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은 방호복을 다시 착용하고 세 번째 혈청을 주사했다.
쓰러진 책장 아래, 전에 두었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다.
그 옆에는 제식총도 함께 있었다.
가볍게 총을 집어 들고, 최소한의 동작으로 상태를 점검한 후 허리에 찼다.
엘리너는 양산을 든 채, VIP 룸 문가에 기대어 있었다.
준비 되셨나요?
엘리너는 보기 드문 진지한 모습으로 지휘관에게 단말기를 건네주었다.
게임 시작까지 남은 시간, 3분.
단말기 화면에는 이미 세 명의 참가자가 패를 선택했다는 표시가 떠 있었다.
그리고 엘리너와 지휘관의 단말기에도 같은 표시가 나타났다.
가위와 보였다.
또 선택 문제네요...?
확률로 놓고 보면 별 차이가 없었다.
지휘관은 단말기에서 카드를 선택했다.
잠시 후, 스크린에 게임 결과가 나타났다.
1번: 바위 2번: 바위 3번: 바위 4번: 가위 5번: 가위
지휘관은 단말기에서 카드를 선택했다.
잠시 후, 스크린에 게임 결과가 나타났다.
1번: 가위 2번: 가위 3번: 가위 4번: 보 5번: 보
단말기 스크린에 믿기 힘든 결과가 나타났다.
곧이어 지휘관과 엘리너의 단말기 스크린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두 눈을 후벼파는 듯한 핏빛 가위 문양이 지휘관의 머릿속을 헤집으며, 심장을 강하게 옥죄였다.
결과 결산 중...
"가장 흥미로운 운명... 펑~"
이번 라운드 결과: 4번, 5번 패배.
엘리너가 담담하게 말하며, 지휘관의 어깨를 토닥였다.
미치광이와 사체 중 어떤 거로 변하게 되려나요?
지휘관은 단말기 화면의 작은 글씨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자유의 권리는 승자의 것이다.
네?
마지막 연설의 시작인가요?
보통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채로 세상을 떠나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살고 싶은 의지 때문인가요?
전 그런 철학엔 관심 없어요.
처음부터 이렇게 하려고 했던 거군요.
게임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게 당신의 목표였던 거네요.
승부와 죽음을 피해, 결승점에서 상대와 맞서시려는 건가요?
하하하... 매력적인 말이네요. 대담한 생각이기도 하고.
그러나 지휘관은 여전히 엘리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지휘관은 발걸음을 멈추고 엘리너를 등지고 선 채, 미리 준비한 혈청 두 병을 꺼내 들었다.
유리병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순간—
찰나의 속도로 엘리너가 유리병을 낚아챘다. 그녀의 새하얀 장갑 끝 금속 장식이 희미한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아얏.
눈앞의 그녀는, 병을 잡자마자 다시 손을 놓았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엘리너의 무릎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테이블 위 단말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퍼니싱 농도가 최고 단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이어서 단말기에서 전류가 튀며,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임계치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이 정도의 퍼니싱 농도에서는 피부가 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통증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죠! 한 번에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시끄러운 안내 방송이 들려왔지만, 이 얼어붙은 분위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남은 참가자분들도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과연 다음 탈락자는 누구일까요?
시간이 멈춘 듯한 대치 속에서, 엘리너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적당한 거짓말이 우리 관계를 지켜줬죠. 안 그래요?
제가 우리 지휘관님께 관심이 없었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겠죠?
정말 멋진 연기였어요.
하지만 저를 속일 수는 없죠.
하… 전 정말로 그 이야기들을 믿었다고요.
저와 같은 배신한 구조체를 상대할 때는 명확한 규정이 있지 않나요?
특수 수갑으로 저를 체포하시나요? 아니면, 현장에서 즉결 처단하실 건가요?
놀라운 결과입니다! 또다시 두 명의 탈락자가 나오면서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벽 쪽에서 또다시 기계 장치들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기다리던 우승자의 탄생! 상품 받을 준비 되셨습니까!
지휘관님, 긴장 푸세요.
그 한마디에 지휘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다.
엘리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건 도발도 연기도 아니었다.
지휘관은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지휘관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총을 들었다. 하지만 퍼지는 통증 탓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엘리너는 미동도 없었다. 다른 구조체들이 퍼니싱에 잠식되어 변해 갔던 것과 달리, 그녀는 여전히 본래의 모습 그대로였다.
모든 것이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때, 우승자를 알리는 경쾌한 팡파르가 조롱하듯 울리며, 숨 막히는 분위기를 깨뜨렸다.
그러자 기계 작동음과 함께 방을 봉쇄했던 벽이 올라가면서 막혔던 공간이 개방됐다.
어떻게 된 거죠! 한 번에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포크너는 시야가 진홍빛으로 물들자, 필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머릿속을 할퀴는 듯한 고통을 떨쳐 내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포크너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거칠게 걷어찼다. 그건 한 시간 전, 자신을 죽이려 했던 라비오였다.
