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됐냐고? 카레니나 일행과 합류해서 무사히 지상으로 나왔지.
아...
이야기가 끝나자, 대원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하하, 뭘 더 기대한 거야? 숨 막히는 광정 탈출극? 아니면 정체불명의 부대라도 나타나길 바랐어?
우와! 진짜입니까?!
꿈 깨. 다들 얌전히 돌아가서 일이나 해.
이건 임무 브리핑이지, 황금시대 영화가 아니라고. 그런 극적인 반전 같은 건 없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지원 부대 대원들은 브리이타에게 꿀밤을 한 대씩 맞고 나서야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요즘 신입들은 갈수록 다루기 힘들어지네.
브리이타는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player name]? 여긴 어쩐 일이야?
응? 이건... 트로이의 편지야?
"편지"라기보다는 대충 접혀있는 쪽지에 가까웠다.
저물지 않는 태양 씨, 제가 당신을 구해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다음에 시간 될 때 같이 한잔해요.
두 줄의 짧은 글은 정말 트로이다운 문장이었다.
고마워. 잘 받았어. 근데... 어떻게 지휘관이 전해주게 된 거야?
지휘관은 임무 보고를 위해 군부에 보고하러 가는 트로이와 마주쳤다. 그녀는 탄탈-이형 공중합체 개조에 유일하게 성공한 구조체였기에, 공중 정원이 그녀를 노르만 그룹에 돌려보낼 리가 없었다.
트로이는 새로운 임무를 앞두고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브리이타와 회의가 예정된 지휘관에게 불가피하게 이 쪽지를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트로이 상태는 어때?
트로이의 기체가 가진 특별함이 확인된 후, 그녀의 자료는 곧바로 생명의 별에서 과학 이사회로 넘겨졌다.
아시모프의 정밀 검사 결과, 트로이가 탄탈-이형 공중합체 개조에 성공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개조 성공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었다. 트로이가 잃어버린 그 "기억"은 되찾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래. 트로이만 괜찮다면, 기억을 완전히 잃은 게 나쁘지만은 않을 거야.
어, 벌써 회의 시간이네. 너도 참석하는 거지?
그럼, 같이 가자.
그리고... 회의 끝나고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브리이타가 웃으며 지휘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공중 정원
회의실
브리이타가 갱도 밑에서 가져온 자료들은 모두 과학 이사회에 제출되어 1차 분석을 거쳤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과학 이사회 제1 개발부에서는 탄탈-이형 공중합체 연구 테마가 아직 극히 초기 단계의 구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어.
탄탈-이형 공중합체는 새로운 분야의 연구로 볼 수 있지만, 개인 의견은 긍정적이지 않아.
먼 미래에는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시기상조야.
과학 이사회는 이 프로젝트를 과학 이사회 제1 개발부의 탄탈 이론 연구실로 이관하기로 했고, 앞으로도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야.
그렇다면... 과학 이사회는 실험실의 모든 데이터를 회수했다는 건가요? 만약 이번 임무 보고서에 적혀있는 생체 실험의 데이터를 과학 이사회 측이 근거로 삼은 거라면...
이는 과학 이사회가 "불법 실험 프로젝트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닌가요?
아쉽겠지만, 그 실험실의 데이터는 조금도 사용하지 않았어. 회수된 불법 데이터는 모두 폐기 처분했다고.
왜죠?!
지원 부대가 회수한 자료에 따르면, 콘스탄틴 채석장의 지하 실험실에서 수집된 모든 실험 데이터는 잘못된 이론을 기반으로 진행된 것이었어.
다시 말해서, 그들이 진행한 방향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거지.
트로이와 지하의 거대 구조체가 개조에 성공한 건, 우연히도 그들이 탄탈-193 공중합체와의 적응성이 낮은 임계치에 있었기 때문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역시 후유증을 겪고 있어.
따라서 광정 지하에서 수집된 모든 "실험 데이터"는 오직 "범죄 증거"로만 활용될 거야. 과학 이사회는 이를 정리해 공중 정원에 제출할 예정이고.
이것마저도 "불법 실험 프로젝트 데이터 사용"으로 보겠다면, 그렇게 해.
……
와... 뭔가 멋져 보이네.
이 문제에 대해서 아시모프는 언제나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광정에 들어가기 전까진 그 안에서 불법 실험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실험 성과"를 두고 발끈하는 걸 보면, 누군가가 궁지에 몰려 발악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쿠로노의 죄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니, 힘들게 가지고 나온 보람이 있네.
게다가 이번 임무의 핵심은 콘스탄틴 탄탈 채석장의 재가동이었어. 탄탈-이형 공중합체 프로젝트에 관한 아이디어는 이미 황금시대부터 제기된 바가 있었고.
더 물어볼 거 있어?
허.
의원이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콘스탄틴 채석장이 다시 가동되면, 언젠간... 부모님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마도 이게 이 "이야기"의 가장 좋은 결말이려나.
브리이타가 손에 들고 있던 임무 설명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조용히 덮었다.
찬바람이 부는 밤, 두꺼운 커튼이 바깥의 추위를 막아주고 있었다. 어스름한 불빛이 비치는 노르만 그룹 회의실에서 빅토리아는 들고 있던 "공동 성명서"를 덮었다.
빅토리아 님, 광정 아래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보고서로 정리한 뒤, 단말기로 전송해 드렸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
음, 좋아요.
그녀가 손짓으로 연구원에게 물러가라고 지시했다.
그럼, 좋은 협력이었어요.
네. 좋은 협력이었어요.
빅토리아가 테이블 위의 도자기 잔을 들어, 어둠 속 인물과 잔을 부딪쳤다.
하지만... 당신이 약속하신 목표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네요.
하, 당신들이 노르만 그룹의 실험실 내부까지 접촉했을 줄은 몰랐네요.
우리는 콘스탄틴 채석장을 되찾는 대신 실험실을 조사받았고, 당신들은 실험 데이터 일부분을 얻는 대신 새로운 죄목을 떠안게 됐죠.
공평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빅토리아 님.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인물이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 실험체... 아니, 스카이처라는 구조체는 어떻게 됐나요? 노르만 가문의 집사였던 것 같던데요?
과거에 충성스러웠던 개였을 뿐이에요
마지막 정을 생각해서, 그 집사의 유해는 노르만 가문이 소유한 지상의 공동묘지에 묻어줬죠.
그럼... 다음 협력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러죠.
그녀는 다시 한번 어둠 속 인물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