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리브?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지금 온통 상처투성인데 통증 감각 시스템을 차단해서 잠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잖아요.
일단 움직이지 말아요. 파괴된 구조를 먼저 복구해 볼게요...
……
루시아, 미안해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혀 도움이 못됐어요.
만약... 상대방이 진짜 실력을 보여줬다면 저는 단 한 번의 공격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럴듯하게 몇 턴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우연히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요? 안 그래도 방금 그 여성을 분석해 봤을 때, 검을 쓰는 습관이 루시아와 굉장히 흡사하더군요.
흡사하다고요? 그럼 더 내키지 않네요. 시각 신호에 교란이 생기지만 않았더라도...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왜 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인 것 같네요.
우리같은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 시스템은 로봇이나 생체공학 인간처럼 로직 회로에 따라 작동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쉽게 타깃성을 가지고 교란시킬 수는 없어요.
상대가 의식의 바다 관련 기술을 파악하고 공중 정원 과학 이사회 멤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소유하면 모를까...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하죠.
아무튼 전투 데이터는 기록해뒀으니 본부의 분석을 기다려 보는 수밖에요.
일단 근처의 합류 지점으로 가요.
아직 안 돼요!
부상자 루시아, 반드시 나노 보강 재료 성능이 안정된 후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직 30초 정도 남았어요!
그래...
……
합류 지점 좌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대량 구조체... 잔해들과... 방랑하는 침식체들이 있어요.
아쉽지만 이곳의 전투는 이미 끝난 것 같아요.
저쪽에 있는 방송 설비를 보세요.
처참하게 파괴된 침식체가 방송 설비 위에 엎드려 있었다. 행동 능력은 상실됐지만 침식체는 자신의 팔을 설비에 꽂아 넣어 설비를 철저하게 감염시켰다.
이곳의 구조체들은 결국 거점을 지키지 못했네요. 하지만 전투의 흔적을 보면 이미 최선을 다한 것이 틀림없어요.
루시아는 앞으로 다가가 설비를 통제하고 있는 침식체와 감염된 방송 설비를 가로 베기로 전부 파괴했다.
집합 신호도 결국 침식체들의 함정이었던 거예요...
맞아요. 나름 원시적인 함정이었지만 보급이 시급했던 우리가 그대로 걸린 거죠. 그럼 이동하실까요? 지휘관님.
함정에 오래 있을수록 더 위험해지겠지만... 지휘관님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리브의 수색 능력이 뛰어나니 그건 리브한테 맡기시죠.
네!
지휘관님! 잠시만요!
찾았어요! 근처에 미약하지만 아군의 구조 신호가 나타났어요!
상대가 우리의 존재를 발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은밀한 곳에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 게 분명해요.
하지만 이곳의 전투가 오래전에 종료됐을 것 같은데... 설마 아직 의식을 백 패스하지 않은 건가요?
지휘관 부대의 기본 수업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구조체의 의식은 인간처럼 유일성을 가지죠. 인간과 다른 건 기체가 파괴되기 전 의식을 원격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조작으로 인해 의식의 바닷속 인간 마인드 모델이 심하게 파괴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단 낫겠죠.
의식 백 패스가 완료되기 전, 의식의 바다 시스템이 파괴된다면 의식도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네. 그들이 만난 상대는 구조체 소대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적이니까요.
아, 상대의 신호가 침식체들에게 발견됐어요! 대량의 침식체가 그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어요!
지휘관님, 어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네!