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는 핸들을 잡은 채 계속 앞으로 직진했다.
옆에 앉은 리브는 아무 말 없이 왜곡된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기체는 좌석이 흔들림에 따라 흔들거렸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뜨거운 바람에 휘날렸다.
……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담담하네...
……
와타나베님께서 말씀하셨잖아.
와타나베 씨가 사과하길 기다리고 있어요.
뭐? 너...
쳇, 역시... 겉보기에 연약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상대였어.
저를 납치했으니 공중 정원과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겁니다.
망각자 정도 규모의 세력은 감당하기 버거운 전쟁이겠죠.
제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라면 제대로 부탁을 하셨어야죠.
그런데 저희를 갈라놓고 동료들을 위험하게 만들다니...
……
우린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안전을 확보해 줄 생각은 없거든. 그리고 우리의 행위로 인한 대가 같은 것도 두렵지 않아.
공중 정원은 우리한테 큰 빚을 졌어. 우린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이 일이 훨씬 더 중요해.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네 친구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그곳에 붙잡아두는 게 바로 우리의 전략이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우리에게 협조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남겨두지 않았다는 거야.
그럼 와타나베 씨, 여기서 내려주세요.
하지만...
정말 우리를 도와준다면 이 모든 게 끝난 뒤... 너와 너의 동료들에게 사과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