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이 다시 두 눈을 뜨자, 대원들은 조급해하며 그의 곁에 둘러앉아 있었다.
이 장면은 빠져선 안 될 한 "코너"처럼, 몇 달마다 한 번씩 겪어야 하는 것만 같았다.
지휘관의 대기실에서, 폐허 사이에서, 때론 생명의 별에 있는 병상에서 이 장면을 겪곤 했다.
지휘관님! 깨어나셨군요!
몇 분 정도인 것 같아요. 저희도 깨어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극장에서 깨어나자마자, 앨런 회장님이 저희를 예술 협회의 응접실로 데려와 주셨어요.
그렇다. 지휘관 일행은 게슈탈트에 침입되기 전에 예술 협회의 극장에서 새해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왠지 게슈탈트에서 연극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줄거리의 의미도 모호하고, 절정을 뒷받침해 주는 밑바탕도 없어요. 심지어 복선도 회수하지 않았죠. 저희가 과거를 다시 한번 겪어본 것과 다름없죠.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일들은 생활에서 비롯된 일일지도 몰라.
아이라는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요.
헤헤. 그러고 보니 시카도 많이 여유로워졌네.
그때 지휘 센터에서 임시직으로 일할 때를 말하는 건가요? 음, 그쪽에도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어서 게슈탈트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네요. 그나마 끝나서 다행이에요!
그럼, 이제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
맛있는 거요?
우린 임무를 완수했잖아! 그러면 파티라도 열어서 자신에게 보상을 줘야지.
그리고 오늘은 동양 달력의 명절이잖아. 매년 이맘때면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었어.
지난번은 차징 팔콘 소대가 자리를 마련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예술 협회가 준비할게.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의 예산을 청구할 때, 이 순간이 올 거라고 예상해 경비를 남겨뒀거든.
잠깐만요. 회장님. 도대체 얼마나 남겨두신 건가요?
어디 한번 봐... 회장님, 이렇게나 많이 남겨두셨어요!?
예술 협회의 활동 경비로 파티에 쓸 돈은 충분했다.
앨런의 단말기에 표시된 숫자는 리가 봐도 놀랄 정도였다.
이 금액은... 너무 많지 않나요?
좋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지금 바로 출발해요! 앨런 회장님, 레오니와 함께 먼저 식당을 예약해 주시겠어요?
왜 하필 저죠?
레오니는 설득을 잘하는 편이잖아. 나랑 시카,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의 여러분은 함께 전차의 승객들과 모두를 초대하러 가자고.
지휘관님, 움직일 수 있나요? 아니면 레오니와 함께 식당에 가서 저희를 기다리시겠어요?
준비됐어? 그럼 출발할게!
그렇게 아이라는 진정한 대장처럼, 모두를 데리고 신나게 출발했다.
지휘관 일행은 게임 속에서 모험을 떠나는 소대처럼, 각지에 흩어진 동료를 하나둘씩 모았고, 이는 땅 위에 흩어진 수많은 별을 이어주는 것 같았다.
아, 미안. 늦진 않았지?
구룡 스타일로 꾸며진 식당 문 앞에, 한 그림자가 뛰어 들어왔다.
게임하느라 늦은 거야?
그럴 리가! 나도 방금 그 무슨 전차장 쪽에서 나왔다고.
그리고 바로 다시 게임을 켜긴 했지.
실력이 엄청난 그 온라인 대결 유저를 또 만났거든. 쯧, 결국엔 이번에도 졌다고.
넌 대장이 언제 날 깨웠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흐, 흐흐... 그 무슨 무슨 Na라는 유저가 엄청 강했다고!
이 고기 완자 먹어봐. 맛이 괜찮아.
너무 많은데...
누구는 방금 도착했잖아.
나를 위해 남겨둔 거야? 고마워!
지옥 불닭 덮밥의 보답일 뿐이야. 빚지면서 사는 건 질색이거든.
아, 저건 아이라...
대장, 그쪽 일은 다 처리했어?
응. 다 해결했어.
아버지도 게슈탈트 공간에 침입되셨을 줄이야. 탈출하실 때 어지러움을 느끼셔서 생명의 별로 호송돼 검사받으셨다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으셨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명절을 틈타 좀 쉬자.
후우... 오늘 같은 날엔 가족이랑 모여도 좋겠어. 대장은 이따가 돌아갈 거야?
크롬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 요리 정말 맛있네. 나중에 만들어 봐야겠어.
노안은 요리도 잘해요?
