다른 내면을 가지고 있어.
네가 인간의 유일한 희망일 거야.
그러니까 계속 네 삶을 살아.
내가 원하는 건 이 세상을 바꾸는 것뿐만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