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몸 전체가 방금 탈수를 마친 세탁기의 빨래처럼 느껴졌다.
전투복의 심정을 느끼는 날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때쯤, 발밑에서 단단한 지면의 감촉이 전해졌다.
방향감과 시각을 되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루시아와 다른 대원들도 이마를 감싸고 있는 걸 보니, 조금 전에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호호는 내가 깨어난 것이 기뻤는지,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일어나셨나요?
돌아서자, 예상대로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조용히 모닥불 옆에 앉아서, 수시로 그 안에 어떤 물건을 넣었다.
그러다가 불길이 삼켜지면서, 알록달록한 거품이 화염에서 나와 작은 어둠을 몰아냈다.
저는 해지킴 자예요. 여기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어요.
'웅!!!!!'
루시아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멀리서 들리는 짐승의 포효 소리에 끊겨버렸다.
당신들도 들리셨죠. 저건 연수의 울음소리예요. 그가 오랫동안 이곳을 노리고 있으니, 우리는 그가 올 때까지 반드시 준비해야 해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연수는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이 구역을 밝히는 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에요.
여기 조명 장치가 있어요.
그 정도 빛으로는 부족해요.
해지킴 자는 고개를 젓더니 앞에 있는 모닥불을 가리켰다.
저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불을 어떻게 키울 거예요?
이곳에는 사용할 연료가 없는 것 같아요.
괜찮아요. 저희에게 필요한 건 이거예요.
해지킴 자가 손안의 물건을 들어 올렸다.
그건 편지 봉투와 비슷한 물건으로, 위에는 복스러운 장식들이 붙어 있었다.
맞아요. 세뱃돈이에요. 퇴치금이라고도 하죠.
세뱃돈에는 악령을 제압하는 힘이 있어요. 우리가 많이 모을수록, 연수에게 이길 가능성이 높아질 거예요.
세뱃돈을 모닥불에 넣으면 새해가 가까워질 때, 세뱃돈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요.
세뱃돈을 어떻게 얻는지는...
저를 따라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