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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HBD 대작전

공중 정원 예술 협회의 어느 방 안.

"읏챠"하는 소리와 함께 나나미의 그림자가 상자 앞에서 사라졌다.

상체를 기울여 상자 안을 찾는 게 힘들다는 듯, 아예 안으로 들어가 무거운 물건을 안고 나왔다.

이거 목록에 잘 등록됐어?

나나미 본체보다 더 큰 패키지를 본 리가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단말기 스크린을 빠르게 켰다.

리가 고개를 젓자, 나나미가 패키지를 들고 걸어갔다.

이런! 하마터면 잊을 뻔했네. 그럼, 지금 바로 추가할게.

나나미는 말을 마치고 옆에 서 있던 루시아에게 패키지를 건넸다. 패키지를 받은 루시아는 예상 밖의 무게에 휘청거렸다.

나나미가 리한테 이 거대한 패키지의 정체를 설명하고 있을 때, 창가에 엎드려 있던 리브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리브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작은 베개 두 개로 양측의 역원 장치를 가렸다.

그 상태로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난 그녀는 창가의 의자를 톡톡 두드린 뒤, 손짓을 하며 작전을 시작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휘관님이 오고 있어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요.

나나미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리를 바라봤고, 그제야 리는 문득 그녀에게 대처 방안을 미처 말하지 못했다는 걸 의식했다.

그냥 아무 일도 없는 척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돼요.

그 말을 들은 나나미는 손뼉을 치며 깨달았다는 듯, 자신의 만화책을 찾기 시작했다.

패키지를 가로로 놓은 루시아가 자신의 짐작을 확인하려는 듯 위아래로 더듬었다.

이때, 문 앞 카펫 아래 센서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아무래도 지휘관이 문 앞까지 온 듯했다.

나나미는 허겁지겁 소파로 달려갔고, 리브는 구석에 몸을 숨겼고, 리는 벽에 기댄 채 당황해하며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

문밖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알림음이 들리자, 루시아는 빠른 속도로 패키지를 내려놓고 소파를 향해 달려갔다.

문이 열리려는 찰나...

세이브!

그 후, 세상이 적막해졌다.

……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기 전, 분명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문을 열고나니, 지나치게 큰 상자와 조금 이상한 패키지 말고는 평온하고 한가로운 광경뿐이었다.

문 앞에 서서 잠깐 훑어본 뒤, 손을 내밀어 건드려 봤다.

지휘관이 최대한의 동작으로 마음속 의혹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평온을 깨뜨리면서 지휘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 줄 이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지휘관님, 무슨 일인가요?

소파에 앉아 책을 꼭 쥐고 있던 루시아는 어딘가에 집중시킨 시선을 돌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용은 아주 재미있어 보이는데, 책을 거꾸로 봐도 잘 이해가 되는 걸까?

리브는 찻잎을 주전자에 넣었다. 그리고 빈 찻주전자에 물을 부은 뒤, 가열 장치에 올려놨다.

리는 단말기로 어떤 장치를 교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스크린의 내용은 버튼을 계속 누르는 리의 모습과 다르게 엉망이었다.

지, 지, 지휘관님, 무슨 일인가요?

리브는 통에서 찻잎을 집어 주전자에 넣었다. 그리고 빈 찻주전자에 물을 부은 뒤, 가열 장치 위에 올려놨다.

그런 뒤, 찻주전자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가열 장치에 올려져 있는 건 주전자가 아닌 찻주전자였다.

소파에 앉아 책을 꼭 쥐고 있던 루시아는 책을 거꾸로 들고 있었지만, 시선을 돌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리는 단말기로 어떤 장치를 교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스크린의 내용은 버튼을 계속 누르는 리의 모습과 다르게 엉망이었다.