잘하는 정도는 아니야. 가끔 요리를 하고 싶을 때가 있을 뿐이야.
그나저나 방금 시몬 지휘관도 잠들었다고 들었는데.
네... 어느 이상한 로봇이 자신을 전차장이라고 부르라 하더라고요.
생명의 별의 입원 명단을 부문별로 나열해서 제게 주더라고요. 정말 무서웠죠.
아시모프 님, 음료수를 받아오려 하는데, 뭘 좀 가져다드릴까요?
음... 만두? 뭐든 좋아. 고마워.
아시모프는 멀지 않은 뷔페 구역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뷔페 구역 옆에 있는 테이블은 시끄러웠다.
같이 가자.
주인님, 밤비나타는 머리가 어지러워요.
어린아이는 술을 마시면 안 될 거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러니까 어서 아이들 자리에나 가서 앉아있어.
너...
사장! 전해액 두 잔만 더 줘. 한 잔은 알코올, 한 잔은 무알코올로. 다 망고 맛으로 줘. 딸꾹...
사장, 사장...
케르베로스와 차징 팔콘 소대는 가장 먼저 아이라의 요청을 받은 소대였기에, 나중에 도착한 바네사 일행보다 일찍 찾아왔었다.
하지만 식당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앉을 수 없었기에, 아이라는 바네사를 케르베로스와 같이 앉게 했다.
이래도 정말 괜찮을까요?
머레이가 거기 있잖아요. 별문제 없겠죠.
괜찮아~ 그렇게 서로 좀 더 친해지는 거지.
시끌벅적한 와중, 히포크라테스가 이리저리 테이블과 의자를 피해 다니며, 지휘관의 테이블로 와서 리브에게 정교한 포장의 선물을 건넸다.
리브, 이건 네게 주는 선물이야.
네!?
여기에 두고 가면 안 돼.
네.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게요. 감사해요. 선생님!
방금 봤어? 니콜라 사령관님이 세리카가 눈을 돌린 틈을 타, 몰래 하산 의장님의 잔을 바꾸셨어.
하산 의장님은 엄청 기분이 좋으신 것 같네!?
사령관님이 저런 표정을 지으시는 건 정말 드물죠.
어? 저기 월리스 참모장님과 인사하는 지휘관님은 시카인가요?
맞아.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의 지휘관이야. 예전엔 월리스 참모장님의 훌륭한 제자였지.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모두 다 온 거야?
아이라는 벌떡 일어나, 식당의 중앙으로 달려갔다.
크흠, 여러분! 모두 모였으니,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에게 새해 인사 한 마디를 부탁드릴게요!
아이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식당이 조용해졌고, 모두가 같이 지휘관을 바라봤다.
역시 그렇군요.
힘내세요! 지휘관님!
전에 하셨던 것처럼 하시면 될 거예요.
그렇다면...
포뢰! 어서 오십쇼!
가요, 가요!
이제 괜찮아?
당연하죠! 피곤해서 조금 잔 것뿐이에요.
너 방금 모두를 놀라게 했어. 어떻게 된 거야?
음... 뭐랄까요. 그냥 아주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아요.
엄청 오래전 설날의 번화하고, 시끌벅적한 구룡성이 꿈에 나왔어요.
탕후루랑 설탕 공예도요.
아무튼 신기한 꿈을 꿨어요.
포뢰는 그리 멀지 않은 구룡 순환 도시 쪽을 바라봤다. 구룡에 있는 곡도 포뢰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곡님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실까?
언젠가 구룡성은 예전처럼 번화로워질 거야.
당연하지! 그건 시간문제야!
벌써 폭죽을 터뜨릴 때가 됐네?
헤헤. 왔다! 마지막 요리는 동파육!
와! 냄새가 진짜 좋아요!
난 서방의 백 선생님께 많은 요리를 배웠었거든.
됐어. 자랑 좀 그만해. 빨리 앉아.
이게 "설날 저녁 식사"가 맞아요?
당연하죠! 이건 너트 조림, 이건 너트 볶음, 이건 너트 찜...
그럼 불이 붙은 이 음식의 이름은 뭡니까?
이건 구운 너트입니다.
……
…………
그럼 어떡해요! 전 세르반테스가 주신 레시피대로 만들었다고요.
확실하나요?
원래라면 감자 소고기 조림, 내장 볶음, 농어찜이 만들어졌어야 해요.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제로.
오! 기름 냄새가 아주 제대로네!
그렇긴 하지만...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