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잠이 든 공주는 가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녀는 수 많은 새가 노래를 부르고, 향기로운 장미가 있는 평화로운 정원에서 미소짓는 아빠와 엄마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갔다."
그리고 나서? 왕자는 가시나무를 베어 탑 정상으로 올라갔으니 공주를 구하러 간 거지?
맞아... "왕자는 드디어 기나긴 계단을 올라 탑 정상의 방에 도착했다..."
좋았어!!!
엄마가 웃으면서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운 상냥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빠가 술이 가득 담긴 잔을 든 채 소파에 앉아 엄마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난 다른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들려주는 모험 이야기와 동화를 들으면 직접 그런 멋진 모험을 경험한 것 같았다.
그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가장 소중했던 일상이었다...
...하지만 왜 난 "그리워"하는 걸까? 마치 아빠와 엄마가 날 떠나버린 것처럼...
이상해. 내 옆에 있는 게 분명한데... 난 엄마의 품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를 듣고 있잖아?
똑...똑...
갑자기 페이지에 장미 꽃잎 하나가 나타났다.
똑...똑...
장미 꽃잎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페이지 전체를 물들일 정도였다. 이마에서 차가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니... 이건...
엄마...?
고개를 돌려 엄마를 보자 소리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
아빠!! 아빠!! 엄마가!!
당황한 나는 소리를 지르며 소파에 앉아 있던 아빠를 찾았다.
하지만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아빠는 어느샌가 떠나버렸다.
소파에 남은 건 이상한 "물체" 뿐이었다. 검고 붉으며 불에 탄듯한...
으아아아아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힘겹게 호흡했다. 곁에는 아빠도 엄마도 없었다. 이곳은 "니플헤임"으로 항로 연합의 과학연구 기관이자 우리의 "요양원"이었다.
또... 이 악몽이야.
리아?! 괜찮아?
누군가가 내 손을 꽉 잡으며 조급하게 물어왔다.
응... 괜찮아. 고마워, 피아.
...또 악몽을 꿨어?
...응.
...공주는 악몽을 꿀 때 어떻게 했을까?
뭐?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저주로 잠든 공주 말이야. 악몽을 꾸는데 깨어날 수 없어. 그럼 그녀는 어떻게 했을까?
누구도 그녀를 깨우지도 구하러 오지도 않아. 그렇게 계속 악몽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일 것이다.
공주는 마지막에 왕자가 깨워주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그리고 리아가 악몽을 꾸게 되면 내가 깨워줄게.
이야기 속의 왕자처럼 방을 장미로 가득 채울 수는 없지만...
안피아는 꽉 쥔 내 손을 펼친 후 무언가를 손 위에 올려놓았다.
종이로 접은 작은 장미였다.
이 장미로... 될까?
피아...
리아는 이런 꽃 좋아하잖아. 그렇지?
응...
아, "구조체"가 되면 항로 연합 외의 지역에서 임무를 집행할 수도 있대. 어쩌면 진짜 장미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반드시 가지고 돌아와 리아에게 보여줄게.
응!
며칠 후에는 내가 개조될 차례야. 나중에 리아에게 가장 먼저 구조체가 된 내 모습을 보여줄게! 다니엘처럼 편지 한 통만 남기고 급히 임무를 떠날 일은 없을 거야!
아... 의사가 확인하러 올 시간이다! 이만 갈게! 내일 보자!
응, 내일 봐. 피아.
안피아는 빠르게 창문에서 나간 후 창문 밑에서 손으로 "OK"라는 표식을 보였다.
입구에서 의사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안피아는 손을 확 거뒀다.
그녀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손안의 작은 종이 장미를 바라봤다.
또 창문으로 나갔어?
…………
젊은 여성 연구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평소대로 조심스럽게 내 몸을 검사했다.
오늘 온 게 나여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비밀로 해주지 않았을걸?
잘 모르겠어요. 왜 요양원의 다른 자와 접촉하면 안 된다는 건지...
의사의 부드러운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면서 조용히 고개만 저었다.
연구소의 규정이야.
...어? 이건 장미야?
네. 안피아가 접어 줬어요.
장미를 의사에게 건네자 조심스럽게 건네받았다.
예쁘네... 이런 종이 장미를 마지막으로 본 건 청혼을 받았을 때였는데.
어...?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봐요...
결혼식도, 반지도 없었지만, 작은 종이 장미에 감동했었어. 난 정말...
하지만 그 덕분에 가장 중요한 "선물"을 받게 됐으니...
의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복부를 만지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엄마가 날 볼 때의 표정과 같았다.
설마...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손을 잡아당겼다.
리아,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래?
제가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
여자아이라면...
잠깐 고민한 나는 그 이름을 말했다.
내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그녀와 같은 이름을 짓겠지만, 의사는 구조체가 된 순간 인간의 몸을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
좋은 이름이네. 고마워, 리아.
의사의 미소 넘치는 눈빛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가장 좋아하는 꽃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이 아이는 동화 이야기 속의 공주를 위해 장미를 가져다 준 왕자나 기사처럼 어떤 곤경과 고통에도 맞설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