……

단말기를 든 리는 장치의 교정 프로세스에 어떤 과열 단계가 있는 것처럼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휘관이 잘 모르는 부분은 배제하더라도, 버튼을 너무 자주 누른 탓인지 데스크톱 화면에 각종 알림이 쌓이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책을 꼭 쥐고 있던 루시아는 책을 거꾸로 들고 있었지만, 시선을 돌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리브는 찻잎을 주전자에 넣었다. 그리고 빈 찻주전자에 물을 부은 뒤, 가열 장치에 올려놨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다시 방 안을 둘러봤다. 그러자 눈에 띄지 않는 소파 뒤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을 보니 나나미가 누워있었다.

낮잠을 자는 것 같은 나나미를 지휘관이 봤을 때, 나나미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후... 후..." 소리를 내며 이미 잠들었다고 지휘관에게 알리는 것만 같았다.

결론적으로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않고 이상했다.

분명 뒤에서 자신을 향한 시선이 느껴지지만, 뒤돌아보면 그 시선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일단 신경 쓰지 말고, 예정된 일을 완성하고 다시 생각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완성하면 빨리...

지휘관님은 임무를 수행하러 가실 건가요?

하지만 오늘 임무는 다 끝난 거 아니었나요?

지휘관님, 궁금한게 있어요. 지휘관님의 다음 목적지는....

없어요.

이구동성으로 대답한 그들에게 지휘관은 시선을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교묘하게 피했다.

……

약 5분 뒤, 지휘관은 개인 단말기를 가지고 떠났다.

우리 들키지 않았겠죠?

지휘관님이 뭔가 눈치챈 것 같아요.

방금까지 지휘관님의 여러 행동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위장을 이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은데요.

아— 이 이상한 자세로 누워 있어서 나나미는 너무 힘들단 말이야.

나나미가 소파에서 일어나 앉자 다른 이들도 정신 차린 듯했다. 루시아는 책을 바로잡았고, 리브는 주전자를 씻었다. 그리고 리는 쌓여있는 웹페이지를 다 닫으려고 스크린을 계속 터치했다.

그럼 이 계획도 2단계로 들어갈 차례죠.

방금 지휘관님께서 도크에 일하러 가신다고...

재빨리 통신을 킨 리가 "대기 상태"인 팀과 연락했다.

외부 팀. 외부 팀. 여긴 내부 팀이에요.

지휘관님이 나가셨어요. 다시 한번 중복할게요. 지휘관님이 나가셨어요. 장소는 도크입니다, 볼플레이 준비.

외부 팀, 접수했어요. 외부 팀 모두 집중해 주세요. 볼플레이 개시.

볼이 D4 구역에 갔다. 볼이 D4 구역에 갔다. 카무이가 접수한다.

카무이 접수 완료, 드리블 시작.

통신을 종료한 리는 다시 손에 있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휘관 쪽은 일단 동료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

저기, 그래서... 그 볼이 설마 지휘관을 말하는 거야?

계획 상으로 보면, 이번 행동은 시간이 매우 길고 수시로 시간이 추가될 수 있어요. 그 어떤 스포츠 경기와 비슷하지 않나요?

음... 하지만 나나미는 이번 행동에 이름을 짓는 게 좋을 것 같아.

"HBD 대작전"이라고 하는 건 어때?

사람들이 넓은 통로를 오가는 발소리가 주변에서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새로운 장치를 점검하는 날이었다. 보안 문제로 인해서 구석에 있던 집행 부대 수송 시스템이 최적화된 이후 다시 활성화됐다.

때문에 오늘 독은 매우 바쁠 예정이다.

수치는 안정적이죠? 안전 보장 시스템은요? 예비 연료는 검사했나요?

이러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나저나 최근 테스트 필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인지 작업 목록에 갑자기 여러 가지 사항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이번 수송 시스템 테스트와 같은...

대부분 사항은 지휘관이 날짜를 정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쌓일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대기 중이던 테스트 인원이 급하게 달려와 사과했다.

지휘관의 말을 들은 테스트 인원의 두 눈이 반짝이는 별처럼 변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지휘관의 팔을 잡고선 장치 테스트 지점으로 달려갔다.