라비오의 암살은 실패했다.
포크너는 의미 없는 발버둥이란 걸 알면서도 의식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결국 고통스럽기만 한 헛짓거리였다.
포크너는 방금 지나가려고 시도했던 곳에서 가장 피해야 했을 퍼니싱에 감염되었다.
그는 자신이 퍼니싱에 오염된 환경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걸 알았기에, 한때 모두를 구하려 했던 그 인간은 더더욱 버티지 못할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포크너는 <M>그</M><W>그녀</W>가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역을 넘어 그 인간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오히려 모든 의지를 앗아가는 퍼니싱에 감염된 것이었다.
하.
포크너는 자신도 모르게 냉소를 흘렸다.
아직 의식이 남아 있었기에 방금의 안내 방송을 곱씹어 보았다. 두 탈락자...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가능성이 스쳤다. 포크너는 자아를 겨우 붙잡으며, 자신이 던져둔 3개의 단말기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중 두 개만 파괴하면, 게임을 끝낼 수 있다.
포크너는 단말기 두 개를 집어 들고, 퍼니싱으로 가득 찬 방 안으로 힘껏 던졌다.
또다시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포크너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했다.
벽이 올라가면서 불안감을 안겨주던 폐쇄 공간이 드디어 열렸다.
모두가 기다리던 우승자의 탄생! 상품 받을 준비 되셨습니까!
포크너는 그 안내 방송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방 반대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
포크너는 우승을 알리는 팡파르가 광기 어린 조롱처럼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구조체는 의식의 바다의 침식에 저항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이제 그를 위한 사냥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드디어 마지막 막이 올랐네요!
생존을 위해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실 건가요?
엘리너는 양산을 든 채, 총을 겨누고 있는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포식자와 먹잇감의 경계가 희미해진 이 게임장에서, 승격자의 등 뒤로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랐다.
곧이어 붉은 액체가 허공을 가르며 흩어졌다.
총알이 엘리너의 목을 스쳐 지나갔고, 그녀의 진주 목걸이가 끊어졌다.
진주알들이 바닥을 구르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상처에서 순환액이 흘러나왔다.
상처에 손을 갖다 댄 그녀는,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흥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승격자는 몸을 돌려 뒤에 쓰러져있는 시체를 쳐다보았다.
결국... 포크너라 불렸던 침식체는 끝을 맞이했다.
확실하게 판을 뒤집을 기회가 있었는데, 또 이런 선택을 하셨군요.
엘리너가 고개를 들자, 보랏빛 액체가 오른손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녀는 액체를 입가에 살짝 바르고, 홍조 띤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이게 당신의 답이군요! 하하하...
다시 총성이 울렸다.
엘리너의 발 앞으로 총알이 떨어졌다.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기 직전, 지휘관은 그녀의 눈동자에서 묘한 기쁨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텅 빈 방 안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릴리스는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게 <M>그</M><W>그녀</W>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갖고 노는 방식인가.
아니면 단지 운이 나빴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자 엘리너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공중 정원의 사람들은, 정말 비위 맞춰주는 데 일가견이 있다니까요.
그럼... 제가 기회를 드릴 테니, 직접 대답해 주세요.
엘리너.
여자 기계음과 어울리지 않는 재즈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릴리스는 왼발을 내디디며 다리 안에 숨겨둔 날카로운 가시를 꺼내려 했다.
몸을 돌리자 광대 모자를 쓴 오래된 단말기 스크린이 눈앞에 나타났다.
오! 오랜만이네, 빌리.
단말기 속 친근한 미소를 확인한 릴리스는 그제야 무기를 거두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래도 난 네 본래 모습이 더 좋아.
지금 보니, 넌 고모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마지막 존재인 거 같네.
이번 게임의 승자는 당신이에요. 축하해요.
승자는 나 혼자만이 아니야.
릴리스는 쓰러져있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M>그</M><W>그녀</W>의 상태는 어때?
생명 징후는 안정적이에요.
다만, 이미 죽은 참가자들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엘리너씨도 이런 게임에 참여할 줄은 몰랐어요.
그저 어떤 이들에 대한 마지막 존중일 뿐이야.
결국 허울만 바꾼 투기장일 뿐, 일말의 우아함도 없잖아.
우아한 연회에 입장하려면 보통 어느 정도 자격이 있어야 하죠.
됐어. 그나저나 열쇠를 전달하러 온 거야? 그 로프라도스의 "위대한" 열쇠 말이야.
릴리스의 말투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아, 당연하죠! 열쇠… 열쇠...
그 말과 함께 기계체가 릴리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빌리는 등 뒤에서 천천히 기억 장치를 꺼냈다.
보아하니, 다음 수수께끼인가 보네.
그녀는 기억 장치를 넘겨받아 천천히 살펴보았다.
원래라면 몬자노 부인께서 이 시점에 승자를 맞이하셨겠지만, 지금은 다른 일로 바쁘시거든요.
