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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보인 것은 익숙한 천장이 아니라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지금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것 같다.
밀폐되어 어둡고 좁은 공간. 힘들게 손을 들어 올리자 차가운 금속 벽이 닿는다.
...여긴 어디지? 무언가의 내부인가?
마인드 표식의 신호는 문제는 커녕 아주 강했다.
하지만 연결 반응이 없다.
루시아, 리브, 리...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아. 머리라도 부딪치면 큰일이니까.
유감이지만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나 뿐이야.
아, 그 다음엔 '우리들은 누구지'겠지?
아니, 왜 가르쳐주는 건데!
시끄러워, 녹티스.
딱히 숨길 생각은 없지만 그냥 가르쳐주는 건 재미없잖아.
아무튼 난 이 지휘관이랑 다음 게임을 해볼까 해. 21호, 너는 녹티스를 데리고 다음 임무 장소로 출발하도록 해.
응. 가자, 녹티스.
아니, 너희들! 내 이름만 계속 말하고! 숨길 생각이 없는 거지!
링크 시스템 안의 그분도 네가 누군지 모르잖아. 그러니 셋 셀 동안 눈앞에서 사라져. 알았어?
셋.
하나랑 둘은 어디 간 거야!
가자. 녹티스.
칫.
좋아. 겨우 둘만 있게 되었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링크 시스템은 말이지... 이 게임에서 중요한 도구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줄게.
맞아, 당신과 게임을 할 거야. 링크 시스템을 사용한 게임.
지휘관을 중심으로 하는 그레이 레이븐과 같은 '엘리트' 집행자 소대의 전술 스타일은...
구조체가 역원 장치를 통해 근처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의 신호를 수신하는 것으로 이뤄지는 협동 작전, 맞지?
하지만, 마인드 표식의 유효 범위에는 한계가 있지. 그래서 연약한 인간의 몸을 가진 지휘관도, 임무 때마다 직접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어. 위험한 지상에... 침식의 리스크를 안고서.
그런데 말이야, 처음에 지휘관과 구조체의 협력 방식은 이러지 않았어.
지휘관은 링크 시스템의 증폭 작용을 사용해서 멀리 떨어진 구조체의 역원 장치와 의식의 바다를 연결하고, 의식 동조를 할 수 있었어.
의식을 동기화한다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야. 지휘관과 구조체의 의식이 완전히 공명해서, 구조체가 보는 걸 당신도 보는 거야. 일심동체라는 거지.
이 방식을 쓰면 지휘관은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어떤 명령이라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어.
거리와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서... 지휘관이 침식당할 위험도 엄청나게 줄어들지. 어때, 끝내주는 발명품이지?
연결한 구조체가 입은 피해는 전부 지휘관의 정신으로 피드백 되는거야... 동기화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잖아?
하지만 정말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지휘관의 정신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은 사용 금지가 되었어.
설명은 여기까지야. 이제 게임을 시작하자.
지금부터 나는 당신에게 순서대로 다른 구조체와 연결 시킬거야. 그리고 당신은 구조체를 조종해 자신을 구해야만 해.
맞다. 제한 시간을 둘 건데 시간이 다 될 때까지 해내지 못한다면 링크 시스템과 함께 북극해에 던져 버릴 거야.
게임 규칙은 이해했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굳이 말하자면 만우절이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거든.
잊지 못할 만우절이 되도록 해줄게. 말해두지만 이건 만우절 농담이 아니야.
그럼, 게임 시작 전에 하고 싶은 한 마디는?
우와~ 만우절이야!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