테스트 지점에 도착하자마자 테스트 인원이 패널을 다급하게 터치했다. 그러자 두꺼운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의자 하나가 드러났다.

지휘관의 의심스런 눈빛을 보자, 테스트 인원이 지휘관을 향해 설명하면서 의자에 손을 뻗었다.

그러곤 갑자기 테스트 인원이 조용해졌다. 뻗은 손이 그 의자에 닿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닿은 건 의자가 아니었다. 테스트 인원은 뒤돌아보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몇 번 주물럭거렸다.

오, 지휘관 이런 우연이!

선실 내 이물질을 보는 듯한 테스트 인원의 시선에 카무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야 나. 차징 팔콘 소대의 카무이.

아! 잠깐 기다려봐. 잠깐만. 날 잡아당기지 말라구. 난 지휘관을 대신해 이번 테스트에 참여하려고 왔단 말이야.

테스트 인원은 카무이를 무시한 채, 그의 팔을 잡고 발로는 문 가장자리를 밟은 상태에서 온몸에 힘을 실어 카무이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말.했.잖.아.난.테.스.트.참.여.하.러.온.거.라.고.

이를 악물며 밀고 당긴 끝에 테스트 인원은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카무이가 팔을 문지르며 귀를 가리켰다. 상대방에게 통신 시스템을 가동하라고 요청하는 것 같았다.

카무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테스트 인원이 문득 깨달았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테스트 인원이 지휘관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다. 보아하니 지휘관 대신 카무이에게 테스트 작업을 시키려는 것 같았다.

C2 구역 도서관 내에 괜찮은 음료 가게가 있어. 지휘관. 그곳에 한번 가보는게 어때?

결국 그들의 원인 모를 공동 결정에 밀린 지휘관은 그렇게 쫓겨났다.

떠나기 전, 테스트 인원이 테스트 강도를 4배 이상 높이겠다고 하자, 카무이의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단말기 상에 표시된 테스트 지점을 따라 익숙한 통로를 걷자, 어느새 어떤 방에 도착했다.

이곳엔 형광으로 그려진 인간형 표적이 두꺼운 안전벽 앞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로운 총기를 테스트하려는 것 같았다.

참모부 대원이 새로운 무기가 들어 있는 상자를 지휘관에게 건넸다. 지휘관이 상자를 스캔한 뒤, 잠금 상태를 해제했다.

지휘관이 독특한 모양의 권총을 꺼내려고 할 때, 탄알 하나가 지휘관과 가장 멀리 떨어진 인간형 표적에 박혔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표적의 형광색 윤곽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연이어 꺼졌다.

지휘관, 여기서 만났네.

여기 무기 테스트 작업은 나한테 맡겨.

손사래를 치며 지휘관의 말을 끊은 반즈가 무슨 말을 하려고 다가온 참모부 대원을 보자, 대원을 옆으로 데려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이 다시 돌아섰을 땐, 이미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았다.

서로 어색하고 낯선 두 사람은 어떤 협력 관계를 맺은 동료처럼, 낯선 관계에서 죽이 잘 맞는 사이로 갑자기 넘어갔다.

어떤 결정을 한 뒤, 그들은 서로 악수했다. 원래 예정된 테스트 참여자인 지휘관이 외부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예술 협회에서 예술전시회를 한다고 하던데, 괜찮은 모양이야.

화약 타는 냄새가 아직 가시지도 않은 실내는 기괴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묻기도 전에 그들의 협조적인 권유로 지휘관은 "쫓겨나고" 말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즈도 그렇게 말하고 참모부 대원도 이견이 없으니, 자신보다 총기에 더 능숙한 반즈가 테스트를 대신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음으로...

하지만, 그것이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이후에 의외의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일어났다.

과학 이사회의 어느 한 방 안...

스크린에는 지휘관이 직접 답해야 할 문제가 나열되어 있었다.

구조체에게 추가로 추진기를 장착하는 것에 대하여...