맞아. 고모는 아주 긴 출장을 가셨으니까.
그분께서 돌아오시면 직접 연락하실 거예요. 엘리너씨.
그나저나, 빌리. 넌 시끄럽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제 생각에는...
그 순간, 릴리스가 보조기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며, 낡은 스크린에 노이즈가 퍼졌다.
삐빅, 삐비빅...
전기회로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이 아니라, 빌리가 일부러 낸 과장된 소리였다.
이내 노이즈가 사라지며 다시금 그의 표정이 나타났다.
하지만 스크린 속엔 광대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네가 침식됐을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크흐흨... 좋아요, 릴리스.
릴리스는 기억 장치를 손에 쥔 채, 의식이 흐릿한 인간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아직 잡지 못한 대어가 한 마리가 남아 있거든요. 그러니 조금만 참아줘요.
릴리스는 혈청을 인간의 몸에 주입했다.
깊은 어둠 속.
어느 순간, 귓가를 스치는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울려 퍼지는 새 떼의 울음소리가 의식을 흔들었다.
시야에 눈부신 따스한 빛이 들어왔다. 저 멀리 까마귀 무리가 먼 지평선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좋은 오후네요.
의식은 돌아왔으나, 전신의 격통에 바닥에서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격통 속에서 온몸을 감싼 붕대와 거즈의 감촉이 선명해졌다.
당신이 한 의심스러운 선택 때문이에요.
제 호기심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거든요.
엘리너가 물병을 지휘관 손에 쥐여줬다.
도박꾼은 규칙을 굳게 믿기에, 목숨을 거는 걸 두려워하지 않죠.
하지만 당신이 했던 모든 것은 규칙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함이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을 가능성이라 여기는 걸 보면, 결국 우리는 같은 존재 아닐까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동족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그 어둠이 당신을 찾아온다면, 우린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하늘 너머에서 온 지휘관님.
엘리너가 쿠키 한 조각을 집어 지휘관의 입에 넣어주었다. 달콤한 맛이 퍼지며 혈당이 올라가자, 지휘관은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마지막 한 발은 왜 바닥에 쏜 거예요?
목숨을 걸고 모험할 분이 아니잖아요. 제발, 알려주시면 주시면 안 될까요?
하하... 이런 시답잖은 농담 더 해주실래요?
엘리너는 지휘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눈빛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듯했다.
언젠가 반드시 알아내, 당신 입으로 직접 진실을 고백하게 해드리죠.
엘리너의 말투는 담담했고, 위협적인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뭐, 상관없어요. 어차피 우린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요.
몸 상태가 이런데도 작은 회색 까마귀의 호기심은 여전하군요?
엘리너가 몸을 돌려 지휘관에게 달라붙더니, 뒤에 감춘 손을 움켜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적에게 질문을 던지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요?
뭐, 우리 사이엔 애초에 그런 명확한 경계가 없긴 하지만요.
이것도 저한테 잘 보이려고 준비한 대사인가요?
뭔가 애매모호하네요.
압도적인 힘의 차이. 지휘관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휘관이 말을 이어가려 하자, 엘리너가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쉿" 하는 신호를 보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여기에 남겨두는 게 좋겠네요.
그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공중 정원의 위대한 지휘관님?
엘리너가 지휘관의 팔을 강제로 들어 올리자, 극심한 통증에 휴대용 단말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엘리너가 그것을 낚아채자, 불꽃이 튀며 부서졌다. 그녀는 무용지물이 된 기계를 무심히 한쪽으로 던졌다.
그럼 동료들에게 승격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면 안 되겠죠?
엘리너가 지휘관의 어깨를 누르자. 밀려드는 통증에 몸을 일으키려던 생각이 다시금 저지당했다.
그 후, 엘리너는 지평선을 향해 돌아서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휘관이 엘리너의 팔을 붙잡았다.
석양의 마지막 온기가 감돌던 그 순간, 엘리너의 장갑에 달린 차가운 금속 장식이 지휘관의 손을 스쳤다.
그러나 엘리너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부드럽게 마치 "배려"하듯 손을 빼냈다.
하지만 지휘관이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당기자, 피 묻은 장갑이 벗겨졌다
그 순간, 엘리너의 손목에 드러난 기계 구조.
황금빛 석양을 등진 채, 엘리너의 시선이 지휘관과 마주쳤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 아래, 그녀의 얼굴은 황혼빛에 물든 동시에 깊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그 경계에 걸친 미소는, 마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모호했다.
우리의 다음 만남을 위해, 약간의 기대는 남겨 두도록 하죠.
엘리너는 우아하게 양산을 들어 올려 눈부신 석양빛을 가렸다.
양산 아래의 엘리너는 이 땅보다 먼저 어둠에 잠겼다.
멀리서 들려오는 운송 장비의 굉음이, 저무는 태양과 함께 점점 가까워졌다.
엘리너는 양산을 우아하게 든 채, 경쾌한 구두 굽 소리를 울리며 지평선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