잠깐! 어라? 지휘관.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지휘관.

이런 문제는 전문가한테 물어보는 게 좋아. 내가 대답할게.

외장 추진기를 장착하려면, 먼저 구조체 기체에 보호 장치를 증가시켜야 해.

전장 긴급 구조 시범 과목.

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너무 오랫동안 연습하지 않아서 서툴러진 거야? 아니면 혼수상태의 부상자를 웃겨서 깨우려는 거야?

그래그래, 부랴부랴 입을 내밀며 호기심 많은 꼬마들을 위해 내가 직접 시범해 줄게.

자료에서 알려준 약물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부상자를 깨울 것인가... 우선 너희들의 군용 비수가 필요해...

심지어 아이를 돌봐주는 도움 요청조차...

어린이 친구들, 아이라 언니와 함께 숨바꼭질할래?

그럼, 시작할게. 20초 카운트다운.

20, 19, 18, 17...

책상 앞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착할 때마다 먼저 일을 넘겨받은 누군가가 있었다.

테스트 임무부터 다른 사람의 의뢰까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지휘관은 몇 분 안에 할 일이 없는 상태가 됐다.

지휘관이 원인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모두 "우연"이었다.

지휘관, 주문한 핫초코 나왔어.

왜 그래? 내가 여기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거야?

음. 나도 어쩐지 지휘관이 여기에 올 거 같아서...

요즘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하고있어. 이곳엔 책도 있고 음료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어서, 맞다...

몸을 숙여 책상 위 빈 접시를 빼낸 노안이 세리카에게 전달하려던 파일을 가져갔다.

이런건 나한테 맡겨. 지휘관. 도서관에서 휴식할 때만큼은 일 생각하지 마.

오늘 좋은 하루 보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휘관 책상 위엔 어지럽게 놓인 파일과 부스러기만 남은 빈 접시가 있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료와 재미있어 보이는 화집으로 바뀌었다.

핫초코를 마시며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지만, 답을 알아낼 수 있는 경로는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컵과 접시를 옆에 둔 지휘관은 개인 단말기를 꺼내 전원을 켠 뒤, 책상 위에 올려놨다.

리스트를 보고 추가해야 할 나머지 보고서를 찾았다. 음? 아직 쓰지 않은 보고서가 어떤 거였지?

정화 부대와 관련된 공동 보고서인 것 같았다.

지휘관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비앙카가 자기 존재를 눈치 채주길 기다리는 듯 지휘관 옆에 서 있었다.

……

그, 그렇네요. 지휘관님.

그 보고서는 제가 이미 작성했어요. 내일 지휘관님께 보내드릴 테니 확인 부탁드려요.

지휘관님께서 시간 되시면 근처 의상 전시회에 가보세요. 그곳엔 예술 협회가 개최하는 다른 행사도 있을 거예요.

보고서 내용이라면 안심하시고 저한테 맡겨 주세요.

제가 지금 가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내일 아침에 지휘관님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앞에 있는 개인 단말기를 본 지휘관은 이 모델에 게스트 모드가 내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안 돼요. 지휘관님.

고개를 저은 비앙카가 아쉬운 듯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기회를 이용해 지휘관님과 단둘이 있는 건 규칙 위반이에요.

이 말을 남긴 비앙카는 다급하게 자리를 떴다.

그리고 비앙카가 가져간 것에 지휘관이 완성하려고 했던 작업도 있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추스르며 핫초코를 다 마셨다. 그리고 화집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봤다.

그럼 여기에 계속 앉아 있을까? 아니면 전에 갔던 곳으로 돌아가 진행 상황을 지켜볼까?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를 방문할까?

뭔가... 힘이 나질 않는다.

눈앞의 시끌벅적해지는 거리를 바라보며, 지휘관은 또 한 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최근 업무가 너무 벅차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지휘관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눈앞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

건물 뒤에 숨은 비앙카와 카레니나가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고 지휘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지휘관님이 오랫동안 저 자세로 앉아 있는데...

쯧, 난 그 많은 문제를 대답하고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저 녀석은 무슨 불만이 있는 거야?

아니면 지휘관과 이야기를 나눠 줄 사람을 찾아볼까?

카레니나, 규칙을 위반한 처벌은...

아아아, 나도 알고 있다고.

난 그저 이곳에서 계속 쭈그리고 있기 싫을 뿐이야.

쉿, 조용. 지휘관님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비앙카의 입을 다물라는 동작에 카레니나는 이내 조용해졌다. 비앙카와 카레니나는 다시 한번 지휘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

돌발 상황이 발생한 건가요? 지휘관님이 왜 갑자기 뛰기 시작했죠?

[삐-] 우리 들켰잖아!

예술 협회의 어느 방 안.

바닥에 흩어져 있는 각종 물품은 미처 정리하지 못한 도구들인 것 같았다.

1분 남았어요. 정 안되면 모두 상자에 넣어요.

루시아는 커다란 스프링을 힘겹게 상자 안으로 압축해 넣은 뒤, 맨 위에는 트럼펫을 불고 있는 모형 인형을 달았다.

비슷한 장치가 아직 절반 가까이 계획대로 배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다들 지휘관이 돌아오기 전에 급하게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창가에 있던 리브가 창밖을 내다보니, 마침 익숙한 그림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어떡해요? 지휘관님이 돌아왔어요.

이걸 사용하면 돼.

나나미가 나무 막대기 같은 걸 리브에게 건넸다.

이걸로 지휘관님을 기절시키라고요? 이런...

……

나나미는... 이걸 문 손잡이에 끼워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나미와 리브가 서로 마주 보며 멍해 있는 동안, 리는 배치하지 못한 도구들을 모두 상자에 넣은 뒤, 빠른 속도로 방안을 훑었다.

빠뜨린 곳이 없음을 확인한 뒤, 리의 "모두 위치로요."라는 말과 함께 다들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이와 동시에 문이 가볍게 열렸다.

……

다리에서 전해지는 피로가 아니었다면, 지휘관은 이전에 일어난 모든 일이 꿈이었다고 의심했을 것이다.

지휘관이 이방을 나간 지 2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루시아는 여전히 원래 자리에서 책을 보고 있었고, 리브는 차를 끓이고 있었으며, 리는 자기 손에 있는 단말기와 계속해서 씨름하고 있었다.

방금 전과 같이, 지휘관과 인사하는 이는 없었다. 지휘관은 하는 수없이 유일하게 비어있는 소파 옆으로 걸어가 앉았다.

지휘관 앞 소파 뒤에는 나나미가 누워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뭐가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전과 다르게 방 안의 상자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전원은 하루 종일 연기하는 듯 무언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지휘관만 보면 이유 없이 지휘관을 해당 지점 밖으로 내쫓으려 했다.

그리고 지휘관을 내내 미행했던 비앙카, 카레니나 일행과 방 안에 전과 다르게 난데없이 많아진 상자들...

이건 마치 황금시대의 공포 영화에 나오는 끝없는 꿈같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모두의 위치가 조금씩 변해 있었다.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미세하지만, 다들 지휘관한테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

아,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냥 앞에 있는 상자를 열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겠지.

몸을 숙이는 순간, 시선의 끝자락에 나나미가 소파 뒤에서 머리를 빼꼼 내미는 것이 보였다.

아! 지휘관. 안 돼...

나나미의 말이 지휘관의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린 것처럼 느끼게 했는지 지휘관 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바꿔 말하면, 멈출 수가 없었다.

삐뿌! 삐뿌!

한 모형 인형이 머리를 흔들며, 열심히 트럼펫을 불고 있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오래 감상할 수 없었다.

큰 스프링의 탄력에 트럼펫을 불고 있던 인형이 "삐뚜 삐뚜"하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튕겨 나왔기 때문이었다.

……

HBD 대작전?

방금 부딪힌 뺨을 문지르며, 소파 맞은편에 앉은 대원들에게 물었다.

지휘관님께선 요즘 쉬지도 못하시고 계속 바쁘셨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오늘만큼은 어떠한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지휘관님이 업무를 하지 않게 해드리자고...

그러니까, 우리가 전부 다 할 테니, 지휘관은 그냥 편하게 즐기면 된다는 거야.

지휘관님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지휘관님께서 하시는 일의 필요성을 사전에 조사해야만 그것에 맞는 인력을 배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검지를 입가에 댄 나나미가 인원이 계속 불어났던 리스트를 천천히 떠올렸다.

나나미, 그레이 레이븐 소대, 차징 팔콘 소대, 케르베로스 소대, 블랙 램 소대, 비앙카, 카레니나, 테디베어... 아, 그리고 바네사도 참여했어.

그들은 중간에 가입한 셈이죠.

갑자기 뒤에서 크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차징 팔콘 소대의 대원들이 방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테스트 담당자가 바로 동의해서 다행이야.

그 참모부 대원은 말도 잘 통했어. 그리고 그 테스트 담당자도 빠르게 설득했거든.

하지만 나머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모두가 이상한 눈초리로 지휘관을 봤고,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부딪힌 뺨을 더듬었다.

지휘관이 의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나미가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헤헤헤! 나나미가 맞혔어!

음, 예상했던 승리네요.

부디, 지휘관님께서도 본인의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주세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요즘 너무 바쁘시니까요.

다행히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 모든 일을 앞당겨서 해결할 수 있었어요.

저기, 지휘관 혹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오늘 매우 특별한 날인데.

누가... 카운트다운 할 거야?

나나미! 나나미가 먼저 할래!

소파에 앉아 있던 동료들이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각자 서랍 또는 상자에서 다양한 물품을 꺼냈다.

방금 방에 들어온 차징 팔콘 소대 대원에게 나나미는 대응하는 도구를 나눠줬다.

지휘관, 저쪽에 앉아서 움직이지 마.

그럼 카운트다운 시작~

3……

2……

1……

전원

지휘관님, 생일 축하해요!

탁탁탁탁.

수많은 색종이 조각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지휘관의 시선을 파묻었다.

두 손으로 색종이 조각을 털어내고 다시 눈을 뜨니, 눈앞 책상에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케이크 위에는 작은 인형들이 차례로 배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형들이 각자 누구를 나타내는지 자세히 보기도 전에, 다른 것에 눈길이 빼앗겼다.

리브와 나나미가 들고 있던 서프라이즈 상자에서 각양각색 모형의 인형들이 튀어나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조금 전 지휘관은 그중 하나의 인형과 얼굴을 부딪친 것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인형들의 합주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누군가가 많은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조정한 게 틀림없었다.

짧은 연주가 끝나자, 위쪽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건 상자에서 튀어나온 풍선들이 일정한 높이에 도달하면서 하나씩 터지는 소리였다.

이 효과가 꽤 만족스러웠던지, 리모컨을 손에 쥔 리와 크롬이 서로 마주 봤다.

루시아는 종이로 엮어 만든 "왕관"을 지휘관 머리에 씌웠다. 이 방을 나가기 전까지 지휘관은 "왕관"을 벗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은 반즈와 카무이였다. 반즈가 들고 있던 축포 속에서 색종이들이 쏟아져 나와 지휘관의 얼굴을 정확히 덮쳤다.

그리고 선명한 색의 틈 사이로 지휘관은 축포를 거꾸로 든 카무이도 색종이를 뒤집어쓴 상황인 걸 발견했다.

연주가 끝날 무렵, 케이크 위의 촛불이 소리 없이 타올랐다.

연노란색 불빛이 케이크 위의 앙증맞은 인형을 환하게 비췄다. 간단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모델이 누구였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지휘관은 모두의 호응에 따라, 첫 번째 인형을 살며시 떼어냈다.

지휘관, 지금 바보 같은 얼굴로 멍하니 케이크를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사진 찍어서 나한테 주는 거 잊지 마. 생일 축하해. 지~ 휘~ 관~

인형에서 베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생일 축하해. 지휘관.

저기, 꼬마도 "생일 축하해"라고 해야지.

찍, 찍, 찍...

세 번째...

생일 축하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나도 선물을 보냈거든,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이와 동시에 선물 상자 하나가 지휘관 앞으로 밀려 나왔다. 상자 안에는 기타 한 대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휘관이 이 녹음을 들을 때쯤이면, 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거야.

미안, 내가 지금 지휘관한테 갈 수 없어서 이렇게 축하해 줄 수밖에 없어. 지휘관. 생일 축하해.

이 녹음 장치를 조작하는 데 조정이 필요할... 어? 벌써 시작했어요?

지, 지휘관님, 미안해요. 방금 제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급히 떠나서... 급하게 약속한 게 있어서...

어쨌든 지휘관님. 생일 축하드려요.

카레니나, 녹음하기 싫은 건가요?

녹음은... 당연히 해야되는거 아닌가! 근데 이거 다들 있는 데서 재생할거 잖... 그, 그럼 아무 말이나 할게. 지, 지휘관, 생일 축하해! 이걸로면 돼지!

그리고... 너 한테 선물을 준비했거든... 마음에 안들면 절대로 용서 못해! 그럼, 이만.

카레니나가 녹음을 끊는 소리와 함께 다른 한쪽에 있던 어떤 인형의 스피커에서 빈틈없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북소리는 케이크 위에 있는 인형이 펄쩍펄쩍 뛸 정도로 묵직하고 힘이 넘쳤다.

북을 친 지가 오래돼서 손이 좀 굳었네.

어쨌든 지휘관이 들었으면 됐어. 지휘관! 생일 축하해!

주의를 기울이자, 북소리에 가려질 듯한 외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휘관, 생일 축... 시끄러워. 장소 옮길 거야

야, 가지 마. 아직 안 끝났어.

소피아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북소리는 벽을 뚫고 인형 안에 새기려는 듯 더욱더 커졌다.

……

음, 여기가 훨씬 낫네. 지휘관, 생일 축하해.

올해에도 공중 정원에 놀러 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 그런데 지휘관은 언제쯤 아딜레에 놀러 올 수 있어?

그때는 꼭 이 작은 인형 만드는 방법 좀 알려줘...

인형에 내장된 저장 용량을 초과했는지 녹음이 여기서 끊겼다.

어? 저 아직 녹음도 못했어요. 여러분이 너무 떠들어서 말이죠.

지휘관님, 생일 축하드려요. 빵과 과자는 제가 만든 거예요... 헤헤, 실패도 많이 했지만, 가르쳐 주시는 분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지금쯤이면 지휘관님 앞에 잘 전달됐겠죠? 지휘관님, 나머지 절반을 만든 대단한 이가 누군지 한번 맞혀보세요.

케이크 옆에 놓여 있는 예쁜 상자가 그 둘의 걸작인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두 개 인형은 노안과 아이라였다.

지휘관, 내가 만든 인형인데, 어때? 귀엽지? 사실 난 지휘관 것도 만들었어. 생일 축하해. 지휘관.

참, 문 앞에서 노안을 만났는데 마침 생일 축하 멘트를 고민하던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노안도 함께 녹음하자고 했어.

지휘관, 생일 축하해.

앞으로 꽃길만 걸어.

행운이 가득하길.

만수무강해야 돼.

음...

공중 정원에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할 때, 다들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다면 대충 이렇게 하는 거야. 다들 함께 정리한 자료니까 문제는 없을 거고.

남들과 다르게...

모든 인형을 케이크에서 떼어낸 지휘관이 아이라 손에서 미리 준비한 플란넬을 받은 뒤, 인형들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지휘관. 지휘관. 나나미가 지상에서 선물을 가져왔어.

지상?

나나미는 그 수상한 패키지를 지휘관 면전에 들이밀었는데, 보아하니 직접 열어보라는 눈치였다.

튀어나온 윤곽을 만졌을 때, 왠지 모르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툭 소리와 함께 포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조각상 하나가 방 안에 세워졌다.

그것은 높이가 2미터 정도 되는 조각상이었다.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든 채, 팔과 시선이 먼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조각상의 위엄 있는 모습에 방 안의 분위기가 순간 진지해졌다.

이거 참... 대단하네.

뭔가 익숙한 느낌이...

제 추측이 맞다면, 이건... 그...

지휘관님의 조각상 같은데요.

……

저기... 이 선물을 어떻게 받아야 하지?

나나미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어, 지상에서 본 적 있는데, 이런 조각상들은 보통 공원에 세워져있거든~

파워한테 조각상을 공중 정원의 어느 공원 한가운데로 옮겨달라고 하는 거야!

지휘관은 나나미가 말한 장면을 조금 상상해 봤다. 아침이 됐을 때, 공원을 오가는 모든 사람이 빛을 받는 자신의 조각상을 본다면...

그나저나 대체 누가 이렇게 대단한 선물을 보냈을까요?

음, 힌트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고풍스러운 모자를 쓰고 있는 구조체가 아닐까?

보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방 안에 잘 보관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지휘관님, 선물을 하나씩 개봉하실 건가요? 참고로 파란색 선물 상자는 아직 개봉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시간 되시면 지금 개봉하셔도 돼요.

지휘관. 지휘관. 다음은 내 선물 열어 볼래?

제 선물은 지휘관님께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요.

……

떠들썩한 함성, 환하게 웃는 얼굴, 눈앞에 있는 광경을 보며 지휘관은 다시 한번 그 문제를 떠올렸다.

과중한 임무로 인해 어떤 마음으로 활기찬 분위기에 어울려야 할지 잊어버린 건 아닐까?

지휘관이 원하는 건 끝없이 오가는 인파가 아닌 어느 방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일지도 몰랐다.

케이크를 자르기 전, 단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한 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케이크 옆으로 모여들었다.

아, 참. 이따가 지휘관이 케이크를 자를 때, 카무의 몫도 좀 남겨줘.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던 그 녀석을 떠올리니 그가 무엇을 선물했을지 궁금해졌다.

5초로 설정했어. 다들 서둘러야 해.

카메라를 세운 아이라가 버튼을 누른 뒤, 최대한 빨리 이쪽으로 뛰어왔다.

5……

다들 가까이 와~ 옛날 물건이라 조정할 수 있는 파라미터가 많지 않아.

4……

(음... 그럼 난 몸을 앞으로 좀 기울여야겠다.)

3……

(이 소파 배치를... 조금 더 앞으로 옮겼으면 좋을 텐데.)

2……

(0까지 세었을 때, 허리로 무게를 지탱한 뒤, 양팔로 큰 V자를 만드는 거야.)

1……

……

조용히 접시 하나를 챙긴 반즈가 소파 뒤에 숨었다.

0!

카무이가 갑자기 몸을 크게 앞으로 숙였고, 동시에 소파가 앞으로 조금씩 밀렸다.

결국, 제어할 수 없게 된 카무이는 크롬의 시선을 넘어 케이크를 향해 넘어졌다.

루시아가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앉은 자리는 카무이와 제일 멀었다.

제일 가까이 있는 리가 눈치채고 손을 뻗어 케이크를 옮기려고 했다.

리 뒤에 있던 반즈가 조금 전에 챙긴 접시로 얼굴을 가리고, 곧 발생할 일 때문에 자기 얼굴에 크림이 튀는 걸 방지했다.

그리고 카메라의 알림음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포착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몇 년 후에 누군가는 앨범에서 이 사진을 꺼낼지도 모른다.

이 사진은 힘겹게 살아가는 세월에도 웃음꽃이 피었다는 걸 증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전사들의 기억 속에도 계속 남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